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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총격에 숨진 '치알 신(19)의 묘' 시신 도굴

Jimie 2021. 3. 8. 03:17

미얀마 군부, 총격에 숨진 태권소녀 시신 도굴까지

중앙일보  |입력2021.03.08 00:02 |

 

군부 지지자들도 ‘백색테러’ 가세

희생자 48명 중 절반이 25세 미만

 

“너무 끔찍해서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군부의 진압으로 희생자가 다수 발생한 만달레이 거주 미얀마인 텟(신분 보호를 위해 성만 씀)은 6일(현지시간) 중앙일보에 전날 마궤 지역에서 벌어진 ‘백색 테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7세 소년이 잔혹하게 살해됐다는 내용을 관련 자료와 함께 전하면서다.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군부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 약 25명이 지난 5일 마궤 지역 한 마을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표 트웨이 아웅(53)과 그의 조카인 17세 소년 난 와이 아웅을 살해하고 이들의 가족 5명에게 흉기 등을 휘둘러 다치게 했다. 트웨이의 아들은 “그들은 흉기와 무기를 준비해 놓고 우리를 기다렸다가 공격했다”며 “‘저들을 죽이면 우린 뭐든지 할 수 있다, 모두 죽여라’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그는 “도망가야 했기에 아버지를 구할 수 없었다”고 했다.

7일 미얀마 냥우에서 시위대가 군경의 진압에 맞서 방패로 몸을 보호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군경 진압으로 48명 이상이 숨졌다. [로이터=연합뉴스]


군경에 이어 군부 지지 세력까지 테러에 나서며 미얀마는 공포에 휩싸였다. 양곤에 거주하는 킨은 6일 중앙일보에 “군부는 전쟁용 무기를 쓰는데, 시민들은 무기 없이 전쟁에 나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매일 밤 인터넷이 끊기고, 대낮 거리에서도 군부 통제가 심각해 전화도 도청될까 우려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양곤 시민은 자신의 아버지가 일감을 찾던 중 길에서 체포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중앙일보에 SNS로 보내면서 “시위도 하지 않았고, 아무 이유도 없는데 교도소로 끌고 갔다”고 분노했다.

지난 3일 시위 도중 군경의 총탄에 머리를 맞고 숨진 치알 신(19)의 묘. [트위터 캡처]


CNN은 시위 주축인 젊은 세대가 잇따라 저격으로 피살되고 있다고 전했다. 치알 신(19), 마이 묘 아우(16), 진 코코 자우(22)는 머리와 복부에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현지 매체들은 지난 5일 밤 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태권소녀’ 치알 신의 묘를 도굴한 뒤 시신을 시멘트로 덮었다고 보도했다. 총격 피살 증거를 없애려 도굴했다는 것이다.

시위 도중 체포된 이들도 성치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지난 3일 양곤에서 시위 도중 체포된 18세 소년 윈 칸찬 마웅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상처와 멍으로 덮여 돌아왔다. 윈의 어머니는 “얼굴도, 어디도 만질 수 없다”며 “내 아들은 무기도 없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며 흐느꼈다.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군의 진압으로 사망한 48명 중 절반이 25세 미만이라고 밝혔다. 20세 미만 사망자는 17명이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