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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손잡고' 울려퍼진 故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

Jimie 2021. 10. 30. 13:54

'손에 손잡고' 울려퍼진 故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정과 운구차량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30일 고인이 재임 시절 개최한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하는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엄수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영결식 참석자는 유족과 친지, 장례위원회 위원, 국가 주요인사 등 50명 이내로 최소화됐지만 300명 이상의 시민들이 광장 인근에 몰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영결식이 거행됐다. 고인의 영정 사진과 관이 실린 리무진 차량행렬은 노제가 진행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를 오전 9시 49분 떠난지 약 1시간 만인 오전 10시46분에 영결식 장소에 도착했다.

 

이 행렬을 노 전 대통령의 대형사진을 실은 차량, 유족차량 3대, 구급차, 경호차량 등이 함께했다. 영결식에는 유가족 이외에도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국가 주요인사들이 참석했다.

영구차가 영결식 행사장으로 들어오자 국군교향악단이 조곡을 연주했고, 의장대가 도열해 노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후 영결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 고인에 대한 묵념 후 장례 집행위원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약력보고, 국가장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의 조사, 6공 당시 노재봉 전 국무총리의 추도사 순으로 진행됐다.

김 총리는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북방외교,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토지공개념 도입, 대규모 주택공급 등 노 전 대통령의 공적사항을 열거했다. 다만 김 총리는 "고인께서 대통령으로 재임하시는 동안 많은 공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가 애도만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풀어야 하는 숙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노태우 전 대통령이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12·12 사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고인에게 제기되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김 총리는 "어떠한 사죄로도 5·18과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되신 영령들을 다 위로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도 "오늘의 영결식은 고인을 애도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에게는 "지금처럼 고인이 직접 하지 못했던 사과를 이어가주시기 바란다. 과거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에도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추도사를 낭독한 노 전 총리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며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각하'로 칭하며 과거 노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풀어냈다. 노 전 총리는 "이따금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로 시작되는 서울올림픽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아직도 저의 귀에 너무나도 생생하게 남아있다"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다만 노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의 '군 출신 대통령은 나로서는 마지막'이란 말을 전하며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있는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육사 1기 졸업생들이) 보는 한국 정치는 우선 국방의식이 전혀 없는 난장판으로 인식됐던 것"이라며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통치기능에 참여하게 되는 계기였고 1기 장교들의 숙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을런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군사정권의 당위성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노 전 총리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아쉽게도 핵으로 위협받는 북한에 대해 적 개념조차 지워버린 실존적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각하께서 역사적 판단을 내리신 시민사회의 존재도 이제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교들의 종교의식이 거행됐으며, 고인의 생전영상이 상영됐다. 참석자들의 헌화행렬이 끝난 뒤에는 고인이 즐겨부른 것으로 알려진 88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임웅균 테너와 가수 인순이 씨가 불렀다. 영결식 막바지엔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조총(弔銃)이 발사됐다.

영결식은 오후 12시20분께 종료됐다. 노 전 대통령의 관을 실은 운구차는 화장이 이뤄지는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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