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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안돼 존폐론' 아슬아슬한 공수처…'낙제'에 '윤수처' 오명까지

Jimie 2021. 12. 19. 09:02

'1년 안돼 존폐론' 아슬아슬한 공수처…'낙제'에 '윤수처' 오명까지

[검찰개혁 점검] 윤석열 피의자로 4건 입건 수사중

요란했던 고발사주 수사는 인권침해·위법 논란까지

[편집자주]문재인 정부 출범후 검찰의 직접수사범위가 제한되고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가지는 검·경수사권조정제도가 시행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신설됐다. 내년부터는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재판 증거능력도 제한된다. 검찰 개혁은 바른 길을 가고 있는걸까. 성과와 나아갈 방향을 점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후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1.1.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한유주 기자 = 검찰의 72년 기소독점 체제를 허문다는 헌정사적 의미를 부여받고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1개월만에 존폐론이 거론될 정도로 휘청이고 있다.

 

올해 1월 21일 문재인 정부의 강한 검찰개혁 의지로 탄생했지만 지난 1년여간의 성적은 낙제 수준이다. 내달이면 출범 1년을 맞는 공수처는 아직 구속과 기소 모두 0건으로 '빈손'이다.

여당의 입법독주로 출범했다는 공수처의 태생적 한계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증명하라는 더욱 강력한 요구를 받는다. 그러나 '윤수처(윤석열 수사처)'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받고 있다. 첫 발도 떼기 전에 '이성윤 황제 조사'로 국민에 큰 실망을 안겼다.

'정권 수호처', '수사방해처' 등 조롱이 뒤따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며 수사력도 도마에 올랐다.

공수처가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11월 23일까지 총 2599건의 사건을 접수해 그중 24건을 입건했다. 그 과정에서 1605건은 검찰 등 타 수사기관에 이첩했고 307건은 불입건 처리했다. 나머지 663여건은 아직 분석 중이다.

공수처가 입건한 사건 가운데 종결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은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부당 채용 의혹 뿐이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진행 중이어서 이 사건 역시 결론이 났다고 보기 어렵다.

관건은 전직 검찰총장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수사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등 총 4개 사건에서 윤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4건 모두 여권 성향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고발한 사건들이어서 입건 당시부터 대선 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지난 9월 입건한 '고발사주' 의혹 수사는 공수처에 치명상만 입혔다. 압수수색과 피의자 소환조사, 구속영장 청구 등 과정에서 인권침해와 위법 논란에 휩싸이며 '아마추어'를 자인했다.

대검찰청 감찰부가 임의제출 받아 확보한 대변인 공용폰의 포렌식 자료를 압수수색하면서 '하청 감찰' 의혹이 불거졌고, 여운국 차장이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오해까지 샀다. 수사인력을 총동원해 3개월 넘게 수사했으나 고발장 작성자도 밝히지 못하며 의혹은 미궁에 빠졌다.

정치권의 압박과 검찰의 견제 등 '공수처 흔들기가 과하다'는 하소연도 내부에서 나오지만, 공수처 스스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만 1년여간의 논란들이 출범 초기 '성장통'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6.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전문가들은 공수처가 처한 위기에 대해 "수사 대상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집중'하라"고 입을 모았다. 법리적으로도 논란이 많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고발사건을 욕심내 입건할 것이 아니라, 공수처의 설립 목적에 맞게 고위공직자 비리 등 부패범죄에 사건 한두개에 집중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고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뉴스1과 통화에서 "공수처는 규모를 키우거나 사건을 많이 하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중요사건 한두 건에 집중해 존재의 의미를 보여줘야 한다"며 "고발사건은 검경에 이첩하고 공수처가 해야 하는 사건을 신중하게 선택해 부패범죄 수사로 성과를 내야 한다"고 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인 정웅석 서경대 교수는 "공수처의 설립 목적은 뇌물 등 부패범죄 처단인데 정치적 논란에 법리적으로도 애매한 직권남용 사건에만 매달리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직권남용은 어디까지가 재량이고 남용인지 애매해 법리적으로 어려운 수사인데다 일부 시민단체나 정치권 인사들이 주장하는 직권남용 사건만 수사하니 편향성 논란이 반복된다"며 "공수처 스스로 인지해 수사한 사건은 단 한건도 없다보니 더욱 수사력에도 의문이 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공수처의 초조함이 문제"라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성과를 의식해 무리수를 두다보니 오히려 검찰의 폐해를 공수처가 반복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인권수사기구를 표방했지만 언론사찰 의혹이나 무리한 영장청구 등으로 검찰보다 더 부적절한 모습을 보이고있다"고 비판했다.

공수처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공정성과 능력이 검증된 수사인력 채용과 교육이 절실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공수처의 위법 압수수색 논란과 구속영장 청구 기각 등을 보면 검사와 수사관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며 "기관이 비대해지지 않는 선에서 수사경험이 풍부한 전직 검사들 가운데 공정성과 능력이 검증된 인재를 채용하고, 과학수사 분야 등 수사인력은 내부에서 교육할 역량이 떨어질테니 외부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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