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문의 한시 산책]
가족들과 헤어진 채 '혼밥·혼술' 처지를 노래함
매일신문 배포 2017-11-11 00:05:01 | 수정 2017-11-11 00:05:01
외기러기 - 두보
외기러기, 마시지도 먹지도 아니하고 孤雁不飮啄(고안불음탁)
울고불고 날아가며 가족들을 찾고 있네 聲聲飛念群(성성비념군)
누가 가련하다 할까, 저 외로운 기러기가 誰憐一片影(수련일편영)
만 겹 구름 속에서 서로 잃어버린 것을! 相失萬重雲(상실만중운)
시야에서 사라져도 눈에 자꾸 밟혀오고 望盡似猶見(망진사유견)
어찌나 슬프던지 또 그 울음 들리는 듯 哀多如更聞(애다여갱문)
떼로 모인 들 까마귀 정말 무심하기만 해 野鴉無意緖(야아무의서)
까윽까윽 울어대며 저들끼리 야단법석 鳴噪自紛紛(명조자분분)
*원제: 고안(孤雁)
위의 작품은 시인이 어느 날 대열에서 이탈된 외기러기 한 마리를 발견하는 데서 시상이 시작된다. 가족들과 함께 만 겹 구름 속을 일렬종대로 날아가다가, 잠시 멍 때리는 사이에 그만 낙오가 된 외기러기다. 그 외기러기는 마시고 먹는 것을 전폐한 채로, 가족들을 찾아 헤매고 있다. 저 광활한 천지를 울고불고 나는 저 외기러기를 가련하게 여기는 사람조차 아무도 없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외기러기 따위에는 전혀 아랑곳하지도 않고, 저들끼리 모여 떠들어대는 들 까마귀 같은 것이 세상인심이다.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이에, 그 외기러기는 시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럼에도 자꾸만 그가 눈에 밟히고, 그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자꾸만 다시 들려온다. 헛것을 보고, 헛것을 듣는 것이다. 이러한 환시(幻視)와 환청(幻聽) 상황은 대상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없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도대체 시인은 무엇 때문에 이 외기러기에게 그토록 애틋한 연민의 정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 시를 지은 두보(杜甫, 712~770) 자신이 혼밥을 먹고, 혼술을 마시고, 혼잠을 자는 날이 많았던 당나라 시대의 혼족이었기 때문이다. 전쟁과 가난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들과 뿔뿔이 헤어진 채로 천지 간을 떠돌아다녔던 시인 자신이 바로 외기러기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시는 시종일관 외기러기를 노래했지만, 실상 시종일관 자기 자신을 노래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식음을 전폐하고 엉엉 울어댄 것도 물론 두보 자신이다.
"나비다!/ 뜻밖인 듯 아이가 소리친다/ 전동차 한곳으로 옮겨 붙는 시선들/ 가녀린 나비 한 마리 가는 길 묻고 있다// 깜박 졸다 지나친 역 여긴 어디쯤일까/ 무심코 따라나선 꽃향기 사라지고/ 이제야 보이는 수렁 너무 깊이 들어왔나// 축 처진 어깨처럼 한풀 꺾인 날갯짓/ 전동차 손잡이에 애처로이 매달릴 때/ 인생길 잠시 접은 채/ 나비가 된 승객들"
이광 시인의 시조 '지하철 탄 나비'다. 세상에, 나비가 지하철을 타다니? 잠시 멍 때리는 사이에 어디로 가는지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지하철을 타게 된 나비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런데 바로 그 나비 위에 외기러기 두보가 겹쳐지고, 그 위에 다시 길을 잃고 헤매는 이 시대의 혼족들이 겹쳐진다. 입동이 지나면서 바람도 점점 차가워지는데, 다들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종문 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고안(孤鴈:외로운 기러기) - 최도(崔塗)
孤 雁 - 崔塗
幾行歸去盡 기행귀거진
片影獨何之 편영독하지
暮雨相呼失 모우상호실
寒塘欲下遲 한당욕하지
渚雲低暗渡 저운저암도
關月冷相隨 관월냉상수
未必逢矰繳 미필봉증격
孤飛自可疑 고비자가의
[通釋] 기러기의 몇몇 행렬이 모두 돌아간 빈 하늘에 낙오한 기러기의 한 조각 그림자가 떠가니 홀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녁 비가 내리는 밤하늘에서 잃어버린 무리를 찾아 부르면서 가을의 차가운 못에 내려앉으려다 머뭇거리며 다시 난다. 물가의 낮게 뜬 구름 속을 몰래 뚫고 지나는데, 관문 하늘에 뜬 차가운 달만이 저 외기러기의 뒤를 따른다. 사냥꾼의 주살을 꼭 만나지는 않더라도 홀로 날며 스스로 의심을 한다.
[集評]
○ 老杜(杜甫)의 시에 “누가 한 조각 그림자를 불쌍히 여기랴. 만 겹의 구름 위에서 무리를 잃었네.[誰憐一片影 相失萬重雲]”라고 하였고, 이 시에서는 “저녁 빗속에서 잃은 무리 부르면서, 차가운 못에 내리려다 머뭇거리네.[暮雨相呼疾 寒塘欲下遲]”라고 하였는데 역시 맛이 있다. 그러나 노두가 발휘한 萬鈞(만균)의 공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강호의 외로운 객이라면 마땅히 이 시의 말구를 잘 살펴야 한다.
[解題] 기러기를 읊은 영물시로 〈孤雁(고안)〉 2수 중 두 번째 수이다. 무리에서 낙오한 외기러기의 情態(정태)를 상상의 수법과 서정적 묘사를 통하여 형상화하였다. 이 시는 작자의 고독한 처지를 우의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주살의 위협을 염려하는 마지막 구가 처세에 대한 고뇌를 암시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역주
역주1> 去(거) : ‘塞(새)’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역주2> 片影(편영) : ‘念爾(염미)’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역주3> 欲(욕) : ‘獨(독)’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역주4> 相(상) : ‘遙(요)’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역주5> 矰繳(증작) : 가는 줄을 매단 주살로 ‘微繳(미격)’이라고도 한다.
주살: 오늬와 시위를 잡아매고 쏘는 화살
본 자료의 원문 및 번역은 전통문화연구회의 동양고전종합DB(http://db.juntong.or.kr)에서 인용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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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塗(최도)
당나라 강남(江南) 사람. 자는 예산(禮山)이다. 희종(僖宗) 광계(光啓) 4년(888) 진사(進士)가 되었다. 관직 생활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다. 장년에 파(巴), 촉(蜀)에서 피난 생활을 했고 나중에 상(湘), 악(鄂), 태(泰), 농(聾) 등의 지역으로 유랑 생활을 했다. 시로 명성이 있었는데, 특히 근체시에 뛰어났다. 주로 객수(客愁)와 이별의 근심을 담은 작품이 많다. 『전당시(全唐詩)』에 시가 1권으로 수록되어 있다.
최도 [崔塗] (중국역대인명사전, 2010. 1. 20., 이회문화사)
孤鴈二首 - 崔涂
(고안 이수 - 최도)
《孤雁》은 唐代 시인 崔涂의 연작시로 전부 두 수이다. 그 중에서 제2수가 외로운 기러기가 홀로 비상하고, 외롭고 의지할 데가 없는 처량한 정황을 묘사하였고, 이를 빌려 시인 스스로 외롭게 거처하고 걱정하는 나그네의 심정을 비유하였는데, 감정이 진지할 뿐만 아니라, 구슬프고 애잔하여 사람을 감동시킨다.
其一
湘浦离应晚,边城去已孤。如何万里计,只在一枝芦。
상포리응만, 변성거이고。 여하만리계, 지재일지로。
迥起波摇楚,寒栖月映蒲。不知天畔侣,何处下平芜?
형기파요초, 한서월영포。 부지천반려, 하처하평무。
상포에서 떠나면 저녁이 될 것인데, (무리들이) 변방으로 떠나고 나니 이미 외롭다. 만 리를 갈 계책은 어떻게 하나? 오직 한 줄기 갈대만 있다.
멀리서 일어나는 파도가 초 땅을 흔들고, 차가운 둥지 위의 달이 부들을 비춘다. 하늘 끝으로 간 짝에 대하여 알지 못하겠는데, 어느 곳이 내려앉을 황야인가?
* 寒栖 [hán qī] 1. 亦作“寒栖”。犹贫居。2. 借指贫居之人。3. 指寒冷的鸡巢。
* 迥 [jiǒng] (逈) 멀 형 1. 멀다. 2. 판이하다. 아주 다르다. 현저히 차이가 나다.
* 波 [bō] 1. 물결. 파도. 2. 파(派). 파동(波動). 3. (의외의) 변화. 곡절.
* 摇 [yáo] 흔들다. 흔들어 움직이다.
* 天畔 [tiān pàn] 犹天边;天际
* 平芜 [píngwú] 잡초가 무성한 벌판. 황무지. 황야.
其二
幾行歸塞盡,念爾獨何之。暮雨相呼失,寒塘欲下遲。
几行归塞尽,念尔独何之。暮雨相呼失,寒塘欲下迟。
기행귀새진, 편영독하지。 모우상호실, 한당욕하지。
渚雲低暗度,關月冷相隨。未必逢矰繳,孤飛自可疑。
渚云低暗度,关月冷相随。未必逢矰缴,孤飞自可疑。
저운저암도, 관월냉상수。 미필봉증작, 고비자가의 。
기러기 행렬들 변방으로 다 돌아가고, 너는 홀로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해본다? 저녁 빗속에 서로 불렀으나 무리를 잃어버렸고, 차가운 연못에 내리려하나 늦었다.
모래섬에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변방의 달은 차운데 (외로운 기러기와) 서로 따라간다. 반드시 주살을 만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홀로 날아가야 하니 스스로 걱정을 할만하다.
* 之:往。
* 失 [shī] 1. 잃다. 2. 찾지 못하다. 못 찾다. 3. 과오. 과실. 착오. 잘못. 실수.(2)失:失群。
* 渚:水中的小洲。
* 几行(háng):几排(大雁)。归塞尽:全部回到塞上。归,回。塞,边塞。尽,完。
* “念尔”句:不知大雁独自飞向哪里。
* 念,惦记,想。
* 尔,你。独,独自。
* 何之,倒装结构,到哪里。之,往,去。
* 暮:傍晚。失:失群。
* 寒塘:寒冷的池塘。
* 渚(zhǔ):水中的小洲。
* 度:度过,飞越。
* 关月:指关塞上的月亮。
* 缯缴(zēng zhuó):指矰缴。猎取飞鸟的工具。缴,即在短箭上的丝绳。
* 矰 주살 증. 주살(활의 오늬에 줄을 매어 쏘는 화살) 2. 화살
* 缴 주살끈 격, 주살끈 작, 얽힐 교 1. 주살끈 2. 생사(生絲) a. 주살끈 (작) b. 생사(生絲) (작) c. 얽히다 (교) d. 바치다, 치르다 (교) e. 행전(行纏: 정강이에 감아 무릎 아래 매는 물건) (교)
* 孤:独自。
创作背景
作者는 江南 사람으로 일생동안 늘 巴⋅蜀⋅湘⋅鄂⋅秦⋅陇 일대에서 나그네가 되었고, 아득히 먼 곳에서 타향에서 체류하며 생각을 많이 하였다. 이 시는 그가 湘鄂에서 체류할 때 지은 것이다.
[출처] 孤雁二首 - 崔涂 (고안 이수 - 최도)|작성자 dlwnde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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