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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함께한 이들, 모든짐 제게 지웠다" 박근혜 옥중서신 출간

Jimie 2021. 12. 18. 04:33

"정치 함께한 이들, 모든짐 제게 지웠다" 박근혜 옥중서신 출간

중앙일보

입력 2021.12.17 19:43

업데이트 2021.12.17 20:26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농단 등의 혐의로 징역 22년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70)의 옥중 서신을 모은 책이 이달 말 출간된다.

 

박 전 대통령 측에 따르면 이달 말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된다. 이 책엔 4년 9개월째 수감 생활 중인 박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받은 편지에 보낸 답장이 한 데 담겨 있다.

 

책 제목은 2019년 5월 6일 경북 구미시 선산읍 선상서로에 사는 지지자 박 모씨가 보낸 편지글에서 따왔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빛이 없는 깊은 어둠 속에서 홀로 서 있는 대통령께 지지자들의 편지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과 지지를 담은 편지를 대통령께 보내주셨던 많은 국민께 엮은이로서 정말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와 함께 편지 원본의 내용을 책으로 옮기는 작업은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맡았다.

 

가세연은 “각양각색의 편지를 홈페이지와 우편, 또는 교도소에 직접 방문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보내주셨는데 이 중 166편의 편지를 이 책에 담아봤다”고 설명했다.

김세의 가세연 대표는 “박 대통령께서 ‘영어의 몸’이라 실제로 답장 편지를 보내지는 못하셨지만, 4년 넘게 감옥에 갇혀 계시면서 국민들이 보내온 편지를 모두 다 읽으셨고 열심히 답장을 써주셨다”며 “이 책에는 박 대통령의 서신 외에도 지금껏 박 대통령이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는 다양한 ‘소장 사진’들을 담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좋은 연말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책 서문에서 “돌아보면, 대통령으로서의 저의 시간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드리기 위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노력했다”고 적었다.

 

또 “묵묵히 자신의 직분을 충실하게 이행했던 공직자들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고, 무엇보다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던 이들이 모든 짐을 제게 지우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러나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버렸고, 모든 멍에는 제가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실망을 드렸음에도, 따뜻한 사랑이 담겨있는 편지를 보내주시는 국민 여러분이 있어 지금까지 견뎌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끝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 여러분을 다시 뵐 날이 올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지만 국민 여러분 모두 힘내시기를, 그리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004년 5월 5일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입원 환자, 직원 자녀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탄핵 찬성했던 국민도 박 전 대통령에 편지…朴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이 책에는 박 전 대통령이 과거 탄핵을 찬성했던 30대 지지자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내용으로 보낸 편지에 답장한 내용도 담겼다.

자신을 서울에 사는 33세 청년이라고 소개한 송 모씨는 “과거 가짜뉴스와 그들의 거짓 선동에 휘말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여론에 휩쓸렸다”며 “그것이 정의인 줄 알았고, 민주노총이 장악한 언론에서 보도하는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보며 웃었던 그런 젊은이였다”고 말했다.

 

송씨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 청년들이 과거의 생각을 후회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어 서신을 보낸다”고 밝혔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쉽지 않았을 글을 보내 주셔서 감사하다”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는 아무나 가지지 못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아울러 “제가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청년 세대를 위해 꼭 이루고 싶었던, 그리고 추진 중이었던 정책과 계획들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었던 점”이라며 “앞으로 청년들에겐 무한한 길이 열려 있다. 용기 잃지 마시고, 당당히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앞서 총선 전인 지난해 3월 유 변호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달라”고 한 옥중 메시지가 전해진 바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감옥 안에서 직접 쓴 편지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