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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따라 달라지는 이재명 후보의 역사평가 당혹스럽다

Jimie 2021. 12. 13. 04:41

 

[사설] 지역 따라 달라지는 이재명 후보의 역사평가 당혹스럽다

입력 : 2021-12-13 04:0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주 경북 지역을 방문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과를 평가했다. “전두환이 3저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대선 후보가 특정 지역을 찾아 그 지역 출신의 정치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평가는 결이 다른 문제다. 이 후보는 불과 한 달 반 전 비슷한 발언을 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 후보가 “전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고 발언하자, 이 후보는 “전두환씨는 내란범죄의 수괴이고 집단학살범”이라고 말했다. 광주를 방문해서는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입구 바닥에 박혀 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두 번이나 밟은 뒤 “윤 후보님은 존경하는 분이라 밟기 어려우셨을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이 후보가 경북 지역을 찾았다는 이유로 전두환의 경제를 칭찬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스스로의 말을 부정하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는 윤석열, 전두환이 경제는 잘했다는 이재명”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전두환 발언을 히틀러, 스탈린, 이완용 등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이완용이 나라 팔아먹은 것을 빼면 정치를 잘한 것이냐” “살인마에게 표를 구걸하느냐” “독일에서 히틀러가 학살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민주당이 이 후보 발언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른 당 후보가 공과를 말하면 역사의식이 없는 것이고, 자기 당 후보가 말하면 유연한 사고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 후보의 발언이 전 전 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한 의도는 아닐 것이다. 다만 그런 유연한 사고는 자신은 물론 상대방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윤 후보는 자신의 발언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하다가 결국 사과했다. 이 후보의 선택이 궁금하다. 

국민일보(ww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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