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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엔 대통령 35번...檢 “靑·경찰, 공약 만들고 경쟁자 제거”

Jimie 2021. 5. 11. 07:46

공소장엔 대통령 35번...檢 “靑·경찰, 공약 만들고 경쟁자 제거”

[靑선거개입 의혹 재판]
당선 도우려 靑 8개 부서 동원 혐의
송철호 “검찰이 없는 죄 만들어”

조백건 기자

권순완 기자

입력 2021.05.11 03:12 | 수정 2021.05.11 03:12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김지호 기자

 

10일 열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첫 재판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의 ‘예고편’이란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검찰은 이날처럼 향후 법정에서 여러 증거들을 공개하며 현 정권의 ‘부정선거’ 혐의를 집중 부각할 것이고, 피고인인 15명의 여권 핵심 인사들은 이를 부인·반박하면서 이 재판이 대선 정국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작년 공개된 공소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35번 언급되기도 했다.

 

양측은 이날 재판 시작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 주변에선 “10일 첫 재판에서 수사팀이 이 사건의 본질에 관한 선명한 메시지를 낼 것”이란 말이 돌았다. 작년 1월 기소된 이후 처음으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 사건 관련자들도 재판에 앞서 “삼류 정치 기소”(송철호 시장) “법정에 서야 할 사람은 검찰”(황운하 의원)이라며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 친분으로 공약 수립” 對 “사실무근”

 

이날 법정의 피고인석엔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 등 15명과 이들의 변호인 20명이 앉았다. 변호인 일부는 자리가 없어 방청석에 앉았다. 맞은 편 검사석엔 이 사건 수사 검사 10여명이 앉았다. 간간이 기침 소리만 들릴 뿐 법정엔 정적이 흘렀다.

재판이 시작되자 법정 오른쪽 벽면에 대형 스크린이 펼쳐졌다. 검찰은 PPT(파워포인트)를 스크린에 띄워 공소 사실을 발표했다. 검찰은 PPT를 통해 청와대와 경찰, 정부 부처가 문 대통령과 가까운 송철호 시장의 당선을 위해 ①송 시장의 공약을 설계해주고 ②그의 당내 경쟁자를 제거했으며 ③본선 경쟁자인 야당 후보를 수사했다고 했다.

 

검찰은 ‘공약 설계’와 관련 “송철호 캠프는 송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친분을 토대로 송 시장만 내세울 수 있는 공약들을 수립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기재부가 2018년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송 시장의 ‘공공병원’ 공약은 지원해주고, 야당 후보였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산재모(母)병원’ 공약은 2017년 말 이미 예비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는데도 일부러 선거 20일 전인 이듬해 5월에 ‘예타 심사 탈락’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선거 직전에 심사 결과가 발표돼 김기현 후보는 무방비 상태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그러나 송 시장 측 변호인은 “송 시장이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긴 했지만 공약 지원을 부탁한 적이 없다.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한다”고 맞받았다.

 

◇“靑·경찰, 표적 수사” 對 “검사 의견”

 

검찰은 또 “송철호 캠프는 가장 유력 경쟁자인 김기현 후보를 적폐 세력으로 몰려고 청와대와 경찰을 동원해 김 후보자에 대한 표적 수사, 하명 수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그러자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었던 황운하 의원은 “하명 수사가 아니라, 정상적인 토착 비리 수사였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청와대의 ‘당내 경쟁자 정리’에 대해선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송철호 당선에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는 (당내 경쟁자인)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직을 제안하며 출마 포기를 말했다”고 했다. 이어 “선거는 대한민국 공정, 정의 실현의 무대이고 공직선거법은 그 룰이다. 그 무대 위에서는 작아 보이는 것이라도 못 받는 사람에게는 불공정의 씨앗, 불이익이 된다”며 “그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변호인단은 “검사가 공소 사실이 아닌 자기 의견을 말했다. 재판부가 예단(豫斷)을 가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검찰이 “공소 사실이 딱딱해 이해를 돕기 위한 차원”이라고 하자, 변호인은 즉각 “그게 바로 (잘못된) 예단”이라고 맞섰다. 어느 한 쪽도 물러서지 않자 재판부가 나서 “검찰은 (진술할 때) 의견을 빼달라”고 했다.

 

◇현 재판부, 김미리 부장판사 우회 비판

 

이 사건 재판부는 이날 재판 말미에 “원래 재판 준비 절차를 하면서 증거 채택 여부는 정리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게 안 됐다”며 “공판 기일(본재판)을 진행하면서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고 했다. 법원 안에선 “병가를 간 김미리 부장판사가 그동안 1년 넘게 ‘공판준비 기일(재판 준비)’을 진행하면서 당연히 정리했어야 할 증거 채택 문제도 정리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