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덜들이 거덜 내는 나라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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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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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재개발로 대부분 사라졌지만 종로 뒷골목 피맛골은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입니다. 조선시대 백성들이 높은 사람 행차를 피해 다녔던 길이지요. 수행하는 하인들이 "게 물렀거라" 하며 위세와 행패를 부리는 게 싫었던 겁니다.
"날랠 용 자를 떡 붙이고, 충충충충 거덜거리고 나간다…"
춘향가 관원 행차에 나오는 말 '거덜거린다'는 '거들먹거린다'와 같습니다. 둘 다, 왕실의 말을 돌보던 종7품 잡직인 거덜이, 행차 앞에서 몸을 흔들며 우쭐거린 데서 나왔습니다. 또 그렇게 흔들거리는 행태에서 나온 말이 '거덜 나다'입니다. '재산 다 들어먹고 집안이 결딴난다'는 뜻이지요. 예로부터 간은 정신을, 쓸개는 줏대를 상징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간의 기운이 너무 왕성해 겁이 없는 것을 '간이 부었다'고 하고, 허튼짓 하는 것을 '쓸개 빠졌다'고 합니다. 권력에 취해 자신의 본분을 잃은 거덜들이 그랬습니다.
토지주택공사 LH 직원들의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은 국민 가슴에 분노의 불을 질렀습니다. 부동산 소유를 죄악처럼 다루며 온갖 규제와 세금을 때리더니 정작 주택정책 실행기관에서는 끼리끼리 땅 사들이느라 바빴던 겁니다. 보상액을 늘리려고 멀쩡한 논을 갈아엎어 묘목을 심어놓은 데 이르러선 국민의 거덜, 공복이 아니라 공공의 도둑, 공적(公賊)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데 직원들이 땅을 사들일 때 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버젓이 이런 당부를 했습니다.
"(산하) 기관장 여러분께서도 특히나 경각심을 가지시고 청렴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오늘 다시 사과하긴 했습니다만 자신이 내세운 공공주도 개발정책의 신뢰가 거덜 날 지경인데도 마치 남의 말 하듯 말이지요. 장관이 이러니 LH 직원 게시판에 "우리라고 왜 투자하면 안되느냐"는 글이 올라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2004년부터 가덕도 신공항을 주장해온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일가가 신공항 예정지 일대에 수만 평을 소유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그는 성추행으로 보궐선거를 초래한 장본인이고, 민주당은 보궐선거 핵심 공약으로 신공항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역설적이게도 책임자와 그 가족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정의와 공정을 가장 중요한 국정철학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제 곧 20조 원 가까운 재난지원금이 또 풀립니다. 나랏빚은 기하급수로 불어나고 견디다 못한 여당은 결국 세금 올리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인가요, 거덜들인가요.
3월 4일 앵커의 시선은 '거덜들이 거덜 내는 나라' 였습니다.
거덜들이 거덜내는 나라 2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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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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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핏덩어리한테 군포를 매긴다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일 아니오"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유배된 흑산도 이야기에 군포가 나옵니다.
병적에 오른 백성에게 병역을 면제해주는 대가로 물렸던 천이지요. 그런데 탐관오리들이 갓난아기까지 병적에 올려 가혹하게 거둬들인 혈세였습니다.
다산이 유배된 강진에서는 더 참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갓난아기까지 병적에 올라 마지막 가진 소까지 빼앗긴 백성이 더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며 남자의 상징을 잘라버린 겁니다. 다산이 그 사연을 한탄한 시가 이 '애절양' 입니다.
"갈밭마을 젊은 아낙, 울음도 서러워라. 동헌 향해 통곡하고 하늘에 울부짖네…"
"금동이에 아름답게 빚은 술은 일천 백성의 피요…"
춘향가 '어사 출도'에서 이몽룡이 백성의 기름과 피, 고혈을 기름진 안주와 맛있는 술에 비유해 변학도를 서릿발처럼 꾸짖은 명시입니다.
그렇듯 예나 지금이나 세금은, 백성과 국민의 피입니다.
그런 혈세 171억원을 들여 세종시에 어거지로 지은 관세평가분류원 청사가 일년 넘게 텅 빈 채 방치돼 있습니다.
그 유령 청사 덕분에 공무원 마흔아홉이 아파트를 특별 분양받아 많게는 몇 억원씩을 앉아서 챙겼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 정부에서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건가요.
공무원에게 특별 공급하는 특공 아파트는, 세종시에 살면서 업무에 전념하라고 만든 정책입니다. 그런데 관평원 공무원들은 거기서 살지도 않으면서 재산을 불렸지만 환수할 근거가 없다고 합니다.
세종시로 왔다가 다시 떠난 관청들에서도 비슷한 '특공 재테크' 사례가 여럿 드러났습니다.
무주택 10년이 넘어도 당첨이 하늘에 별따기이고, 정부 약속을 믿다가 전세 난민이 돼버린 서민들 눈에는 이 광경이 어떻게 보이겠습니까?
그런데도 정부는 딱 부러지게 해결해볼 생각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관평원 유령 청사만 해도,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결국 짓고 방치되기까지 관련된 대여섯 개 부처들 모두 "우리는 잘못이 없다"고 손을 내젓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무원들부터 이러면서 어떻게 국민 신뢰를 얻어 투기를 잡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거덜은, 조선시대에 권세를 뒤에 업고 거들먹거리던 수행 관직을 가리킵니다. 거기서 나온 말이 거덜나다입니다.
얼마 전 저는 LH 사태와 관련해 '거덜들이 거덜내는 나라'라고 풍자한 적이 있지요. 그래서 다시 한번 묻습니다.
지금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입니까, 거덜들입니까.
5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거덜들이 거덜내는 나라 2'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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