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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비판→신상털이→조국 공유→전화폭탄…"이건 아니지 않나"

Jimie 2021. 6. 19. 07:49

文비판→신상털이→조국 공유→전화폭탄…"이건 아니지 않나"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정치 읽어주는 기자]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 검찰 앞 교대역 사거리에서 열린 '끝까지 검찰개혁, 서초동 시민참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조국수호, 검찰개혁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1.16/뉴스1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이번에는 '전화 폭탄'을 투하했다. 정치인이 대상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광주의 카페사장 배훈천씨를 향해서다. 정치인을 향하던 '문자 폭탄'은 일반인에게도 떨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편 가르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文 경제정책은 무대포"에 신상털이

배씨는 지난 12일 광주4·19혁명기념관 통일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과 호남의 현실' 만민토론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현실에 발 딛고 살아가는 자영업자가 볼 때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한마디로 '문제다! 무식하다! 무능하다! 무대포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짜 서민의 삶을 1도 모르는 패션 좌파들이 '시급 만원도 못 줄 것 같으면 장사 접어라!' 소리를 거침없이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텃밭에서 자영업자가 실명, 즉 '밥줄'을 걸고 문재인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 이후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배씨에 대한 신상털이가 이뤄졌다. 배씨가 5.18 역사왜곡처벌법에 반대했던 사실, 그리고 해당 발언이 이뤄진 '만민토론회' 주최측이 우파에 가까운 인사들로 구성돼 있는 점 등이 거론됐다. 친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정치적 선동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지난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이 기름을 부었다. '헬마우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경빈 작가는 배씨의 발언이 기사화가 된 것과 관련해 "호남 민심 이반이라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주관사인 호남대안포럼이 5.18 역사왜곡처벌법의 폐지운동을 벌이는 등 우파적 주장을 해왔고 △이 단체에 국민의힘 인사들이 포진해있으며 △배씨 역시 출범 당시부터 공동대표였으므로 단순 자영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임 작가는 "정치적 인물들이 정치적인 단체를 동원해서 정치적 행사를 주관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해당 영상은 '문재인 대통령 실명 비판을 했다던 광주 카페 사장님, 언론들이 숨긴 진짜 정체는?'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업로드가 됐다.


조국 '공유'에 일파만파…전화 폭탄 투하한 친문

정치인도 아닌 일반인인 배씨의 '정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마치 배씨가 5.18을 부정하는 '대안우파'에 가까운 인사인 것처럼 묘사하는 행위는 공중파 라디오가 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 20대 청년들이 국민의힘 유세차에 올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게 반향을 이끌었던 것처럼, 일반인들이 정치적 성격의 플랫폼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5.18 역사왜곡처벌법의 경우 진보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많이 나오는 사안이다. 토론과 대화를 제약하는 반 자유주의적 입법이라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이 법을 두고 "자기 확신에 도취돼 역사 퇴행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는 법안"이라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5·18에 대해 다른 견해를 말하는 것을 법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을 조국 전 장관이 트위터에 공유하며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배씨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조국씨, 광주 카페사장의 정체를 태극기부대, 일베라고 암시하는 당신의 트윗 때문에 가게 전화를 자동응답으로 바꿔야 했다"고 글을 남겼다. MBC라디오가 사실상 자신을 '극우'로 몰아갔고, 그 영상을 친문 지지층에 영향력이 막대한 조 전 장관이 공유한 결과, 카페에 '전화 폭탄'이 떨어졌다는 게 배씨의 설명이다. 카페 종업원들에게 욕설 및 위협이 쏟아졌다고도 전했다.


"조리돌림 상상도 못해…조국 사과해야"

지난 17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진 배훈천씨는 조국 전 장관, 임경빈 작가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나는 착한 놈, 너는 나쁜 놈' 이게 현 정권의 가장 나쁜 점이다. 장관까지 한 분(조국)이 편가르기 한 습관을 못 버리고 진보와 보수를 갈라치기한다"고 비판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문제삼은 MBC라디오의 논리 역시 반박했다.

배씨는 "나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지만 보수가 자영업자를 위한 대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국민의짐(국민의힘을 비꼬는 말)'을 어떻게 찍냐고 묻는데 이에 동의한다"며 "보수가 정권을 잡았다고 뭐가 달라졌겠나.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5·18 역사왜곡처벌법에 반대한다고 극우는 아니다. 오히려 이에 찬성하는 사람이 극우"라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때문이다. 난 국가보안법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배씨는 "나는 진짜 일반시민이다. 만민토론회 때문에 이번 달에 처음 쉬었다. 이런 서민의 삶을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나를 비난한다"며 "일개 자영업자들이 페이스북에 실명 걸고 정부 비판하는 게 일상다반사인데 토론회 연설을 갖고 조리돌림 당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건 아니지 않은가…팬덤 리더들 비겁"

조국 전 장관의 '트윗 공유'가 경솔했다는 지적이 우선 나온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이번 건을 두고 "사회적, 경제적 문제에 자신의 소신 발언을 한 일개 시민을 그 내용에 대해 논박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캐릭터로 예단해 좌표를 찍었다"며 "본인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 줄 모르고 트윗질을 한 거라면 모자란 사람이고, 후과를 예측했다면 사악한 파렴치한이다. 세뇌된 단원에게 지령을 내리는 장막 뒤의 어두운 테러리스트 두목과 뭐가 다른가"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편 가르기 행태가 시민사회까지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 역시 나오고 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18일 CBS라디오에서 "일반적인 보통 사람들, 시민들까지도 어떻게 한 마디 한 게 언론에 나가면 엄청난 보복과 악플이 나온다"며 "자영업 하는 분들은 장사를 못 할 정도의 상황이 되고 있다. 이건 아니지 않은가. 정말 가슴 아픈 것"이라고 말했다.

강 명예교수는 "팬덤 조직화의 리더들이 비겁하다. 그분들이 볼 때 지금 현재의 팬덤이 원래 기획했고 원했던 모습일까. 아닐 거라고 본다"며 "그러나 이분들(리더들)이 나서는 순간 이분들도 당한다. 이제는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https://www.youtube.com/watch?v=t1O_R5kVz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