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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윤 총장님"이라던 文…축하 메시지 없이 '난'으로 결별

Jimie 2021. 11. 8. 20:21

"우리 윤 총장님"이라던 文…축하 메시지 없이 '난'으로 결별

중앙일보

입력 2021.11.08 17:33

업데이트 2021.11.08 17:53

강태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9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별도의 축하 메시지 대신 난(蘭)을 보내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환담을 나누기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날 중 윤 후보 등 야당 후보들에게 문 대통령 명의의 난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후보들과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며 “다시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난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달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난을 보내는 것 외에 별도의 축하 메시지을 내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선출된 직후 “민주당 당원으로서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냈고, 26일엔 이 후보를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 관계자는 “이 후보에 대한 축하 메시지는 민주당 당원 자격으로 보낸 것으로, 국민의당 소속 윤 후보와는 완전히 경우가 다르다”며 “만약 윤 후보가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할 경우 만남을 검토해볼 수 있겠지만, 청와대가 먼저 초청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가 면담 요청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 출범 직후 윤 후보를 검찰총장으로 파격 임명하며 이어온 두 사람의 5년 인연은 별도의 메시지 없는 형식적인 난 전달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2019년 9월 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굳은 표정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윤 후보와 이러한 ‘불편한 이별’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스스로 임명한 검찰총장이 제1야당 대선 후보에 오른 상황을 축하하기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 4년여간 문 대통령과 윤 후보의 관계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했다. ‘적폐청산’을 제1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 대통령은 당선 열흘만에 윤 후보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당시 청와대는 “최순실 게이트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 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를 승진 인사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2년만에 검찰총장으로 직행했고,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그를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호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윤 후보의 정치 참여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입을 닫았다. 연합뉴스

 

그러나 윤 후보는 검찰총장이 된 후 조국ㆍ추미애ㆍ박범계로 이어지는 법무장관과 갈등을 빚다 지난 3월 결국 스스로 사퇴했고, 결국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