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0조 빚내 펑펑 뿌린 정권이 6·25 유공자 약값 없다니
조선일보
입력 2021.06.15 03:26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14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용사 묘역을 참배한 뒤 위족들을 만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첫 공식 일정으로 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용사 묘역을 참배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남편을 잃은 유족은 “(천안함 왜곡 등으로) 고등학생 아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울먹였다. 희생 장병 아버지는 “아들들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신경 써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누구보다 앞장설 것을 약속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유족과 생존 장병은 여전히 ‘상처’와 ‘명예’를 호소하며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5·18 왜곡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는 만큼 천안함 피격 등도 편향 없이 가려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전 민주당 전 부대변인은 “천안함 함장이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水葬)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공격했다는 사실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천안함 폭침 책임을 공격한 북한이 아니라 피해자인 함장에게 돌리는 것이다. 함장이 ‘막말’ 징계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아무 조치도 안 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천안함 좌초설 등을 유포하던 사람의 요구에 따라 천안함 폭침을 재조사하려고도 했다. ‘북한 아닌 남 탓’을 하려는 게 정권 본심일 것이다. 최근엔 서울의 고교 교사가 “천안함은 세월호가 아니야 병X아. 십X아”라는 욕설까지 올렸다. 이게 이들의 속마음이다.
그런 한편으로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6·25 참전 용사들의 약값마저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참전 유공자들이 약값을 받으려면 전국 6곳뿐인 보훈병원을 가야 하는데 거동이 어려운 80~90세가 대부분이라 30만원 남짓한 참전 수당을 근처 병원에서 약값으로 소진한다는 것이다. 연간 100억원 정도면 해결된다고 한다. 이 정권은 선거용으로 현금 수십조원을 살포하고 타당성 조사까지 없앤 매표(買票) 공사에도 막대한 세금을 퍼붓고 있다. 정권 4년 동안 낸 빚이 무려 300조원이다. 운동권 사람들을 유공자로 지정하고 가족에게까지 의료·교육 지원 등을 하는 ‘민주 유공자 예우법’을 만들려고도 했다. 그렇게 펑펑 뿌리면서 6·25 유공자 약값에 쓸 돈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6·25 때 나라를 지킨 진짜 유공자들은 이제 26만여 명만 남았고 매년 2만명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보훈은 전몰 군경과 유족을 돕는 데서 시작했다. 적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다 희생된 분의 공훈에 보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북한 침략을 막아낸 6·25 유공자와 북한 공격에 희생된 천안함 용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보훈을 우선시한다. 정권이 임명한 광복회장은 6·25 영웅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가로막기까지 했다. 천안함 유족은 아직도 눈물을 흘리고 6·25 참전 용사는 약값이 부족하다고 한다. 통탄할 일이다.
관련 기사
“예산 없다”며 6·25 용사들 약값 지원 못한다는 정부
경상북도 경산시에 사는 조규식(90)씨는 한 달에 두 번 병원을 찾는다. 6·25 참전유공자인 그는 전쟁 당시 총탄이 스친 후...
이준석, 천안함 유족 만나 눈물… “보수가 마음 아프게 해드렸다”
“내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은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았습니다.”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는 14일 첫 공식으로 국립대전...
이준석, 천안함 시위현장서 눈물 “수장 발언 너무나 가혹한 모욕”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9일 국방부 앞에서 시위를 하는 천안함 생존 장병과 유가족을 만나 눈물을 흘렸다. 이 후보는 ...
“예산 없다”며 6·25 용사들 약값 지원 못한다는 정부
대부분 80~90세 거동 불편한데 보훈병원 가야만 약값 지원
“참전 명예수당 월34만원 받아… 거주 지역서 약값 대기도 빠듯”
현재 생존 참전 유공자 26만명
입력 2021.06.14 04:16
국가보훈처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참전용사들을 국민과 함께 기억·감사하고자 '이웃에 영웅이 산다(Our Neighbor Hero)' 캠페인을 오는 25일까지 진행한다. 사진은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 건물 외벽에 걸려있는 '이웃에 영웅이 산다' 현수막./국가 보훈처
경상북도 경산시에 사는 조규식(90)씨는 한 달에 두 번 병원을 찾는다. 6·25 참전유공자인 그는 전쟁 당시 총탄이 스친 후유증으로 허리와 어깨 통증을 평생 달고 살았다. 당뇨와 전립선 통증에, 작년에는 폐렴까지 재발했다. 이 노병(老兵)에겐 매달 34만원의 ‘참전 명예수당’이 나오지만, 수당 대부분을 약값으로 쓴다. 조씨는 “총 8개 약을 먹는데, 한 달에 3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조씨가 국가로부터 약값을 지원받으려면 전국 6곳뿐인 보훈병원으로 가야 한다. 서울과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에 하나씩 있다. 이곳에선 참전유공자 진료비의 90%, 약제비(藥劑費)는 최대 전액을 지원해준다. 조씨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구보훈병원까진 버스 타면 2시간, 승용차로도 1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대부분 80~90대로 거동이 불편한 참전유공자들이 그렇게 긴 거리를 이동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조씨는 “허리도 제대로 못 펴는데 대구까지 갈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대신 그는 국가보훈처가 지정한 전국 421곳의 민간 위탁병원을 이용한다. 동네 곳곳에 위치해 찾기 편하지만, 이곳은 진료비만 90% 지원해줄 뿐 약값은 예외다. 결국 조씨처럼 거동이 불편한 경우 사비(私費)로 전액을 내야 한다. 참전유공자법 시행령에 ‘위탁병원의 경우 약제비용은 제외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조씨는 “명예수당을 모두 약값으로 쓰니 ‘명예’라는 명분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했다.
강원도 강릉시에 거주하는 6·25 참전유공자 김영호(90)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는 “질환이 하나씩 늘 때마다 약값은 천정부지로 뛴다”며 “부담스럽지만 살기 위해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9년 국가보훈처에 제도를 개선하라고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예산 부족”이 이유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권익위 권고를 받은 2019년엔 이미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돼 있어 반영하지 못했고, 2020년엔 예산안에 반영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지만 최종 예산안에서 빠졌다”며 “참전유공자분들의 불편을 알고 있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제도 개선을 권고한 국민권익위 측은 “위탁병원을 이용하는 분들은 격오지에 살거나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한, 참전유공자 중에서도 더 약자(弱者)인 분들”이라며 “계속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권고 이행을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사이, 매년 2만명가량의 참전유공자가 세상을 떠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전국의 참전유공자는 26만1360명. 이 중 절반 이상이 75세 이상이다. 시민단체 ‘국가유공자를 사랑하는 모임’의 노용환 대표는 “유공자를 대변해야 할 단체인 국가보훈처는 ‘노력 중’이란 말만 반복한다”며 “이제 약값 지원이 참전유공자에 대한 정당한 예우가 아니라 그저 어르신들의 하소연 정도로 전락해버릴까 두렵다”고 했다.
지난달 국회에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대표 발의에 나선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측은 “참전유공자를 예우해야 한다는 기본적 인식을 갖고 있는 국가라면 당연히 개선해야 할 문제”라며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구하는 등 근시일 내 반드시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국보훈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김태열 영남이공대 교수는 “미국·호주·대만은 국가 예산 중 보훈 관련 비율이 3%에 가깝지만 우리나라는 1.7%에 그친다”며 “보훈처에 자체 예산권을 주는 등 권한을 강화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울 문제”라고 했다. 그는 “위탁병원까지 약제비를 지원한다 해도, 연간 소요 예산은 70억~11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복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지만, 보훈은 ‘전쟁부터 사후(死後)까지’란 생각으로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보훈의 진짜 의미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Ease is a greater threat to progress than hardship.
관련 기사
[양상훈 칼럼] 운동권 예우法? 진짜 민주화 유공자는 6·25때 나라 지킨 분들
지난 선거 때 가장 놀란 일은 민주당 의원 73명이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선 사건이다. 김상조 청와...
'The Citing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정원 출신 與 김병기 “천안함 막말에 울컥, 욕 튀어나왔다” (0) | 2021.06.15 |
---|---|
대법원장 공관 ‘한진법무팀 만찬’ 그날… 김명수 아내 참석, 전속 요리사가 준비 (0) | 2021.06.15 |
“사실상 G8” 자찬한 靑, 中견제 공동성명엔 “서명안해” 선그어 (0) | 2021.06.15 |
靑, 조작 논란 부른 G7 사진···日은 바이든·文 잘랐다 (0) | 2021.06.15 |
"남아공에 사과하라"...G7 사진 논란에 또 "실수" (0) | 2021.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