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집단면역 달성" 치하한 요양병원, 다시 집단감염 터진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9 05:00
부산 요양병원 코로나19 집단감염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산 기장군의 한 요양병원에서 8일 오전 직원들이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고 있다. 이 병원에서 48명이 확진됐고 42명이 돌파감염자이다. 송봉근 기자
전국 요양원·요양병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다시 번질 조짐을 보인다. 지난 2월 말 요양원·요양병원의 60세 이상 환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후 4~6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거의 사라졌는데, 4차 대유행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상황이 다시 악화할 위험에 놓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욱 국방부 장관의 군 장병 접종 현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요양병원 등을 제외하고는 군이 최초의 집단면역 달성 사례"라며 요양병원이 집단면역을 달성한 것처럼 얘기했는데, 요양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서울·부산·경남·대전·인천 등 거의 전국의 요양원·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권덕철 중난재난안전대책본부제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요양원과 실내체육시설 등에서의 집단감염이 발생하여 다시 확산세로 돌아설 조짐마저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데는 부산·경남이다. 부산 기장군의 한 요양병원에서 8일 환자 7명과 종사자 1명이 코로나19에 추가 확진됐다. 지금까지 환자 41명, 종사자 5명, 가족 접촉자 2명 등 모두 48명이 확진됐다. 이 중 42명이 2차 접종 14일 후 감염되는 '돌파감염' 사례이다. 경남 김해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13명이 감염됐고, 이 중 10명이 돌파감염자이다.
수도권에서도 돌파감염이 잇따른다.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관악구의 한 요양원에서 10여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서울 강서구 요양병원에서도 지난달 30일부터 환자·종사자 10여명이 확진됐다. 경기도 안산시의 한 요양원에서 10여명(가족 포함)이 확진됐다.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대전광역시의 요양원·주간보호센터, 요양병원에서는 지난달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직후 집단감염이 잇따랐다. 충남 논산시 한 요양원은 이달 5일 입소자가 첫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2명으로 늘었다.
방대본 분석에 따르면 4차 대유행 시작 직전 2주일(6월 23일~7월 6일) 요양병원·요양원 확진자는 21명(0.2%)에 불과했다. 최근 2주(7월 26일~8일)에는 중 78명(0.4%)으로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은 복합적인 이유로 요양병원·요양원의 돌파감염에 의한 집단감염이 는다고 본다. 질병청 관계자는 "AZ 백신이 델타 바이러스에 효과가 낮다는 연구가 있는 점, 접종 후 시일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지고, 고령 노인의 백신 면역 반응이 활발하지 않은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5일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돌파감염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 견해는 다르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번지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종전의 코로나19 초기의 바이러스와 알파 변이와 다르게 파고든다"며 델타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오 교수는 "AZ백신이라서, 고령 노인이라서, 시간이 지나면서 백신 효과가 떨어져서 요양시설의 돌파감염이 느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오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기관지에 발표된 논문을 근거로 들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한 지역에서 지난달 6~25일 확진된 469명을 분석했더니 346명이 백신 접종 완료자였다. 이 중 바이러스양을 측정할 수 있는 127명을 따로 분석했더니 델타 변이 감염자가 89%에 달했다. 화이자 백신 접종자가 46%, 모더나가 38%, 얀센이 16%였다. 40세가 평균 연령이었지만 76세도 있었다. 접종 완료 14일 후 평균 86일이 지난 시점에서 감염됐다.
국내 요양원·요양병원의 집단감염이 늘어도 사망자가 많이 증가하지 않는다. 하루 사망자가 거의 5명을 넘지 않는다. 8일 0시 기준 치명률은 1.01%로 떨어져 1% 미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부산·경남 지역 요양원·요양병원 돌파감염자 중 위중·중증으로 악화한 사람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명돈 교수는 "미국 등지의 해외 사례를 보면 돌파감염 돼도 무증상도 있고, 입원하거나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며 "백신이 듣고 있다는 게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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