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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해도 검찰 개혁 핑계대는 시대”

Jimie 2021. 1. 28. 15:44

정년 퇴임 검사 “불륜해도 검찰 개혁 핑계대는 시대”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

입력 2021.01.28 10:29

 

 

정년 퇴임을 앞둔 이종근 의정부지검 중경단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불륜을 저지른 이도 검찰 개혁 핑계를 대는 검찰 개혁 과잉의 시대"라고 글을 남겼다. 사진은 검찰 로고/뉴시스

 

정년 퇴임을 하는 의정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 이종근(63) 검사가 “불륜을 저지른 이도 검찰개혁을 핑계로 댄다는 검찰개혁 과잉의 시대”라며 “거짓과 요설이 횡행하는 나라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도록 노력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이 주장해 온 ‘검찰 개혁'의 허구성을 비판한 것이다. 이 검사는 법무부와 대검 근무를 하지 않고 18번 지방 부임지를 옮겨다니며 주로 형사부 근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임기 내내 우대하겠다고 강조한 ‘형사부 검사’다.

 

이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정년 퇴직 인사글을 올리고 “지금 검찰은 외부의 극심한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을사오적처럼 내부에서 외압에 편승하는 일부 세력이 있고, 그들처럼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겠지만 역사 속에서 그들의 발밑에서 간신으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을사오적 그들처럼 되는 일은 어찌 보면 이리 쉬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그들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라는 등으로 거짓말을 하며 아무리 우겨도 우리 대부분은 이를 믿지 않는다.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는 자들을 우리 업무상 수없이 많이 겪어왔는데, 그런 황당한 거짓말에 넘어갈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일부 ‘추미애 라인’ 검사들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7일 퇴임식을 마치고 소감을 말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인 추미애 전 법무장관/유튜브

 

이 검사는 “불륜을 저지른 이도 검찰개혁을 핑계로 댄다는 검찰개혁 과잉의 시대에, 우리 모두 거짓과 요설이 횡행하는 나라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도록 노력해야 하겠다”며 “‘암살'이라는 영화에서 일본의 밀정으로 나온 배우 이정재의 ‘일본이 망할 줄 몰랐다’라는 대사처럼, 그들이 ‘망할 줄 몰랐다’고 변명하며 살게 해줍시다”라고 썼다.

 

일부 검사들은 이 검사의 퇴임글을 보고 “‘이종근'이 ‘이종근2’를 꾸짖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추미애 라인’으로 꼽힌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은 동명(同名)을 이유로 검찰 내부에서 ‘이종근2’로 통용됐는데, 작년 12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앞두고 징계위원이던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비밀 메신저로 ‘이종근2’와 논의를 하는 대화가 포착돼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이 차관과 이 부장은 “‘이종근2′는 이종근 부장이 아니라 이 부장의 아내인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이종근2’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12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 논의를 위한 법제사법위원회 비공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참석, '효력정지가 나올 턱이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주고 받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