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s...

정인이 떠난 지 7달 '살인죄 인정'…양모 무기징역

Jimie 2021. 5. 15. 10:04

"상상 못할 만행" 재판장 정인이 양부모 꾸짖자 양모는 '눈물'

입력 2021.05.14 20:20 수정 2021.05.14 21:00

 

판장, 직설적 표현으로 양부모 질타
"양모, 인간 존엄·가치 무참히 짓밟아"
"양부가 학대 몰랐다는 건 납득 안돼"
살인죄 인정되자 방청석 박수 터져나와

 

'정인이'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인간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16개월 된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의 범죄사실을 읊어나가는 재판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만행' '잔혹' '비인간적' 등의 직설적 단어를 써가며 정인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양부모를 강하게 질타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는 이날 살인·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모(35)씨에게 무기징역을,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모(37)씨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갈색 재킷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안씨는 취재진을 피해 일찌감치 법정에 자리했으며, 장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나와 안씨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변호인은 이날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 "양모, 반인륜적·반사회적"

'정인이'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이 호송차가 지나가자 피켓을 들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 양모 장씨에게 제기된 공소사실을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보호했어야할 어린 아동을 잔혹하게 신체적.정신적 학대 대상으로 삼은데 이어 생명까지 앗아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40여 분간 판결문을 읽으면서 장씨가 정인이 복부를 가격해 어떻게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를 설명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재판부는 "복부를 발로 강하게 밟으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으로 정인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장씨 범행에 대해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데다 많은 이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상실감을 줬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장씨는 선고 초반부터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는 판단이 나오자 줄곧 울먹였다. 살인죄가 인정되자 장씨는 눈물을 쏟았지만, 방청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재판부는 장씨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범죄에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철저히 참회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검찰이 구형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양부 "2심까지만 자유를..." 방청석선 '야유'

14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모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재판부는 양모의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하는 양부 안씨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고 몰아세웠다. 안씨가 양모의 양육 태도나 정인이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상황인데도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재판부가 내린 결론이다.

 

재판부는 양부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아동학대 신고가 세 차례나 있었는데도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에 대해 재판부는 "양모 말만 믿고, 양모의 기분만 살피면서 학대를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어린이집 원장이 정인이의 악화된 건강상태를 알리며 병원에 데려가라고 당부했는데도 안씨가 방치한 점을 거론하며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를 저버렸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담담히 선고를 듣던 안씨는 실형이 선고되자 떨리는 목소리로 "정말 죄송하다. 벌은 달게 받겠지만 큰딸(친딸)을 위해서라도 2심을 받을 때까지 자유를 달라"고 호소하자, 방청석에선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재판부는 안씨를 법정구속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사형했어야”… 정인이 양부모 선고 결과에 눈물바다 된 법원 앞

 

입력 : 2021-05-14 22:00:00 수정 : 2021-05-14 19:57:25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선고 직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인아, 3살 되고 4살 돼서 안 아프면 다시 돌아와.”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수목장 묘를 딸과 함께 찾은 박나현(29)씨가 “정인이라는 아이가 아파서 하늘나라에 갔다”고 말하자 6살 딸은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는 박씨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정인이를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 그는 “어린아이가 말도 못하고 고통받았던 걸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며 “양부모 모두 사형을 받아야만 한다”고 했다.

 

정인이 양부모의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청사 앞은 박씨같은 마음을 가진 시민들 3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전국 각지와 캐나다, 필리핀 등 해외에서 보낸 정인이를 추모하는 근조화환들과 현수막들도 빼곡히 들어섰다. 양모 장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사람들도 저마다 선고 결과를 듣기 위해 모였다.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시민도 있었다. 제주도에서 21개월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정아(42)씨는 “제주지법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이번에는 정인이에게 힘이 돼주고 싶어서 오게 됐다”며 “우리 아이가 정인이보다 한 달 늦게 태어났는데, 정인이가 이런 사랑을 누리지 못하고 갔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동학대를 엄벌하는 선례를 만들어 다시는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이은영(39)씨는 정인이를 알게 된 후 인천에서 1인 시위를 해왔다. 이씨는 사건을 알게 되고 한 달 동안은 대리외상증후군을 앓았다. 고통받았을 정인이가 떠올라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하는 시간이었다. 지난 2월부터는 혼자 아파할 게 아니라 세상에 사건을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거리로 나갔다. 한 명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에 ‘정인이를 기억해주세요, 사랑해주세요’라고 적은 전단을 나눠줬다. 이날도 이씨는 선고를 기다리며 호소했다. “정인이를 기억해주세요, 제발 관심 좀 계속 가져주세요.”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정인 양의 사진을 끌어안은 시민이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선고 직전 장씨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가 지나가자 시위자들은 마음을 모아 “장OO 사형”을 외쳤다. 일부 시위자들이 장씨의 이름을 선창하면 다른 시위자들은 “사형”을 후창했다. 눈물을 흘리며 사형을 기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재판부가 장씨에게 무기징역과 양부 안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 앞 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30대 여성은 “당연히 사형이 나올 줄 알았는데,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한 것에 대해 너무 실망이 크다”며 “최약자인 아이를 우리나라 법이 보호하지 않는데, 만약 내가 없다면 아이를 누가 지켜주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분노를 표했다. 50대 여성도 “아이들이 무고하게 죽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아이를 죽이면 살인죄로 사형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줬어야 한다”며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를 화풀이로 죽여도 내가 죽지는 않는다는 분위기 만드는 사법부를 엄마가 신뢰할 수 있겠냐”고 했다.

 

한때 장씨에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는 잘못된 정보가 공유되며 시민들이 환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기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은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이 없으니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라면 만족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스럽다”며 “장씨가 20년 후 모범수로 가석방되면 50대 중반인데 그때 취직도 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게 되지 않겠냐”고 전했다.

 

조희연·유지혜 기자 choh@segye.com

세계일보 & 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