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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경제는 성과”… 이재명, 우클릭 행보 당내서도 우려

Jimie 2021. 12. 13. 04:38

전두환, 경제는 성과”… 이재명, 우클릭 행보 당내서도 우려

“이승만, 농지개혁 칭찬받을 만
박정희, 경제 대국 만든 공 있어”
중도확장 행보… 정의당은 비판

입력 : 2021-12-13 04:07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상설시장을 방문,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보수 성향이 짙은 대구·경북(TK) 지지 확보에 전력을 다했다. 그는 경북 안동 출신임을 앞세워 TK 민심에 호소했다.

특히 이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는 말까지 던졌다. 중도외연 확장을 위한 ‘우클릭’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민주당 내에선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 후보는 12일 경북 예천 상설시장을 방문해 진행한 즉석연설에서 “제가 언젠가 세상을 떠나면 묻힐 곳, 제 어머니와 아버지가 묻혀계신 곳이 대구·경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전남·광주·전북을 다녔는데, 그 지역에서는 ‘당신은 대구·경북에서 태어났다면서도 왜 그 동네서 지지를 못 받냐’고 하시는데, 드릴 말씀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서 동질감을 강조했다. 그는 “예천이 디비지면(‘뒤집히면’의 경상도 사투리), 경북이 디비질 것이고, 영남이 디비질 것이고, 대한민국이 디비져서 국가가 오롯이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경제를 성장시키고 공정한 세상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일부터 대구·경북지역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소화 중인 이 후보는 TK 정서에 호소하기 위해 역대 보수정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모든 정치인에게는 공과가 공존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3저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분이 딱 한 개, 제가 볼 때 칭찬받을 것이 있다”면서 “바로 농지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경북 구미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대구·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인권 침해, 민주주의 파괴, 불법 정치의 명백한 과오가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을 산업화를 통해 경제 대국으로 만든 공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이날 추풍령휴게소의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찾아 박 전 대통령의 건설사업 성과를 기리기도 했다.

이 후보의 이런 행보는 중도외연 확장을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진영이나 이념과 관계없이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판단하는 이 후보의 실용적이고 유연한 역사관을 보여준 것”이라며 “중도 보수층 지지를 확보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민을 살해하고 집권한 전두환씨에 대해 ‘공도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며 “‘광주를 찾아 전두환 비석을 밟을 땐 언제고 또 말이 바뀌느냐’ 식의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의원은 “이 후보의 발언 전체 맥락을 보면 이해가 될 수도 있지만, 일부분만 발췌돼 공격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선 기간에는 말 한마디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후보는 전씨에 대해 설명하면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 생명을 해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중대범죄”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 대목은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우려해 선대위 내부에서도 이번 메시지 톤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문재인정부와 차별화하려다 국민의힘 후보가 되실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고 말했다가 홍역을 치렀던 일을 상기시키면서 이 후보의 역사관이 윤 후보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정현수 기자, 예천·칠곡=오주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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