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ons

Man is but a reed, the most feeble thing in nature; but he is a thinking reed

Jimie 2021. 7. 12. 08:49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다

<김광우 2017.01.29 17:31>

 

39세에 요절한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1623-62)3세 때 어머니와 사별하고 소년시절에 아버지를 따라 파리로 왔습니다. 학교교육은 받지 않았으나 독학으로 유클리드기하학을 공부하며 연구했습니다. 16세에 <원추곡선론Traité des sections coniques>을 발표하여 당시의 수학자들 특히 르네 데카르트로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1647년 질병의 진단을 받기 위해 파리로 돌아온 파스칼은 귀국 중에 있던 데카르트의 방문으로 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다.파스칼의 대표작으로 그의 사후에 발간된 <팡세Pensées>(1670) 서두에 나오는 말입니다. Pensées생각들이란 뜻의 프랑스어입니다. 1부는 하느님 없이 사람이 얼마나 가련한가라는 점을 논증합니다. 파스칼은 몽테뉴Montaigne에게서 영감을 받고 인간 본성의 수많은 취약점을 예시했습니다. 2부는 신학적인 내용으로 하느님과 함께라면 인간은 참으로 행복하다는 것을 논증합니다. 즉 그리스도교 진리를 따라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팡세>는 미완성이지만 이성을 깨우쳐 주는 경탄스러운 문구들이 많습니다.

 

갈대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인간은 자연 중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입니다. 갈대처럼 흔들리기 쉽고 연약한 존재이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힘을 지녔기 때문에 고귀하고 위대합니다.

 

자기는 이 세상의 전부다. 왜냐하면 죽고 나면 그에게 있어서 이 세상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활이란 생각하는 것이 그 본질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오로지 사고에 있다. 인간의 내부에 있는 모순되는 두 요소, 즉 천사의 일면과 금수의 일면 중에 어느 쪽이 나를 지배하는가는 나의 사고에 달려 있다.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는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천하절색인 클레오파트라는 천하의 영웅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사랑의 노예로 만들어 이집트 왕국을 20년 동안 꿋꿋하게 지켜낸 시대의 여걸이었습니다.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는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봄바람 같은 유혹에 쉽게 무너졌습니다. 아주 작은 사건 하나가 역사의 큰 줄기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의미로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는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를 위해 만들었다는 로마의 동전에 나타나는 그녀의 모습은 매부리코에 살이 찐 도톰한 모습입니다. 코는 이상적인 로마 미인과 비교할 때 긴 편이었습니다. 피부도 검었습니다. 미모보다는 세련된 매너와 현란한 화술이 영웅들을 녹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뇌하면서 길을 찾는 사람, 그것이 참된 인간상이다라고 말한 파스칼은 불행의 원인은 늘 자신에게 있다. 몸이 굽으니 그림자도 굽었다. 어찌 그림자 굽은 것을 한탄할 것인가! 나 이외에는 아무도 나의 불행을 치료해줄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자유를 갖는 것은 좋지 않다.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지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한 파스칼은 인간의 덕은 그 비상한 노력으로서가 아니라 그 일상적인 행동에 의해서 측정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며, 정의 없는 힘은 폭군이다. 우리는 정의로운 것을 강하게 만들 수가 없어서 강한 것을 정의로운 것으로 만들었다.

 

 

Blaise Pascal (/pæˈskæl/ pass-KAL, also UK: /-ˈskɑːl, ˈpæskəl, -skæl/ -⁠KAHL, PASS-kəl, -⁠kal, US: /pɑːˈskɑːl/ pahs-KAHL; French: [blɛz paskal]; 19 June 1623 – 19 August 1662) was a French mathematician, physicist, inventor, philosopher, writer and Catholic theologian.

 

The Pensées ("Thoughts") is a collection of fragments written by the French 17th-century philosopher and mathematician Blaise Pascal. Pascal's religious conversion led him into a life of asceticism, and the Pensées was in many ways his life's work. It represented Pascal's defense of the Christian religion, and the concept of "Pascal's wager" stems from a portion of this work.

 

The Pensées is the name given posthumously to fragments that Pascal had been preparing for an apology for Christianity, which was never completed. That envisioned work is often referred to as the Apology for the Christian Religion, although Pascal never used that title.

 

 

Famous quotes of Blaise Pascal

 

The human being is only a reed, the most feeble in nature; but this is a thinking reed.

It isn't necessary for the entire universe to arm itself in order to crush him; a whiff of vapor, a taste of water, suffices to kill him. But when the universe crushes him, the human being becomes still more noble than that which kills him, because he knows that he is dying, and the advantage that the universe has over him. The universe, it does not have a clue.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일까 억새일까

 

인류 최초의 악기 중에 피리가 있었습니다. 어떤 피리는 갈대 줄기를 잘라서 만들었습니다. 이런 사실은 그리스 신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다의 님프 갈라테이아와 목신의 아들 아키스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요. 그런데 갈라테이아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가 있었습니다.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였습니다. 아무리 구애해도 사랑받을 수 없었던 폴리페모스는 수백 개의 갈대를 잘라 만든 피리를 꺼내 불거나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수백 개의 갈대를 잘라 만든 피리’라는 표현이 팬 플루트를 연상시키지요. 하지만 아무리 피리를 불어도, 노래를 불러도 사랑받지 못해 생긴 분노를 진정시킬 수 없었던가 봅니다. 폴리페모스는 언덕을 뜯어서 아키스에게 던져 죽이고 맙니다. 하늘이 무너진 갈라테이아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신이시여, 아키스를 강으로 만들고 저를 갈대로 만들어 그의 곁을 영원히 지키게 해주세요.” 신은 그녀의 간청을 들어주었습니다. 갈대가 억새와 달리 물가에서 사는 이유입니다.

 

갈대가 최초의 피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마디에 굵은 줄기가 바로 서고, 줄기 가운데가 빈 덕분이었습니다. 갈대라는 이름도 대나무와 유사한 풀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하지요. 그리고 대나무처럼 갈대도, 바람 부는 날에 쉽게 휘청거립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 블레즈 파스칼이 《팡세》 중에서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이 《팡세》에 쓴 유명한 글귀입니다. 앞줄에 나오는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는 성서에 나오는 ‘상한 갈대’에서 유래합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리로 공의를 베풀 것이며.

- 성서, 이사야 42장 중에서

 

이사야 42장에 나오는 이 구절은 바벨론에 끌려가 고통에 신음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할 구세주에 대한 예언이었습니다. 끝없이 더 강한 자에게 붙잡혀가 노예로 살 수밖에 없는, 덫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을 상한 갈대와 꺼져가는 등불에 비유한 것입니다. 파스칼이 말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란 그처럼 비참하고 힘없는, 상한 갈대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어지는 구절입니다.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 성서, 이사야 42장 중에서

 

태생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존재의 위대함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구절입니다. 그런데 파스칼은 정말 갈대를 보고 갈대라고 했을까요? 혹시 억새를 갈대라고 한 건 아닐까요?

 

파스칼이 살았던 클레르몽페랑(Clermont-Ferrand)은 프랑스 중남부 산악지대라서 갈대보다 억새를 쉽게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가에서 자라는 갈대와 달리 억새는 사는 곳을 가리지 않지요. 석양이 지는 가을 들판에서 바람이 불 적마다 온몸으로 ‘오소소~’ 하고 울며 우윳빛 물결로 출렁이는 억새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이 우윳빛 물결을 두고 흔히 ‘억새꽃이 한창’이라고 말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꽃이 아니라 이삭입니다. 억새는 벼나 보리와 같은 벼목과 식물이니까요.

억새의 이삭은 처음에는 자줏빛이었다가 우윳빛으로 변하고 날개처럼 줄기의 옆에서 납니다. 그래서 이삭이 핀 후에 억새는, 이삭이 핀 후에도 꼿꼿이 서 있는 갈대와 달리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사색에 잠긴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채 바람이 불 때마다 몸을 흔들며 이삭에 매달린 씨앗을 멀리멀리 흩날립니다.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자 동시에 위대한 존재를 상징하는 것이 갈대여도, 혹은 억새여도 크게 상관 없습니다. 주변에서 갈대보다 억새를 더 쉽게 볼 수 있다면 억새를 떠올려도 좋다는 뜻입니다. 가을이 되면 억새에 깃털처럼 이삭이 패고, 바람이 불 적마다 부대끼며 흔들리고, 흐느끼고, 흩날립니다. 마음까지 붙들어 흔들고 상념들을 흩날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날이면 이 구절을 떠올리며 힘을 내봐도 좋겠지요.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억새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억새이다.

 

글: 유선경

1970년 전북 부안 출생, 1993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2011년부터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문득 묻다], [그가 말했다] 등의 글로 청취자들을 만나고 있다. 또 다른 책으로는 《문득, 묻다-첫 번째 이야기》, 《소심해서 그렇습니다》, 《꽃이 없어서 이것으로 대신합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