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내로남불 인사 전형”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26 00:22 수정 2021.06.26 01:33
법무부가 25일 단행한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는 “정권 방탄용 인사” “내로남불 인사의 전형”등의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예상했던 대로 원칙도 없고 자기편만 챙긴 인사”라며 “현 정부 들어 정권을 겨냥한 검사들에 대한 학살 인사가 거듭됐기 때문에 기대도 없었던 터라 실망했다는 말조차 안 나온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현 정권 관련 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연달아 좌천 인사를 하고 친정부 검사들은 기소돼도 자리를 유지했다”며 “내로남불 인사”라고 평했다.
검찰의 또 다른 간부는 “훌륭한 검사들이 실질적인 수사 권한이 없는 고검에 처박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정무적 안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이번 정권은 실력 있는 검사 상당수를 승진에서 누락시키고 수사에서 배제하는 등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주혜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역시나 ‘권력에 충성하면 영전, 국민에 충성하면 좌천’이 그대로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검찰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소셜미디어(SNS)에 “권력 비리와 맞서 싸운 검사들은 학살 인사, 권력에 아부한 자들에게는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인사, 이게 문재인식 공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강광우·정유진·하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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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수사하던 부장검사 전원 내쳤다
조백건 기자 입력 2021. 06. 26. 03:01
법무부, 중간 간부 최대 인사
법무부는 25일 차장·부장검사급 검찰 중간 간부 65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인사에선 최근까지 주요 정권 수사를 진행해 온 일선 부장검사 4명이 전원 교체됐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차장 등 핵심 요직에는 친정부 성향을 보였던 검사들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 지난 4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이은 이날 역대 최대 규모의 중간 간부 인사를 놓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나름 조화와 균형 있게, 공정하게 한 인사”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집권 후반기를 맞는 현 정권이 정권 수사를 틀어막을 ‘방탄검사단’을 완성했다”며 “앞으로 권력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 인사에서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한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청와대의 김학의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한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발령 났다. 또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수사팀의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의 횡령·배임 사건을 수사 중인 임일수 전주지검 형사3부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이동했다. 이상현 부장검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필수 보직 기간(1년)을 채우지 못했는데도 교체했다.
앞서 청와대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수원·대전·전주지검의 수뇌부를 바꿨고, 이번에는 수사팀장 격인 부장검사들을 갈아 치웠다. 이로 인해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과 ‘김학의 기획 사정 의혹’, 양쪽 다 연루된 이광철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기소는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검찰 안팎에선 나왔다.
‘월성 사건’ 역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정권 핵심 인사들에 대해 ‘배임 혐의 기소’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스타 항공 사건’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가 취업한 태국 기업의 실소유주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돼 있지만 ‘방탄검사단 완성’으로 더 이상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많다.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의 수원지검 수사팀은 인사 발표 전날이었던 24일 ‘이광철 비서관 기소를 재가해 달라’는 의견을 재차 대검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소는 물론 추가 수사도 흐지부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각 검찰청이나 대검에서 외부 인사 등이 참여하는 이런저런 회의체를 만들어 정권 수사 처리 방향을 논의하게 하는 식으로 시간을 끌어 결국 사건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사 대상자들의 이번 인사 내용이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실제 이규원 대전지검 검사는 허위 출금 요청서를 만들어 ‘김학의 불법 출금’을 실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이번 인사에서 대전지검 부부장 검사로 승진하고 ‘공정위 파견 검사’ 자리까지 유지했다. 이 검사는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함께 ‘김학의 기획 사정 의혹’의 핵심 수사 대상이기도 한데 이런 인사가 난 것이다.
게다가 2019년 이성윤 대검 반부패부장(현 서울고검장)이 안양지청의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를 무마·제지한 혐의로 기소된 것과 관련, 그 과정에 개입됐다는 혐의로 수원지검 수사를 받던 다른 검사들도 줄줄이 좋은 보직을 맡았다. 2019년 당시 대검 수사지휘과장이었던 김형근 서울북부지검 차장은 이 고검장과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아 왔지만 이번에 부천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검사장 승진의 ‘길목’으로 통하는 자리다. 역시 해당 사건에서 피의자로 입건된 것으로 알려진 A 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금융감독원 파견 검사로 발령이 났다. 금감원은 검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부 파견 기관이라고 한다.
‘안양지청 수사 무마’ 혐의의 맨 꼭대기에 있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기소돼 피고인 신분이었지만 이달 초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또한 2019년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이었던 문홍성 전 수원지검장은 같은 사건으로 휘하 수원지검 검사들에게 수사받는 처지였으나, 청와대는 그를 일선의 주요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영전시켰다. 법조인들은 “일련의 과정을 볼 때 기존 수사팀의 수사 결과가 모두 뒤집히고 이광철 민정비서관이나 백운규 전 장관을 제대로 기소하지 못하는 상황이 예상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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