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교체된 권력비리 수사팀… 부임 전 기소 여부 정리하라[사설]
동아일보 입력 2021-06-26 00:00수정 2021-06-26 00:08
법무부가 어제 차장·부장급 검사 등 66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김 전 차관 등에 대한 청와대의 기획 사정 의혹,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혹 등 현 정부와 연관된 사건의 수사를 이끌어온 부장 검사들은 모두 교체됐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실무를 주도했던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성남지청장으로 영전하는 등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된 검사들은 요직에 대거 발탁됐다.
한 검사가 특정 부서에 지나치게 오래 근무하는 등 불가피한 인사 요인이 발생한다면 주요 사건을 수사 중이라도 교체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해당 부장검사들은 인사 규정상 필수 보직 기간인 1년조차 채우지 못했는데도 검찰 조직 개편을 이유로 인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더욱이 이달 초 고검장·검사장급 인사를 통해 권력사건 수사의 지휘부를 모두 바꾼 데 이어 수사 실무를 책임지는 부장검사들까지 이번에 모두 교체한 것은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이 권력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처분을 조속히 정리한다면 인사에 대한 비판을 상당 부분 잠재울 수 있다. 현 수사팀은 이미 김 전 법무차관 사건에 연루된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 원전 비리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대검에 보고한 상태다. 대검이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 달 2일 새 부장검사들이 부임하면 사건 내용을 파악하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현 정부 임기 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검찰의 수장인 김오수 검찰총장이 책임감을 갖고 매듭을 지어야 한다. 어떤 사건이든 수사는 철저하게 하고, 기소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수사가 실질적으로 끝났고 최종 판단만 남은 상황이라면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 게 오히려 무책임한 처사가 될 수 있다. 정권과 관련된 사건이라면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도록 더욱 엄격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그게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길이다.
‘김학의-이상직-원전-靑기획사정’… 檢 권력수사 팀장 모조리 바꿨다
황성호 기자 , 유원모 기자 입력 2021-06-26 03:00수정 2021-06-26 03:00
檢중간간부 652명 인사, 역대 최대
‘불법출금 피고인’ 이규원은 승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 등 주요 권력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수사팀장이 모두 교체됐다. 반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연루돼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규원 대전지검 검사는 부부장급으로 승진했다.
법무부는 25일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 검찰 중간간부 652명, 평검사 10명 등 총 662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다음 달 2일자로 단행했다. 올 3월 기준 686명인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중 95.0%(652명)에 이르는 인원이 이동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좌천됐다.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한 과거사진상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 중인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좌천성 발령이 났다. 원전 관련 수사를 맡고 있는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무소속 이상직 의원의 횡령 의혹을 수사하는 임일수 전주지검 형사3부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전보됐다. 이에 따라 수사팀이 각각 기소 의견을 낸 김 전 차관 관련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 원전 의혹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 등에 대한 기소가 불투명해졌다.
현 정권에 우호적인 검사들은 요직에 발탁됐다.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검사장 승진 코스로 평가되는 성남지청장으로 이동하고,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연구관은 박 담당관의 후임이 됐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가까운 신봉수 평택지청장, 송경호 여주지청장, 김유철 원주지청장 등은 고검 검사로 옮기게 돼 지난해 초 인사에 이어 다시 한번 좌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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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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