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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 수사 물건너갔다

Jimie 2021. 6. 26. 04:04

‘살아있는 권력’ 수사 물건너갔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26 00:33 수정 2021.06.26 01:32

 

25일 법무부는 차장·부장검사 등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했다. 고검 검사급 652명, 일반검사 10명 등 검사 662명에 대해 단행된 이번 인사는 역대 최대 규모로 다음 달 2일 중간간부 90% 이상이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정권 관련 주요 수사팀장 대부분이 교체됐다는 점이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 중간간부 90% 이상 인사
김학의 불법출금, 월성 원전 사건 등
정권 관련 수사팀장 대부분 교체

법조계 “방탄 인사 시즌2” 비판
박범계 “필요하면 후임자가 수사”

 

채널A 사건에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고 청와대발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 중이었던 변필건(30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전보됐다. 그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 재임 시절 한 검사장 무혐의 결재 문제를 두고 이 지검장과 상당 기간 대립했던 인물이다. 수사팀은 지난해 12월 당시 이 지검장에게 한 검사장의 무혐의 이유 등이 담긴 100여 쪽 분량의 보고서를 보고했다. 이후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이유를 보강해 9차례에 걸쳐 결재 허가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이 지검장은 끝내 결재하지 않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팀장인 이정섭(32기)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부장 역시 이성윤 고검장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그는 지난 5월 이 고검장을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당시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이정섭 수사팀은 한때 검찰총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이 고검장을 찍어내기 위해 표적 수사를 했다는 여권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담당한 이상현(33기)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이동한다.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수사팀장에 대한 인사가 단행돼 향후 수사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팀은 채 전 비서관과 백 전 장관에 대한 기소 의견을 대검에 보고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좌천 인사를 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조 전 장관 가족 비리를 수사한 뒤 여주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송경호(29기) 지청장은 수원고검 검사로 가게 돼 일선 수사 지휘 라인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 때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다 평택지청장으로 좌천됐던 신봉수(29기) 지청장 역시 서울고검 검사 발령이 나 또다시 좌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송 지청장과 함께 조 전 장관 사건을 수사한 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갔던 고형곤(31기) 부장은 포항지청장으로, 신 지청장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김태은(31기) 대구지검 형사1부장은 경주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사 차질 우려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수사는 필요성이나 요건이 있으면 후임자에 의해서도 연속성을 갖고 할 수 있으니 과하게 의미 부여할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난번 검사장급 인사에 이어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못하게 하는 방탄 인사 시즌2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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