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철수한 아프간의 비극… 탈레반, 투항한 정부군 22명 총살
- 동아일보
- 조종엽 기자
- 입력2021.07.15 03:00최종수정2021.07.15 03:11
CNN, 해당 영상-목격자 증언 공개… ‘항복’ 의사표시에도 주저 없이 난사
정부군, 장비-병력 열세 각지서 밀려… 탈레반 “아프간영토 85% 점령” 주장
탈레반 피해 보름새 5600가구 이주 … “국경 맞댄 中서 적극 개입” 전망도
두 손 들었건만…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이 투항하는 비무장 정부군 22명을 총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항복의 표시로 두 손을 치켜든 채 건물 밖으로 나오는 정부군을 향하고 있는 탈레반의 총기가 오른쪽에 보인다. CNN 영상 캡처
미군이 다음 달 31일까지 철수를 마치기로 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이 투항하는 비무장 정부군 22명을 무참하게 총살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CNN이 13일 보도한 이 영상은 무장한 탈레반 병사들이 둘러싸고 있던 한 건물에서 아프간 정부군 특수부대원 10여 명이 걸어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정부군 중 무기를 든 사람은 없고, 항복의 표시로 양손을 하늘로 쳐든 이들이 있다. 탈레반 병사가 “항복하라, 항복하라”고 소리치고 이어 “신은 위대하다(Allahu Akhbar)”는 외침이 두 번 들린다. 그리고 총소리가 소나기처럼 이어지고 몇 초 뒤 정부군들은 시신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적십자사는 22구의 시신이 수습됐다고 확인했다.
CNN은 이 총살이 지난달 16일 아프간과 투르크메니스탄 접경지역 마을에서 일어났다며 목격자들의 증언과 함께 전했다. 정부군 특수부대원들은 2시간 동안 교전을 벌이다가 탄약이 떨어졌다고 한다. 한 목격자는 “탈레반은 정부군을 포위한 뒤 길 한복판으로 데려와 사살했다”고 했다. 다른 목격자는 “정부군이 ‘저항하지 않는다’는 표시로 손을 들고 항복했지만 탈레반은 그냥 총을 쐈다”고 말했다.
미군이 철수 중인 가운데 아프간 정부군은 각지에서 탈레반에 밀리고 있다. 소수민족이 많이 거주하며 친미 군벌들의 거점으로 평가됐던 북부 지역도 속속 탈레반의 손에 떨어지고 있다. 탈레반 측은 아프간 영토의 85%를 점령했다고 9일 주장했다. 최근 정부군 부대는 보급과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탈레반보다 장비와 병력이 열세에 놓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탈레반이 점령지를 넓혀가는 가운데 최근 1000명이 넘는 정부군이 국경을 맞댄 타지키스탄으로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을 피해 피신하는 난민들도 북부를 중심으로 최근 수천 가구에 이르고 있다. AP통신은 13일 아프간 정부 발표를 인용해 최근 15일간 5600여 가구가 집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점령지에서 고압적으로 세금을 거둔다고 주민들은 토로했다. 트럭 운전사 아쇼르 알리는 “탈레반은 석탄 한 짐을 옮겨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을 통행료로 부과한다”고 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14일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수’ 결정을 두고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으로 재임 중이던 2001년 9·11테러가 나자 그해 10월 미군의 아프간 공습을 지시하며 아프간전을 시작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프간 여성들과 소녀들이 말로 다 할 수 없는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 아주 잔혹한 사람들에게 학살당할 위협에 처했다”고 말했다.
미군 철수에 따른 힘의 공백을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중국이 메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모두 중국을 향해 ‘도와 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함둘라 모히브 아프간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러시아 중국 인도 등 3국이 아프간에 공포와 맞설 힘을 주길 바란다”고 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7일 “중국이 가능한 한 빨리 재건사업 투자 협의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4박 5일 일정으로 16일까지 아프간 주변 3개국(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순방에 나서기 전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위해 평화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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