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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시 '완화삼' 목월(木月)에게

Jimie 2024. 5. 11. 04:36

조지훈 시 '완화삼' 

 
완화삼(玩花衫)

- 목월(木月)에게

 
- 조지훈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우름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이냥 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 「조지훈 시선」(오형엽 해설, 지식을만드는지식) 중에서

 
조지훈 시인(본명 조동탁, 1920~1968)은 경북 영양군 출신으로 1939년 「문장」에 '고풍의상' '승무'가, 1940년 '봉황수'가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박목월 박두진 시인의 3인 공동시집 「청록집」, 개인시집 「풀잎단장」, 「조지훈 시선」 「역사 앞에서」 「여운」 등을 냈다. 시론집 「시의 원리」, 수필집 「창에 기대어」 「시와 인생」 「지조론」 「돌의 미학」, 그리고 번역서 「채근담」 등이 있다.
안타깝게도 지병으로 48세의 짧은 일생을 마감했다. 자유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1982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 되었다.
 

시  '완화삼 (玩花衫) '

 
조지훈 시인의 시 '완화삼'은 1946년 4월 「상아탑」에 처음 발표된 시다. 시인의 청춘 26세 때... 
 
한자로는 玩花衫.

'완(玩)'은 희롱하다, 놀다, 사랑하다의 뜻이 있다.

'삼(衫)'은 적삼 또는 옷이라는 의미~

 

 완화삼은 '옷깃에 스치는 꽃을 즐기다' 또는 '꽃물 든 옷/적삼을 좋아하다' ...

 꽃/자연을 가까이하며 사랑한다는 ~.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 조지훈 시 '완화삼' 중에서

 
걸어서 먼길 가는 나그네를 떠올리게 된다.

길가의 꽃잎을 소매 깃에 유유자적 스치며 가는 길~. 

그 길은 정처없이  하염없이  자신조차 잊고 걷는 길일 것 같은 ~ 슬프고 가슴 먹먹한, 애상의 나그네....
 
이 시가 쓰인  당시 시인은 억압과 굴종의 암담했던  일제강점기를 막 지나. 해방은 되었지만  여전히 현실은 어둡고 혼란스럽기만 했던 시절이었다.
 
26세 지훈과 31세 목월은 이 시가 쓰이기 전 경주에서 만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때 둘은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암울한 현실과 현실보다 더 캄캄했을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얘기를 나누었을까. 짐작이 미치지 아니하는 일이다..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 산새가 구슬피 우름 운다

 

- 조지훈 시 '완화삼' 중에서

 
'산새가 구슬피 우름 운다'고  시인은 운다..

냉혹한 현실, 스스로의 힘으로는 넘을 수 없는 시대의 장벽 앞에서 질식당할 것만 같은 시인은 울고만 싶어라.

이럴 때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피 끓는 청춘은 나그네가 된다.
 
현실의 집착과 속박에서 벗어나 하늘을 자유롭게 흘러가는 구름처럼 ~ , 양팔을 뻗어 길가에 피어난 꽃들을 소매 깃으로 어루만지며...  
 
구름 흘러가는 /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 조지훈 시 '완화삼' 중에서

 
그렇게 고독을 벗 삼아 걷다 보면 고독이 걷고 있는 것인지 내가 걷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강 따라 걷다가 강물 속의 구름을 보면서  지금 구름이 걷고 있는 것인가, 구름이 나인가..
 

 
조지훈 시 '완화삼' 중에서.

 

 젖은 마음, 달빛에 말렸을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 조지훈 시 '완화삼' 중에서

 
그렇게 걷는 나그네, 지훈과 목월의 소매는 꽃잎에 풀잎에 젖어 꽃물이 풀물이 들었다. 

나그네 긴 소매가 꽃잎에 젖었기에  술이 익어가고, 또 강마을에는 저녁노을이 불탄다. 

나그네의 얼굴도 마음도  붉게 타오르고  나그네와 자연은 붉게  혼연일체가 된다.

 

이 시의 솟대같은 구절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망연히 붉은 하늘을 바라보았을까

나그네는 그 순간 어떤 맹세를 했을까. 자신과의 굳은 약속 같은...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이냥 하여 /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 조지훈 시 '완화삼' 중에서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꽃은 나그네 자신의 시간, 청춘의 시간인가. 그래서 밤길이라도 나섰을까  달빛을 받으며 고요히 흔들리면서....

 

그 달밤의 길 위에서, 언제나 정 많고 한이 많아 스스로 힘든, 당신의 다치고 젖은 마음을 고요한 달빛으로 좀 고슬고슬 말렸을까.  그리고 잃어버렸던 자신을 만나게 되었을까. 

 

문득, 세상의 꽃을 벗 삼아 꽃물이 든 소매로 앞을 휘저으며 먼길 나서는 나그네이고저. 
 
 조지훈 시인의 '완화삼'에 대한 박목월 시인의 답시,  '나그네'를 만나러  떠나는 길  나그네~.

 

박목월 시 나그네 읽기

박목월 시인님의 시 '나그네'를 만납니다. 이 시는 우리를 하염없이 걷게 합니다. 시인님의 손을 잡고 함께 걸으며 저녁 노을에 마음을 담가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박목월 시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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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파(靑鹿派) 시인

 박목월·박두진·조지훈 공동시집 〈청록집 靑鹿集〉 발간(1946년)

 

박목월[朴木月,  본명 영종(泳鍾), 1915~1978]

박두진[朴斗鎭,  호는 혜산(兮山), 1916~1998]

조지훈[趙芝薰,  본명 동탁(東卓), 1920~1968]

 

 조지훈(좌), 박목월,  박두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