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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不…不…不의 나라가 된 대한민국

Jimie 2021. 11. 16. 05:28

[창간 14주년 기획-정치개혁 4.0]

不…不…不(불평등·불공정·불안전)의 나라가 된 대한민국

[대한민국 정치실종 보고서-2] 등 돌린 청년세대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 조치가 불공정 문제 낳아

서울시민 53.5%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불공정"

코로나19·산업재해 등 불안전 극심…"대책 미흡"

 

#. 지난해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뒤집혔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다. 정부가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밀어붙이면서 기존 정규직 공사 직원들과 취업준비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고객센터(콜센터) 상담원 1600여명을 사실상 직고용하기로 해 내부 반발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공약은 노동시장 불평등을 해소하려다 되레 불공정 문제를 숙제로 남겼다.

 

기회·소득·성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의식주는 물론이고 교육·취업 등에도 파고들었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불공정 문제가 있다. 특히 출발선에서부터 금수저·흙수저로 나뉘다 보니 공정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공정사회 구현 실패···등 돌린 청년세대

 

흔히 불평등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혹은 덜 가진 자로 구분된다. 상위 10% 부자들이 소유한 주식 비율이 전체의 몇 %인지, 부(富)가 세습되지는 않는지, 그렇다면 불평등은 대물림되는 것 아닌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승진을 목전에 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또는 연장자라는 이유로 먼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임원, 젊은 임원 등용에는 '파격'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정권마다 이런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공정사회 구현을 기치로 내걸지만, 보수·진보 모두 신통찮다. 상대적으로 국민 기대가 큰 진보 정권에서 오히려 불평등도가 심화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우리나라의 소비불평등 추정 및 주요 특징 분석' 보고서를 보면, 정부 이전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소비불평등도가 2019년보다 상승했다. 게다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중 특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등은 불공정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는 청년세대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청년의날 기념사에서 '공정'이란 단어를 37번 언급하며 2030 청년층 민심을 다독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정부는 부랴부랴 청년 일자리 창출과 등록금·월세 지원 등 카드를 꺼냈다.

공정에 대한 불신은 전 연령층으로 퍼졌다. 서울시민 10명 중 6명은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간과할 수 없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공정성 담론과 서울공공도시지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얼마나 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1.2%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공정하다는 응답 비율은 9.4%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20~6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무엇보다 응답자의 53.5%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불공정하다고 인식한 점이 눈에 띈다. 서울연구원 측은 “2020년 전후 나타난 공정성 담론은 교육·취업 기회와 관련됐다"며 "불공정 입시와 부정 채용은 청년세대가 가장 민감한 공정성 가치의 영역인 만큼 당연하게 여겼던 규칙과 관행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재해 불안전 심화···법률은 '모호'

 

불안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당장 코로나19와 변이 바이러스를 떠올릴 수 있다. 지난해 창궐한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때보다 안전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돌입하기까지 1년10개월이 걸렸다. 그사이 발생한 의료계 파업은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병동이 모자라고, 손이 부족할 때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정부가 의료계 의견을 듣지 않고 밀어붙인 의료보건정책이 의사, 특히 의대생·전공의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국민들이 떠안아야 했다.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 위에 야속한 마음이 얹어졌다. 물론 이런 시기에 민감한 정책을 소통 없이 추진한 정부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의료계 파업은 인력 확충 등 문제로 현재 진행형이다.

코로나19가 재난이라면, 재해로 인한 불안전도 극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재해율(노동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 비율)은 평균 이하지만,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 비율)은 0.46으로 영국(0.04), 독일(0.16), 일본(0.19), 미국(0.36) 등과 비교해 최대 10배가량 높다.

이에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경영자도, 노동자도 반기지 않고 있다. 범위와 책임 주체가 너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0인 이상 기업 31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이행준비 및 애로사항 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 시행일까지 시행령에 규정된 안전보건 확보 의무 준수가 어렵다는 응답이 66.5%를 차지했다.

특히 사측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예산 및 인력’이란 개념이 상당히 모호하다고 말한다. 경총은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정부가 '적정한 예산'에서 '필요한 예산'으로 일부 문구를 수정·구체화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어느 정도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뇌·심혈관계 질환 등도 직업성질병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될 때에도 최초 논의 내용에서 후퇴한 측면이 있는데 시행령까지 내려오면서 더욱 모호해졌다"고 지적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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