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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관 반지, 후배들에게 물려줄까요" "선수촌 방역 엉망"

Jimie 2021. 7. 29. 05:14

LIVE ISSUE 제32회 도쿄올림픽

"월계관 반지, 후배들에게 물려줄까요" "선수촌 방역 엉망"

입력 2021.07.28 22:46

 

도쿄올림픽 선수단 귀국 현장
여자펜싱, 진종오, 이대훈 인터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단체 에페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최인정(왼쪽부터), 강영미, 송세라, 이혜인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에게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영종도=뉴시스

 

"평생 끼고 있다가 다음 후배들에게 물려줄까 싶어요."

2020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은메달을 합작한 한국 대표팀의 최인정(31·계룡시청), 강영미(36·광주광역시 서구청), 이혜인(26·강원도청), 송세라(28·부산광역시청)가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은 대회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에 32-36으로 석패했지만 금메달만큼 값진 은메달이었다. 여자 에페가 메달을 딴 건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이다. 맏언니 강영미는 귀국 인터뷰에서 "경기가 끝난 뒤 '괜찮다. 우리 잘했다'고 말해줬다. 서로 다독이고 위로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선수들의 손가락에는 올림픽 준비를 시작하며 같이 맞췄다는 '월계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이 반지는 금색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겼다. 그런데 최인정이 돌아오는 길에 그만 반지를 잃어버렸다. 최인정은 "평생 끼고 있으려고 했는데 비행기에서 잃어버렸다"며 "새로 맞출까 고민 중이다. 평생 끼고 있다가 다음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것도 아이디어로 나왔다"고 웃었다.

 

최인정, 강영미, 송세라, 이혜인이 28일 도쿄올림픽 선수촌을 나서기 전 올림픽링 앞에서 월계관 반지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최인정이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대한펜싱협회 제공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따지 못한 채 돌아온 '사격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는 "당분간 총을 안 쳐다볼 것 같다"고 씁쓸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그는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에서 추가은(20·IBK기업은행)과 함께 출전했지만 본선 1차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 4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한 진종오는 도쿄에서 메달을 추가했더라면 한국 선수 최다 올림픽 메달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신기록을 세우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진종오는 "맏형이고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멋지게 스타트를 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영종도=뉴시스

 

진종오는 대회 기간 내내 누구보다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지켜 눈길을 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훈련은 물론 경기 중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반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10m 공기권총 본선에서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겼고 결선은 무조건 벗도록 했다. 진종오는 납득하지 못했다.

 

그는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위험했다"며 "조직위가 준비를 잘못한 것 같다. 테러리스트가 1위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느냐"고 성토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포스트'가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란의 자바드 포루기가 테러 조직인 이란혁명수비대 조직원이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이야기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태권도 국가대표 이대훈. 영종도=뉴시스

 

태권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도쿄 현지에서 11년 동안 가슴에 달았던 태극마크를 내려놓겠다고 밝힌 이대훈(29·대전시청)은 "패배를 해서 은퇴하는 건 아니다"라며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회 우승했고, 아시안게임 태권도 사상 첫 3연패도 달성한 그는 올림픽 금메달만 손에 넣지 못했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은메달, 2016년 리우데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장면을 올림픽 금메달로 장식하고 싶었지만 결과는 노메달이었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상대방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는 등 멋진 매너를 보여준 그는 "경쟁을 많이 왔던 선수여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제가 졌을 때도 상대편 선수가 위로를 해준 적이 있어 저도 상대를 칭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