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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 징후 있었는데…4차 대유행 예고없이 왔다는 정부
-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사흘째 1300명대 기록하며 4차 유행 본격화. 방역당국 "급격한 증가세 예측 못 했다" 시인. 전문가들은 "6월 말부터 유행 조짐 있었는데 정부가 섣불리 방역 완화 시그널 보내 확산 키웠다" 지적
6월말부터 징후 있었는데…4차 대유행 예고없이 왔다는 정부
[중앙일보] 입력 2021.07.11 20:14 수정 2021.07.11 21:17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전날인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쇼핑몰에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현재 유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부분은 충분히 예측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전에 사회적 접촉이 상당히 늘어나면서 지역사회의 숨은 감염자들로 인한 감염 고리들이 수없이 많이 형성됐던 것으로 판단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1일 브리핑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예상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324명으로 집계됐다. 700명대였던 일일 확진자가 지난 7일(0시 기준) 1200명대로 폭증한 이후 5일째 확산 세를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4차 대유행, 6월 말부터 위험 징후 有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국의 말처럼 4차 대유행은 예고 없이 찾아온 것일까. 전문가들은 표면적으로는 갑작스러운 폭증처럼 보이지만 위험 징후는 계속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말부터 주말 동안의 확진자 수를 이전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주 전인 지난달 26일(발표는 27일)과 27일(발표는 28일) 일일 확진자는 각각 614명과 501명으로 집계됐다. 통상 검사 수가 줄어 확진자 수가 400명대를 유지했던 이전 주말과 비교하면 많이 증가한 수치다.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를 계산한 양성률도 각각 0.5%, 0.61%로 0.3%대였던 평일에 비해 올랐다.
지난 주말이었던 7월 3일과 4일(확진자 수 발표는 4일과 5일)에는 사태가 더 악화됐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각각 743명, 711명을 기록했다. 양성률은 0.35~0.43% 사이를 유지하던 그 주 평일과 달리 각각 0.65%, 0.85%까지 치솟았다. 김 교수는 “주말에도 600명대 이상을 기록하는 것을 보고 유행이 시작됐다고 봤다”며 “위험 경고가 여러 번 있었는데 이를 파악 못 했으면 직무유기이고, 알고 있었는데 시치미를 뗀 거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거리두기 안 풀었으면 확진자 줄었을 것”
서울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이를 보면 지금의 확산 세가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천병철 고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보통 지역사회에서 확진자가 증가할 때 직선이 아니라 지수적인 형태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는게 아니라 10명에서 100명(10의 제곱), 100명에서 1000명(10의 3제곱)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뜻이다. 그는 “3차 유행 이후 계속 400~600명대의 확진자가 있었고 지역 사회에 광범위하게 바이러스가 퍼져있는 상황이었다”며 “거리두기를 풀지 않고 유지했다면 확진자가 내려갔겠지만 정부가 거리두기 개편이나 백신 인센티브 등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면서 긴장감을 완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월 3차 유행의 불길은 사그라들었지만 그 잔불은 지역사회 곳곳에 남아있었다. 대규모 백신 접종이 이뤄지기까지 지역사회에 남은 잔불 정리가 시급했지만, 정부는 '방역 완화 신호'를 보내며 오히려 불을 키웠다. 지난 2월 국내 백신 접종을 앞두고 정부는 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를 2.5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이때 유흥업소 등 묶여있던 시설 상당수가 풀렸다. 당국은 이런 곳을 중심으로 젊은층의 무증상 감염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20~40대를 중심으로 무증상 감염이 널리 퍼지면서 확 뛰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권의 클럽 등 유흥업소 집합금지가 풀린게 가장 큰 요인 같다”라며 “젊은층은 활동량이 많다보니 무증상 상태로 여러 다중이용시설을 돌아다녀 3차 유행 때 요양병원 집단감염 보다 더 막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당국도 잘못된 방역 완화 신호가 4차 유행을 불렀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날 손 반장은 “일상과 방역의 균형을 모색하기 위해 거리두기 체계를 새로이 개편하고, 예방접종이 어느 정도 전개된 상황에서 이 체계를 이행했는데 아마 방역적 긴장감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 소통에 있어 부족한 점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확산 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예정대로 7월 거리두기 개편안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다 서울시와 경기, 인천 지자체에서 적용 연기를 건의했고 하루 전날 이를 받아들여 일주일 유예를 발표했었다.
“접종률 낮고 델타 변이 위험에도 방역 완화”
수도권과 제주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을 하루 앞둔 11일 제주국제공항이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일부 전문가들은 방역 완화를 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밀어붙여 확산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는 1차 접종이 30%밖에 되지 않았는데 방역을 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차 접종만 해도 효과가 높다고 계속 홍보를 하는데 이것이 지나친 방역 긴장감 완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2차 접종까지 완전히 끝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델타 변이의 위험성을 정부가 인지하지 못한 것도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 1월에 영국에서 인도 변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주요 변이가 아니라고 무시를 하더니 델타 변이로 명명이 되고 주요 변이로 관리가 된 후에는 또 국내에서 아직 초기 유입 단계라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세가 심각했는데 안일하게 판단해 확산 세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손 반장은 “수도권의 경우 지난주 델타 변이가 알파 변이보다 약 2배 이상 검출되고 있다”며 “4차 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더해 델타 변이의 영향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2주 뒤 1000명~1200명 나오면 선방”
전문가들은 앞으로 2주 뒤에도 방역의 고삐를 쥐어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악의 경우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2000명까지 갈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그 정도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주는 짧은 감이 있다”며 “700~800명대까지 내려오는 건 어렵다고 본다. 2주 뒤에 1000명~1200명 사이를 유지하면 선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 역시 “2주 만에 500~600명대까지 내려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내일부터 방역 강화에 들어가도 효과는 일주일 뒤에 나온다. 지금 잠복기를 거쳐 다음 주까지는 확진자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6월말부터 징후 있었는데…4차 대유행 예고없이 왔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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