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대위 이대론 답 없다… 김종인 빼고 다 나가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인터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2일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보직을 맡은 사람들은 전부 사퇴하고 선대위의 현재 6개 본부 체제를 해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걷어내고 (선거) 대(大)전략을 수립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날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김 위원장을 제외한 선대위 주요 인사들에 대한 전면 사퇴 및 선대위 해체론을 꺼내든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태로 선대위가 굴러가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걸 해체하지 않고 ‘윤핵관’ 문제 해결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윤핵관은 이 대표가 선대위 내홍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해온 윤석열 대선 후보 핵심 관계자를 가리킨다. 이 대표는 “애초 김 위원장이 선대위를 총괄하는 게 두려워 김 위원장을 배제하기 위해 ‘6본부’ 체제를 만든다는 황당한 생각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대표는 윤핵관에 대해 “선대위 조직도에 없는 사람이라서 문제”라며 “(그 사람은) 부산을 벗어나면 안 된다. 부산을 벗어나면 전 국민이 제보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름만 거론하지 않았을 뿐 윤 후보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3선·부산 사상)을 처음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 이 대표는 “윤핵관 몇몇 인사 중에서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나갈 생각이 있다면 선대위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윤 후보의 최측근인 장 의원은 선대위 비서실장으로 거론됐지만 ‘문고리’ 비판을 받자 “후보 곁을 떠나겠다”며 지난달 29일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자신의 선대위 복귀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인 역할을 내게 요청한다면 하겠다”면서도 “(기존처럼) 의사결정권이 있는 역할과, 기획 업무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선거 운동은 돕겠지만 자신이 맡았던 상임선대위원장 및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으로 복귀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제1야당 대표로서 선대위 직을 던진 게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선거의 시계는 훨씬 빨리 돌아가 쾌도난마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조수진 전 공보단장의) 부적절한 항명성 발언을 (윤 후보처럼) ‘그게 민주주의’라고 해버리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잘못된 것에 대해 당 대표니까 꾹 참고 한마디도 해선 안 된다는 게 보수의 문화라면 바뀌어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핵관’을 박근혜 정부 ‘진박’ 비유
“아무 말 못하다가 대통령 탄핵돼… 지방선거 나갈거면 선대위 떠나야”
“선대위 개선을 파워게임 인식… 윤석열 후보-윤핵관 모두 문제
대선 승리 못하면 나도 정계은퇴”
이날 이 대표는 1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을 비롯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주요 보직자 일괄 사퇴와 6본부 해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배경에 대해 “진박(진짜 친박근혜)이 난리칠 때 아무 말 못하다가 공천 파동 겪고, 대통령 탄핵되고, 꾹 참아서 득 본 게 있느냐”고 설명했다. ‘퇴로를 막은 채 직을 던진 게 제1야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윤핵관(윤석열 대선 후보 핵심 관계자)’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 시절 ‘진박’에 비유해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선대위 난맥상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해온 윤핵관에 대해 “선대위 조직도상에 없는 분이라 더 문제”라고 했다.
―장제원 의원(3선·부산 사상)을 지칭한 것인가.
“언론의 추측에 맡기겠다.”
―이 대표가 말하는 그 윤핵관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부산을 벗어나면 안 된다. 부산을 벗어나면 전 국민이 제보해야 한다.”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백의종군을 선언해 선대위에서는 빠져 있는 장 의원을 이 후보가 이날 처음 공개적으로 윤핵관이라고 거론한 것이다.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윤 후보의 또 다른 최측근인 권성동 당 사무총장(4선·강원 강릉)과도 껄끄러운 관계였다. 윤핵관에 포함되나.
“권 사무총장은 절제해서 표현하고, (선대위) 회의에 배석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윤핵관은) 될 수 없다고 본다.”
―이른바 윤핵관들이 내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공천권을 노리고 있다고 보나.
“나는 윤 후보와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 대해 약속한 게 있지만 지금 공개할 순 없다. 윤 후보가 어떤 식으로든 당이 주도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전혀 이견이 없었다. 윤핵관 몇몇 인사 중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나갈 생각이 있으면 선대위를 떠나라. 예를 들어 경남에 훌륭한 조직을 갖고 있는 의원이나 당내 인사들이 기대한 만큼 선대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경남지사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는 윤 후보 측근들이 다른 경쟁자들의 선대위 진입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명 ‘조국 흑서’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는 지난달 윤 후보의 ‘문고리 3인방’으로 권 총장과 장 의원, 윤한홍 의원(재선·경남 창원-마산회원)을 꼽았고, 이들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 후보는 전날 본보 인터뷰에서 ‘몇 달 뒤면 사라질 (선대위) 조직에서 무슨 파워게임이 있을 수 있느냐“고 했는데.
”나는 이미 종로 출마 생각 없다고 했는데, 그런 인식 자체가 ’이준석이 파워게임하고 있다‘고 누군가 주입하고 있다는 거다. 당 대표가 선대위를 개선하고 바로잡겠다는 게 자리싸움으로 비춰지고, 그런 인식을 하고 있다면 윤핵관이나 후보 둘 다 문제다.“
―울산 회동 이후엔 복귀했는데, 이번엔 뭐가 달라 상황이 바뀌더라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건가.
”회동 이후에는 ’당 대표가 물어보면 답은 해준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번에 윤핵관과 내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는구나 (느꼈다). 충격 요법을 두 번 쓸 생각 없다. (윤핵관을) 교정하려는 노력은 울산 회동까지였다. 나보고 ’자기 정치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내가 돋보이려고 했느냐. 결국 그들이 원하는 건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아니냐.“
윤 후보는 본보 인터뷰에서 ”내가 상시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20명 안팎을 통해 알아야 할 것을 듣고 있다“고 했다.
―윤 후보가 조언을 들어야 할 참모들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소위 윤핵관이 사라지면 보좌하고 조언하는 측근은 있어야 하지 않나.
”(윤 후보 인터뷰처럼) 청와대를 축소하고 내각을 통할하겠다고 하면 본인이 직접 그럴 실력인지 유권자들이 판단한다. 그런데 (측근인) 누군가를 통해 볼 수밖에 없다고 해버리면 메시지가 맞지 않는 것이다. 문고리가 필요하다고 선언하는 것 아니냐. 윤 후보와 서로 오해하지 말자고 했지만 업무에 대한 것은 그보다 냉정해야 된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왜 후보 곁에서 조언을 계속 해야 한다고 보는 건가.
”많은 분들이 김 위원장과 일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 다음에 그 분을 어떻게 쳐낼까 고민한다. 그 분들이 그렇다고 해서 잘 됐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김 위원장이 절대자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선거에 항상 이기는 건 뭔가 있는 거라는 걸 알아야 한다.“
―윤 후보와 직접 소통해 해결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나는 후보가 지금 전권을 행사하길 바라고 있다. 조수진 전 선대위 공보단장 항명도 누가 말하지 않아도 먼저 조치가 됐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무슨 조 최고위원을 자르기 위해서 고자질하려고 선대위 하는 것도 아니고.“
―내심 윤 후보가 선거에 지길 바라는 마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 대표로서 후보가 지길 바랄 리 없다. 그럼 나는 남는 게 뭐가 있나, 정계 은퇴다. 내가 있어도 이기고, 없어도 이길 것이다. 다만 어떻게 이겨야 할지 선거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다. 상임선대위원장이면 적어도 별 3개는 되는 자리다. 나를 37세로만 대하는 인사들은 끝까지 이해 못할 것이다. 역지사지를 너무 열심히 해서 자기관점에서만 나를 해석하는 것이다.“
―이미 김 위원장은 선대위 전면 개편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절박함의 문제라고 본다. 선대위는 안 들어가면 불안한 거지, 들어가서 딱히 일하는 조직이 아니다. (6월 당 대표로 당선된) 전당대회가 나름 전국단위 큰 선거인데 나는 2, 3명 갖고 치렀다. 절박함이 있으면 할 수 있다. 내일 당장 후보가 ’선대위 해체하라‘고 하면 다 따를 것이다.“
―’세대결합론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전날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은 ’나 없이 얼마나 잘 되나 보자‘고 비판받을 수도 있는데.
”내가 구상한 방식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20대 남자는 이 대표가 있으니 20대 여자를 겨냥해 신지예 부위원장을 데려오면 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나와 상의하는 자리였다면 ’말도 안 됩니다‘라고 했을 것이다. 누굴 영입했다고 해서 찍는 경우는 없지만, 안 찍는 경우는 있다. 어설프게 두 개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면 욕만 먹는다. 우리 당의 20대 지지층이 보기에 당 정책은 프랑켄슈타인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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