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훈련 축소에 돌아온 北 대답이 “태생적 바보”
동아일보 입력 2021-03-17 00:00수정 2021-03-17 09:2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어제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태생적인 바보” “미친개”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그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시작부터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정부가 이번 한미 훈련을 야외 기동 없이, 방어적 성격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축소해 실시했지만 김여정은 이를 평가하기는커녕 거친 욕설로 응수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 정상이 2018년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라며 남북 정상회담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아직도 ‘3년 전 봄날’에 연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대남 때리기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겠다니 이 정부에 기본적인 현실 감각은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김여정이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담화를 낸 것은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에 맞춰 담화를 내기도 했는데, 결국 북한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것이다. 김여정이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며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문 정부가 제재 완화 같은 것을 미국에 설득해 달라는 압박이자 바이든 행정부도 이에 진전된 입장을 보이라는 요구와 다름없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와 무역봉쇄로 인한 북한의 고통이 그만큼 뼈아프다는 뜻일 수도 있다.
김여정의 비난은 전형적인 압박 술책이기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간 정체된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다. 이번 한미의 만남에서는 이런 실마리를 푸는 데 논의가 집중돼야 할 것이다. 북한도 대화 분위기를 해치는 막말과 폭언을 자제해야 한다. 이런 행동은 그나마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핵실험 도발에 나서지 않으며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북-미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없애는 자충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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