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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의 한명숙 구하기

Jimie 2021. 3. 19. 06:55

집념의 한명숙 구하기 [신동욱 앵커의 시선]

 

Mar 19, 2021

 

www.youtube.com/watch?v=uSpfjr__evM&list=RDCMUCWlV3Lz_55UaX4JsMj-z__Q&start_radio=1

청도 운문사 옛 대웅전 천장에 용처럼 생긴 시렁이 걸려 있습니다. 중생을 태우고 극락으로 가는 배, 반야용선을 상징하는 용가입니다.

그런데 종을 울리는 줄에 뭐가 매달려 있습니다. 동자의 모습을 한 악착보살입니다. 뒤늦게 오는 바람에 반야용선을 놓쳤다가, 배에서 던져준 밧줄에 악착같이 매달려 극락에 갔다는 보살이지요. 이 보살은 얼마나 다급했던지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고, 셋씩 줄줄이 매달리기도 합니다.

시험에 악착같이 붙어라는 합격기원 볼펜에도 등장합니다. 이판사판, 야단법석처럼 악착도 불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 악착에서 나온 순우리말이 억척입니다.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이판사판 모질고 끈덕지게 매달리는 것을 가리키지요. 알고 보면, 마지막 한 사람까지 기필코 구제하겠다는 불교의 자비가 담겨 있어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하고도 통합니다.

박범계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과 관련한 위증의혹의 기소여부를 판단하라고 대검에 지시했습니다. 한 전 총리를 수사했던 검사가 위증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다시 살펴보라는 겁니다.

이 의혹은,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해 재조사를 지시했던 사안입니다. 추 전 장관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산하 인권감독관실에서 무혐의 결론을 내렸고 대검도 윤석열 총장 퇴임 직후인 지난 5일 무혐의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2주도 안 돼 박 장관이 이 문제를 다시 들고나온 겁니다. 한 전 총리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열세 명 모두가 유죄라고 판단했습니다. 받은 돈 중에 1억 원 수표를 한 전 총리 동생이 전셋돈으로 쓴 사실이 결정적 증거가 됐습니다.

그런데 한 전 총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역사는 2015년 8월 20일을 결백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날로 기록할 것입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 얘기도 들어보시지요.

"정의에 대한 유죄판결, 진실에 대한 유죄판결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수퍼 여당이 되자마자 "한 전 총리는 강압수사와 사법농단의 피해자"라며 판결 뒤집기에 나섰습니다.

악착 보살도 혀를 내두를 굳은 의지, 끈질긴 집념이고, 비 올 때까지 제사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도 떠올리게 합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데 이러다 정말 비가 내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