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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가 수상하다

Jimie 2021. 12. 15. 16:32

[선우정 칼럼] 추미애가 수상하다

이재명 후보는 그가 왜 자꾸
청와대로 가는 자신의 앞길에
계속 오물을 뿌려대는지
진지하게 의심해 볼 만하다

입력 2021.12.15 00:00
 
추미애 전 장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과거 행적에 대해 공격하고 있다. 5선 의원, 당대표, 법무장관 출신이 할 행태냐는 비판이 여권에서도 나온다.
 

댓글 조작 사건을 고발해 대권 주자 김경수를 날린 주인공이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여당 대표가 내막을 모르고 흥분했다가 제 발등을 찍은 자해극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추 전 장관이 하는 일을 볼 때마다 그 사건에 무언가 심층이 있을 수 있다는 음모론적 의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잊을 만하면 그때 일을 복기하게 하는 특별한 재주가 그에게 있다.

4년 전 사회부장을 맡은 직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일어났다. 그래서 당시 언론에 보도된 정보가 어떻게 생성됐는지 흐름을 어느 정도 아는데, 김경수를 겨냥한 정보가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서 직접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럴 때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이런 의심을 한다. 정보가 공개됐을 때 누가 이익을 보나. 먼저 김경수 전 지사의 정치적 경쟁자들이 떠오른다. 당시 많은 음모론이 나왔지만 경쟁자들도 여러 희한한 사건에 휘말려 줄줄이 사라졌다. 그나마 나락에서 기사회생한 유일한 경쟁자가 이재명이고, 그의 명예선대위원장이 된 추씨는 이번에도 제 발등을 찍는 듯한 이상한 글을 날마다 올리고 있다.

 

다음 의심이 가는 곳은 검찰이다. 드루킹 사건이 일어난 정권 초 검경의 최대 이슈는 수사권 조정이었다. 경찰은 문재인 정권에 잘 보여 더 많은 권한을 검찰에서 가져와야 했다. 그래서 사건을 덮으려 했는데 검찰이 정보를 흘려 경찰을 골탕 먹였다는 가설이다. 진위는 알 수 없으나 허익범 특검이 수사를 가져가면서 “저런 경찰에 수사권을 통째로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이 경찰의 수사권 열망에 찬물을 뿌린 건 사실이다. 이때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후보다. 결과적으로 이때부터 추씨는 윤석열을 도운 것이다.

 

일본 전통극 ‘노(能)’에서 배우의 최고 경지를 뜻하는 ‘이견(離見)의 견(見)’이란 말을 나는 좋아한다. 무대에서 떨어진 객석 관객의 눈으로 연기하는 자신을 쳐다본다는 뜻이다. 완벽한 자기 객관화를 말한다. 누구나 이렇게 살 수는 없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은 조금씩 이 능력을 터득하고 남을 의식해 살려고 노력한다.

                                          추미애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합성사진/페이스북

 

추미애가 법무장관이 됐을 때 그는 완전히 남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여당 초선 의원들 앞에서 책상을 탁탁 치면서 “장관의 지시를 겸허히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새삼 지휘랍시고 해 가지고”라며 박자까지 맞춰 말할 때 그는 권력의 황홀경에 푹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 나이에 보이는 그런 행태를 세상은 그냥 ‘꼰대 짓’이라고 한다. 추미애가 윤석열의 종아리를 몽둥이로 때리는, 너무 유치해 보통 사람이라면 차마 자세히 볼 수 없는 합성사진을 공개한 것도 그가 노추(老醜)의 함정에 빨려 들어가 있음을 말해준다. 아니라면 무언가 까닭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법원이 그가 내린 윤석열 징계 사유 몇 가지를 인정하자 “석고대죄하라”고 했다. 나는 윤 후보의 검찰권 장악에 지나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지금도 많은 국민이 염려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당시 국민이 분노한 것은 징계 사유와 절차가 아니라 조국, 울산시장 선거, 원전 등 정권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총장을 강제로 끌어내린 권력의 폭력이었다. 추 장관은 몰랐을까. 알았다면 왜 무리했을까. 그 덕분에 윤석열은 정치적 검증을 거쳐 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차지했다. 추미애를 빼면 정치인 윤석열은 존재하지 않는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아트디렉터 이제석과 박서원이 만든 유명한 반전(反戰) 광고의 제목이다. 군인이 총을 들고 누군가를 겨누고 있지만 총부리는 기둥을 한 바퀴 돌아 자신의 뒤통수를 향해 있다. 추미애의 총구가 늘 그렇다.

한국인 아트디렉터가 제작한 반전 광고 포스터. 이 포스터를 둥근 기둥에 감으면 적을 향해 겨눈 총구가 자신의 뒤통수를 향한다. 제목은 '뿌린 대로 거두리라'.

요즘 그는 윤 후보의 아내를 겨냥하고 있다. “줄리라고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나왔다. 주얼리이기 때문이었나!” “줄리에 대한 해명; 줄리할 시간이 없었다. 근데 주얼리에 대하여는?” “건진요. 건희씨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조국의 강은 실체가 없었으나 줄리의 강은 실체가 있다.” 페이스북 글들이다. 5선 국회의원, 당대표, 법무장관 출신이 쓸 글인가. 여성 인권의 상징이라는 권인숙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캠프에서 어떻게 이런 행태를 용인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관련 기사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 시켜주려고 저러니 그냥 놔두라”는 댓글이 주류를 이룬다. 김부선씨는 추씨의 합성사진을 두고 이렇게 썼다. “윤 후보는 새벽마다 추씨에게 냉수 한 사발이라도 떠올리고 조석으로 감사 인사 올리시라.”

그의 독설은 오히려 독설의 상대를 키워주는 이상한 위력을 갖고 있다. 그 위력을 윤석열을 향해 다시 발산해 여권의 대선 가도를 좁히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그가 왜 자꾸 자신의 앞길에 오물을 뿌리는지 이제 진지하게 의심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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