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김진욱 3호 사건이 ‘이성윤 공소장’…“與 청부 수사기관인가”

Jimie 2021. 5. 25. 15:18

김진욱 3호 사건이 ‘이성윤 공소장’…“與 청부 수사기관인가”

[중앙일보] 입력 2021.05.25 13:44 수정 2021.05.25 14:07

 

SNS 공유 및 댓글SNS 클릭 수3카카오톡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스토리SNS 공유 더보기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25일 오전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번째 수사 대상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을 골랐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이성윤 지검장의 수사 외압 사건을 수사할 당시 황제 조사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현행법상 문제 되지 않는 공소장 공개를 대신 수사하겠다고 나서자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여권의 청부 수사기관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성윤 ‘황제 조사’ 이어 ‘공소장 공개’ 수사 대행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에 “공소장 유출 경위를 조사하라”고 지시해 “여권 고위 인사들이 연루된 혐의를 덮으려고 검찰의 트집을 잡는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조국·박상기 관련 ‘윤대진·이현철·배용원’ 사건은 뭉개고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이 지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을 3호 수사로 지정해 수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사건 번호 기준으로는 ‘2021년 공제 4호’라고 한다. 1~2호는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의 채용 비리 의혹, 3호는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김학의 전 차관 성 접대 공여자)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 등이다.

지난 12일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성윤 지검장을 ‘이규원 검사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가로막은 혐의(직권남용)로 기소하고 다음 날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사법연수원 부원장)과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의 혐의 사실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윤 전 국장의 혐의와 관련해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요청 및 지시한 내용을 포함한 사건기록도 넘겼다고 한다.

검찰이 이같이 이첩한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관련된 고위 검사 3명의 불법 출금 수사 외압 혐의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조차 하지 않고 뭉개면서 이성윤 공소장 공개를 3번째 사건으로 삼고 직접 수사에 나선 셈이다.

공수처는 전날 고발인인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를 불러 3시간가량 조사했다고 한다. 지난 17일 김 대표는 “검찰이 문재인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해 이 지검장 공소장을 특정 언론에 유출했다”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불상의 검찰 관계자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김 대표는 공수처 조사에서 “이 지검장 공소장 유출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이 지검장의 공범처럼 거론되면서 여론 재판의 희생자가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왜? 공수처 “박범계와 무관…매우 간단하고 국민적 의혹 사건”

공수처 관계자는 이 지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을 3호 수사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고발장이 들어왔고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이다”라며 “박 장관이 해온 발언과는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사건의 쟁점이 매우 간단하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부적절한 사건 선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에 공개를 전제로 제출하는 공소장(公訴狀)이 고발 혐의인 형법 127조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공소장과 관련한 형법 126조 피의사실공표죄도 ‘공판청구 전 피의사실을 공표한 때’로 시점을 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법사에서 언론에 공소장 공개를 처벌한 전례도 없다.

일단 조사를 해본 뒤 박범계 장관이 찾아낸 것처럼 형사사법 절차 전자화 촉진법(형전법) 위반 혐의로 변경해 수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형전법은 공수처법상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범죄도 아니어서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

또 공수처에 이미 1000여 건의 고소·고발 등 사건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 지검장 공소장 공개 사건을 우선으로 할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이 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에 하나 공소장 유출이 관계 법령을 위반했을지라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라며 “공적인 인물이 연루된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25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공수처 비판 언론에 재갈 물리려 하냐…굉장히 위험”

공수처가 고발을 빌미로 공수처 비판 기사를 보도한 언론을 탄압하려고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종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은 “이번 수사를 통해 공소장을 유출한 검찰 관계자와 관련 보도를 한 취재 기자를 공범으로 엮을 수 있다”며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으로서 굉장히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앞서 김모 공수처 비서관(5급 상당 별정직) 등에 대한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들에게 “특혜로 살아온 인생은 모든 걸 특혜로 보는 모양”이라고 하기도 했다.

공수처 내부 반발 “자꾸 힘 빠지는 수사만”

공수처 내부 관계자도 “박 장관의 지시에 따라 실시된 대검찰청의 감찰 결과를 받아다 수사해야 할 텐데, 청부 수사를 하는 듯한 모양새가 우려된다”고 한탄했다. 한 수사관은 “드라마(JTBC 『언더커버』 등)에서 그리는 것처럼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야지, 왜 자꾸 재미없는 사건만 하려고 하는지 힘이 빠진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정치적 계산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조희연 교육감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가 여권의 몰매를 맞곤 여권이 원하는 수사를 택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차장검사급 검사는 “과거 검찰이 정치적으로 선택적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근거로 공수처를 만들었는데 출범하자마자 악습을 답습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민중·하준호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