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검찰 출신” “국민의힘이 용산의힘 될 판”
비판 많지만 ‘×팔육 후진정치’ 끝낼 대안 있나
대통령 부인 리스크 털고 ‘윤심 공천’ 막으면
총선 과반수 확보… ‘별의 순간’도 가능할 것
노파심에 고백하자면 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일면식도 없다. 하지만 한동훈이 ‘윤석열 아바타’는 아니라고 본다. 검찰 때 일 잘해 윤 대통령 총애를 받았다지만 첫째, 한동훈은 술을 입에도 못 대기 때문이다. 둘째, 구리구리한 꼰대가 아니다. 셋째, 옷도 잘 입고 정제된 언어로 말도 잘해서다.
한동훈이 내년 총선 망하게 생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모양이다. 당 대표를 둘이나 끌어내린 대통령실이 힘을 썼다는 소리가 나온다. 또 검찰 출신이냐 싶다. 안 그래도 ‘검찰 공화국’ 비판을 듣는 판에 그가 사실상 당 대표인 비대위장을 맡으면 국민의힘은 용산의힘이 되고 ‘윤심 공천’도 KTX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나땡”(한동훈이 나와 주면 땡큐) 외칠 만하다.
이미 정치인 뺨치게 진화한 한동훈이 과연 그럴까.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은 검찰 출신도 아닌데 “나라님” 운운하며 대통령한테 한마디 못했다. 의사지만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실패 이유를 오진하고 용산 아닌 당에 메스를 댔다.
능력주의로 무장한 한동훈은 19일 공공선이 자신의 기준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권 때인 2021년 초 한 인터뷰에선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가치를 공유하는지는 몰라도 이익을 공유하거나 맹종하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했다. 누구처럼 허언증에 걸리지 않았다면, 상명하복에 익숙한 검찰 출신 대통령 앞이라 해서 할 말을 못 하거나 할 일을 못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럴 자신 없으면 비대위장 자리는 맡지 말아야 한다.
한동훈을 위해 무난한 비대위장을 내세워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강감찬 아꼈다 임진왜란 때 쓸 요량이겠지만 고려가 망하면 조선도 없다. 당연히 임진왜란도 일어나지 않는다. 강감찬 위하려다 고려 왕이 죽듯, 국힘이 총선에서 지면 대통령도 제 역할 못 한다. 국힘과 대통령이 걱정돼서가 아니라 내 나라와 우리 아이들 미래가 억울해서 하는 말이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숙주 삼아 나라를 친북·친중으로 몰고 갔던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출신들이 총선에 나올 태세다. 전대협 벼슬의 전직 고관대작 때문에 오래 굶은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한총련 출신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현역 의원 물갈이 공세를 벌이고 있다.
1980, 90년대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는 그들은 가짜 민주화 세력이었다. 국민 앞에선 “주사파와 관련 없다” 주장했지만 북한이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 명의로 내보낸 구국의소리 방송 지령대로 인민민주주의혁명을 꾀했다는 게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출신 민경우의 증언이다(최근 저서 ‘스파이외전-남조선해방전쟁 프로젝트’).
86그룹 맏형이던 ‘돈봉투’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 ×이” 꼰대질을 하자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수십 년간 시민들 위에 군림했다”며 ‘후진 정치’를 세련되게 질타한 사람이 한동훈이다. 시대착오적 ‘×팔육 정치’를 종식시키고 전대협보다 극단적 좌파인 한총련의 정치 진입을 막으면서, 지긋지긋한 보스정치 팬덤정치를 끝내고, 멀쩡한 보수를 넘어 태도 또한 괜찮은 쿨한 보수로 가려면 73년생 신세대 정치인 한동훈이 ‘세대교체’를 들고나와야 한다.
관건은 용산이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더는 안고 갈 수 없다는 보수층 민심을 똑똑한 한동훈이 모를 리 없다. 1982년 장영자-이철희 사기 사건 때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친구 노태우 체육부 장관은 장문의 읍소편지로 대통령 처가 일족의 구속과 공직 사퇴를 설득했다. 1987년 6·29선언은 전두환 각본에 “각하께서 호통을 쳐달라”는 노태우 연출이 덧붙여졌다는 후문이다.
“권력과 국민의 이익이 배치될 때 힘들고 손해 보더라도 국민 편을 들라고 이 나라 법과 국민들이 검사에게 신분 보장도 해주고 존중해 주는 것”이라고 한동훈은 작년 1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일개 공직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자신의 말을 기억한다면 편지를 쓰든 ‘아름다운 뒤통수’를 치든, 한동훈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할 것이다.
총선 공천도 공공선과 당선을 최우선으로 두면 답이 나온다.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이 90점”이라는 간신 같은 용산 출신에게 공천 주는 일들이 벌어지면 총선 승리는 물론이고 한동훈에게 ‘별의 순간’은 없다. 다행히도 2022년 윤석열의 대선 승리를 전망했던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 전망에서 국민의힘이 총선 과반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댓글 138개
추천 많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