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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탕으로 시작해 진흙탕으로 끝났다

Jimie 2021. 4. 7. 05:19

생태탕으로 시작해 진흙탕으로 끝났다

[오늘 재보선] 정책대결 실종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입력 2021.04.07 01:01 | 수정 2021.04.07 01:01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일을 하루 앞둔 6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각각 마포구 서교동 상상마당과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4.6[국회사진기자단]

 

4·7 보궐선거에서 여야가 상대 진영에 대한 네거티브 운동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정책 경쟁은 실종된 채 ‘진흙탕 싸움’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를 하루 앞둔 6일에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관련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민주당 상임 선대위원장은 언론이 정책 보도를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하면서 “선거에서 언론들의 보도 태도가 한 번은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며 선거 후 ‘언론 길들이기를 시사했다.

 

민주당은 선거운동 초반부터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LCT) 특혜 분양 의혹 등을 파고들며 네거티브로 일관했고, ‘거짓말' 논란을 확산하며 오·박 두 후보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선대위 회의, 유세 현장 때마다 “이명박·박근혜 시즌2가 돼서는 안 된다” “공직에 출마한 후보가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면 안 된다”고 했다. 특히 오 후보가 2005년 처가 땅 측량 현장에 참여했다는 의혹과 관련,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내곡동 생태탕 집 모자(母子)의 증언을 들어 오 후보에 대한 파상 공세를 벌였다. 민주당은 모자에 대해 “의인”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신 분”이라고 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생태탕' ‘페라가모 구두'를 부각시키면서 스스로 정책 이슈를 묻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6일에도 생태탕 집 아들 A씨가 ‘오 후보가 2005년 6월 신었다’고 주장한 페라가모 신발 사진을 네티즌들이 찾아냈다고 밝혔다. 그런데 A씨가 최근 언론에 오 후보가 신었다고 밝힌 신발은 하얀색이고, 박 후보가 ‘네티즌들이 찾았다’며 밝힌 신발은 검은색이었다.

 

지원유세 나선 이낙연·김종인 - 4·7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해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유세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연설을 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강남구 대치역 사거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은 언론이 내곡동과 생태탕 문제를 외면해 편파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내곡동 이야기가 중요한데 (언론들이) 이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언론의 보도를 두고 “지나치다”라고 했다. 그는 ‘생태탕 이슈가 모든 정책 이슈를 덮어버렸다’는 지적에 대해 “언론이 정책 이야기를 많이 보도해달라”고 했다.

 

실제로 여권에선 선거 이후 언론에 대한 길들이기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과도할 정도로 선택적으로 보도하는 기류가 분명해 이런 식으로 대선까지 갈 수는 없다”며 “언론 개혁을 위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조국 전 법무장관 등도 소셜미디어(SNS)에서 연일 언론을 비판하며 분위기를 잡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2월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언론 개혁 6대 법안 추진을 공식화한 상태다. 당내 미디어·언론상생TF가 중심이 돼 기초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언론 개혁을 위한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될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은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 뉴스공장에서 야당 후보들의 의혹을 확산시켰다며 공영방송의 편파성을 문제 삼고 있다. KBS, MBC 등 지상파 방송들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네거티브 관련 의혹을 집중 보도한 것도 편파 보도라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김씨가 진행하는 방송에서 오·박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익명의 제보자 5명이 출연한 것을 두고 “2시간 내내 반론의 기회를 안 주고 일방의 얘기를 내보낸 것은 악의적이고 의도적”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는 즉각 TBS에 대한 선거법 위반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김철근 선대위 대변인은 TBS에 대해 “여당이 불리한 이슈에는 여당 해명 방송, 야당을 공격하는 이슈에는 네거티브 특집 방송으로 쓰인다”며 “이게 방송이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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