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공포에…사재기로 동났다
입력2023.06.14. 오후 3:22
수정2023.06.14. 오후 3:26
"언니, 소금 없어. 천일염은 다 품절이고 꽃소금이랑 맛소금밖에 없네."
14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한 대형마트에서 소금 진열대를 둘러보던 50대 주부는 친언니의 부탁으로 소금을 사러 왔지만,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 주부는 "언니가 마침 소금도 떨어졌겠다, 요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한다고 해서 마트에 들른 김에 소금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설마 진짜 없겠어?' 싶었는데 정말 없어서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일본이 지난 12일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방류 시설 시운전을 시작하는 등 올여름부터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소금 안전성을 우려한 시민들은 사재기에 동참하며 소금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오전 소금 진열대에는 꽃소금과 맛소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소금이 동이 나 있었다. 각종 천일염 등 가격표에는 가격 대신 '품절'이라는 문구만 적혀 있었다.
카트를 끌고 진열대 앞으로 온 40대 주부도 "어머, 진짜 소금 없네"라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 주부는 "맘카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에 다들 소금을 사놓는다고 하길래 와봤다"며 텅 빈 진열대를 보고 아쉬워했다.
마트 직원은 "사흘 전부터 진열대에 소금을 놓기가 무섭게 다 팔린다. 매일 주문을 넣고 있지만 주문량의 10%만 입고될 정도로 전국적으로도 물량 부족이라는 것이 체감된다"고 설명했다.
둔산동 한 하나로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천일염 10㎏ 물량이 들어오기 무섭게 손님들이 구매를 문의했지만, 마트 직원은 "저건 이미 팔린 거에요. 지금은 어떻게 해도 못 사요. 천일염은 김장철에나 다시 들어올 거예요"라고 안내했다.
소금 가격은 4월 이후 잦은 비와 더불어 사재기 현상까지 겹치며 급등하고 있다. 4월 평균 1만3천740원에 거래됐던 신안 천일염(20㎏)은 두 달 만인 이달 초 1만 7천807원으로 가격이 30% 가까이 올랐다.
주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소금 좀 사놓으셨나요? 못 사서 우울하네요'와 같이 오염수 걱정에 따른 소금 관련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세종시에 사는 주부 한모(61)씨는 "이게 과연 소금만의 문제인가 싶다. 소금, 간장 등 양념들도 다 문제인데 (사재기는)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며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 동났을 때랑 상황이 비슷한 것 같은데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고 걱정했다.
일부에서는 시민들의 불안감과 사재기 현상을 두고 오염수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확산을 지양해야 한다고도 하지만, 당분간 소비자의 심리적 불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보에 대한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소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사재기가 절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는 것을 소비자들 스스로 인식하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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