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도 당했다, 휴대전화 비밀번호 CCTV 주의보
입력 2021.05.25 13:10
2019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수사관이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강남의 사설 포렌식 업체로 들어가고 있다. 이 업체는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30)씨가 지난 2016년 휴대폰을 복원했던 곳이다. 경찰은 논란이 된 정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원본 자료가 업체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포렌식은 디지털 기기에 저장된 자료를 복원·분석하는 작업이다./조선일보DB
휴대전화가 개인 정보의 집합체가 되면서 수사 기관의 휴대전화 수사는 필수 절차가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 등이 잠겨 있는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법조계 위법 논란도 제기된다.
지난 21일 채널A 사건 ‘육탄 압수수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한동훈 검사장은 “내가 왜 (비밀번호 해제 방법으로) ‘페이스 아이디’를 쓴다고 생각했느냐”고 문제 제기를 했고, 정 검사 측 변호인은 “엘리베이터에서 페이스 아이디로 여는 걸 (CCTV를 통해) 확인했다”고 했다.
정 검사 측은 그간 지난해 법무연수원 압수수색 현장에서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를 얼굴 가까이 가져가는 것을 보고, 비밀번호를 풀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행동으로 판단해 이를 저지하려 했다는 취지로 해명해왔다. 한 검사장이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 방법으로 얼굴 인식(페이스 아이디) 방식을 설정해 둔 사실을 사전에 엘리베이터 CCTV 화면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이다. 정작 한 검사장은 “페이스 아이디로 할 때도 있고 비밀번호로 할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 (잠금 해제 방식을) 자주 바꾼다”고 증언했다.
정 검사 측은 한 검사장이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소환 조사를 받을 당시 검찰 엘리베이터 안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엘리베이터 CCTV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장 측은 “검찰 건물이라고 개인 동의도 받지 않고 법원의 영장도 없이 CCTV 화면을 들여다 본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에 출석하는 사건 관계인의 모습은 채널A 사건 수사와 무관하기 때문에 애초 수집 목적 외 용도에 사용할 수 없는 개인정보로 봐야 한다”며 “결국 해당 정보를 제공한 서울중앙지검 및 이를 제공받은 검사는 수집 목적 외 용도에 개인정보를 제공 또는 이용한 것으로 개인정보보호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한 방송에서 대통령이 되면 자신에 대한 비방을 참겠으며 어떤 고소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모습/JTBC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했던 김정식(34)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 수사 관련 황당한 경험을 했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북조선의 개’ 등의 표현으로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뿌렸다가 문 대통령 측으로부터 직접 모욕죄로 고소를 당해 2년 가까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최근 여론 비판이 일자 김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김씨를 수사했던 서울 영등포경찰서 측은 휴대전화 포렌식을 하겠다며 김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갔지만 비밀번호 패턴이 잠겨 있는 김씨의 휴대전화를 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경찰이 내가 패턴 그리는 모습을 뒤에서 동영상으로 찍어놨다가 그걸 보고 열더라”며 “이거 불법 아니냐고 했더니 합법이라고 하더라. 그 상황에서 아무 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 기관 입장에서는 수사 대상자가 엘리베이터나 사무실 등지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푸는 장면을 CCTV로 확인하는 것도 진화된 수사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CCTV 화면을 열람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CCTV 화면 등장 인물의 동의를 받지 않고 CCTV 화면을 열람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례는 다수 있다. 2019년 서울서부지법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내부 CCTV 영상자료를 등장 인물 동의 없이 무단으로 열람한 사건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은 그 어떤 경우라도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으면 개인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자 함이 입법 취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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