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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김건희, 감성 호소…울먹이며 아이 유산도 털어놨다

Jimie 2021. 12. 26. 19:06

확 바뀐 김건희, 감성 호소…울먹이며 아이 유산도 털어놨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26 18:25

업데이트 2021.12.26 18:57

 

https://www.youtube.com/watch?v=My0NaMuEmAU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 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26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3층.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는 연신 “죄송하다”, “송구하다”, “부끄럽다”고 했다. 마스크를 벗고 A4 용지 세 장 분량의 원고를 읽는 6분여 동안 낮게 깔린 목소리가 옅게 떨렸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 드립니다”라는 대목에선 잠시 훌쩍이며 뒷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씨의 허위 경력 의혹이 첫 제기된 건 지난 8월, 그로부터 4개월 만에 기자들 앞에 선 김씨의 전략은 의혹에 팩트로 일일이 반박하는 논리적 대응이 아닌 감성적인 접근이었다. 남편 윤 후보와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여성으로 말하기 힘든 유산의 경험까지 털어놓았다.

김씨는 “남편을 처음 만난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만 알았다”며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녔고 자신감이 넘치고 호탕했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베풀 줄 아는 그런 남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밥은 먹었냐, 추운데 따뜻하게 입으라며 늘 전화를 잊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고는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며 “예쁜 아이를 얻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날 입장 발표는 윤 후보와 김씨를 철저히 분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 부디 용서해달라”거나 “부디 노여움을 거둬달라. 잘못한 저 김건희를 욕하더라도 그동안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은 거둬주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당내에선 “그동안 제기된 허위 이력 논란이 윤 후보와 결혼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란 걸 강조해오던 입장과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의혹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고 경력 부풀리고 잘못 적은 부분도 있었다”며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대신했다. 당내에선 “혹시나 있을 법적 시비에 대비해 구체적 진술은 피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대국민 사과 자체가 초유의 일이기도 했고, 그간 공개 활동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의 등장 자체가 큰 뉴스였다.

 

검은 정장, 하얀 하이넥 블라우스에 검정 머플러를 두른 그는 평소와 달리 머리를 차분히 내려뜨리고 등장했다.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당시 옆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얼굴을 살짝 가린 이른바 ‘애교 머리’ 스타일과는 딴판이었다. 옷 차림은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대표로서 2018년 자코메티 특별전에서 작품 설명을 위해 입었던 옷 차림과 같았지만, 역시 애교 머리가 사라졌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19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부인 김건희씨와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씨의 첫 공식 석상 데뷔는 6분여간 입장문을 낭독한 후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면서 끝이 났다. 질문은 받지 않고 퇴장했고,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이양수 수석대변인과 최지현 부대변인이 대신 질의응답에 응했다. 선대위에선 미리 마련한 ‘김건희 대표 의혹에 대해 설명드립니다’라는 제목의 A4 용지 14장 분량의 자료를 따로 배포하기도 했다. 수많은 경호원과 당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김씨는 “회견은 본인이 강행한 것이냐”거나 “앞으로 후보 부인으로서 공식 일정을 소화할 것이냐”는 취재진 물음에는 답하지 않은 채 검정색 SUV 승용차에 올라타 당사를 떠났다.

전날까지 상층부만 알고있던 기자회견… 조용히 묻힌 尹의 정책

국민의힘 당사는 이날 정오 즈음부터 김씨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당사에는 기자회견 2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취재진이 몰렸다. 당 관계자는 기자회견에 앞서 윤 후보와 김씨의 의혹을 분리하려는 듯 브리핑장 벽면에 마련된 ‘윤석열이 확 바꾸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백드롭을 없애고, 국민의힘 깃발도 치웠다.

김씨의 기자회견 사실이 내부적으로 공유되지 않아 혼선을 빚기도 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회견의 성격상 일부 핵심 인사들에게만 논의 내용이 공유가 돼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선대위 관계자들은 회견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상황에서 회견 내용을 알리는 언론 보도가 먼저 나가자 “우리도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혼선이 빚어진 데 대해 김은혜 선대위 공보단장은 “기자회견이 결정된 후 장소를 코바나컨텐츠 사무실과 당사 중 어느 쪽으로 할지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느라 발표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김씨의 회견 계획이 이날 오전 11시가 넘어 급작스럽게 알려지면서 같은 시간 윤 후보가 직접 취재진 앞에서 발표한 경제 공약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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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