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7년 구형' 정경심 "비난·조롱에도 끝난게 아니라는 의지로 견뎌"

'징역7년 구형' 정경심 "비난·조롱에도 끝난게 아니라는 의지로 견뎌"

• 머니투데이
• 김종훈기자
• 입력2021.07.13 05:22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박수현 기자] [theL] 2심 최후진술서 "아이 스펙 만들어준 적 없다" 호소…

다음달 11일 선고

 

정경심 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경심 교수가 2심 최후진술을 통해 "저의 직책, 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아이의 스펙을 만들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 교수는 지난 12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엄상필 심담 이승련) 심리로 열린 항소심 마지막 공판 최후진술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아이의 부탁으로 지인을 통해 체험활동 기회를 마련해준 적은 있지만 내용도 잘 모른다"며 "이제 와서 생각해봐도 무엇을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 교수는 "배우자가 법무장관 후보자로 발표된 후 제 삶은 단 한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상황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 쳤다"며 "저와 제 배우자는 검찰, 언론에 의해 범죄자로 순식간에 낙인찍혔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두렵고 충격적인 상황이 숨쉴 틈조차 없이 계속됐다"며 "당황한 가운데 방어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방어를 위한 저의 행동도 범죄로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1심 재판 내내 검찰과 일부 언론은 배우자를 끌어들여 권력비리, 국정농단보다 사악하다고 했다"며 "체중이 15kg이 빠지고 수사과정에서 서너번 실신했다. 오래 전 기억을 끌어올려야 방어가 될텐데 뇌가 정지된 것 같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검찰은 이미 방향을 정해놨고 제 답변은 꼬투리를 잡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느낌이었다"며 "두려움과 혼돈 속에서 방어적이고 수동적으로 조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정 교수는 "저는 구속돼서 적대적인 여론에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고 핵심증인들은 회피하는 등 악조건 속에서 1심 재판을 받아야 했다"며 "결과는 참담했다. 2020년 12월23일 성탄절을 앞둔 날 법정구속돼 구치소 독방에 다시 갇혔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제 가족을 향해 엄청난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다. 절망의 늪이 어둡고 길었지만 어미로서의 책임감, 인간으로서의 자존감, 2심 재판의 희망을 끌어모아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꺾인 의지를 가까스로 일으켜 세웠다"고 강조했다.

구치소에서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는 정 교수는 "세속의 일에 치여 대학생활의 순수함을 잃었고 안일한 생각도 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경제적 안정, 노후를 꿈꾸며 불로소득을 바라기도 했다. 지나온 길만큼 후회도 있지만 원칙이 있었고 노력도 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았고 사치품을 구매하지도 않았다. 가사도우미 도움 받지 않고 동분서주했다"며 "내세울 만한 선행을 베풀지는 못했지만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이 시련이 끝나면 나은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 재판을 통해 억울함이 밝혀지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1일 오전 10시30분에 선고를 내리기로 했다. 앞서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정 교수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정 교수의 혐의는 크게 자녀 학사비리와 불법 재산증식 두 가지로 나뉜다. 자녀 학사비리는 딸을 의학전문대학원에 보내기 위해 인맥들을 동원, 가짜 스펙을 꾸며냈다는 내용이다.

특히 쟁점이었던 것은 단국대 논문 1저자 허위등재와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다. 단국대 장영표 교수는 정 교수의 딸 조씨를 의학논문 1저자로 올려 학술지에 발표했는데, 고등학생이었던 조씨가 1저자 역할을 했다고 믿기에는 전문성이 너무 높은 논문이라 논란이 일었다.

결국 대한병리학회는 해당 논문을 철회했다. 조씨는 대입과정에서 이 논문을 고려대에 제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재산증식은 코링크PE와 관련돼 있다. 코링크PE는 자동차부품회사 익성 지시로 설립된 회사로, 이 회사와 연이 있던 조범동씨가 설립을 주도했다.

조씨는 조 전 법무장관의 5촌 조카다. 검찰은 코링크PE의 실소유주는 정 교수라고 주장해왔다. 정 교수가 조씨에게 건넨 10억원이 코링크PE 설립자금이 됐다는 점, 조씨가 경영컨설팅 명목으로 코링크PE 자금 1억5000만원을 빼다가 정 교수에게 줬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투자금, 투자이익금 관계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거래구조라는 것이다.

1심은 학사비리는 전부 유죄, 재산증식 혐의는 불법 주식거래 일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선고 형량은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이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