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트럼프...’재탄핵론’까지 부상
민주당 일각 “당장 끌어내려야”
”시위 방조, 묵인한 주범” 성토
입력 2021.01.07 13:55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 정치의 심장부 워싱턴 DC의사당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민주당에서 ‘트럼프 재탄핵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오는 20일 조 바이든 당선인이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민주당은 여당이 된다. 민주당은 조지아 주 결선투표 승리로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태다.
트럼프 "대선 불복 포기하지 않을 것"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2020년 대선 결과 인증 반대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의회로 행진하기 전 지지 연설에서 "대선 불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km@yna.co.kr/2021-01-07 10:18:49/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미 언론들은 7일 다수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트럼프를 다시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 및 승계 문제를 규정한 조항이다.
민주당내 강경파로 꼽히는 일한 오마르 미네소타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탄핵하고 직에서 끌어내야 한다”며 “이는 미국을 지키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종차별 공격 대상이 된, 민주당 여성 하원의원 4인방이 15일(현지시간) 의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4인방 중 소말리아계인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은 지난 2월 대표적 유대인 단체를 공개 비난했다가 반유대주의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사과했다. 4인방 중 또 다른 한명인 라시다 틀라입 하원의원은 이스라 엘과 갈등을 이어오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 2세다.
테드 리우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은 “친애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신은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야 한다. 트럼프는 현실로부터 동떨어져 있다”고 적었다. 아이아나 프레슬리 매사추세츠 하원의원도 “도널드 트럼프는 의회가 재소집되는 대로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들도 칼럼을 통해 트럼프를 비난하고 있다. USA 투데이의 톰 니콜스 칼럼니스트는 “트럼프는 그 자신의 나라에 위험이다. 그는 단 1분이라도 대통령직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성토했다.
연기 자욱한 의사당 안에서 경찰과 대치한 트럼프 지지자들 (워싱턴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의 상원 회의장 밖 복도가 흰 연기로 가득 찬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leekm@yna.co.kr/2021-01-07 11:45:05/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지자들에게 평화시위를 당부하며 시위대의 귀가를 촉구하면서도 불복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난입 사태를 묵인·방조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경쟁자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비위 의혹을 수사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지난해 탄핵이 추진됐다.
민주당이 다수를 장악한 하원이 탄핵안을 발의해서 통과시켰으나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부결된 바 있다. 트럼프의 임기는 현재 13일만 남아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탄핵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다만, 민주당 내 강경파에서 이번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을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美, 바나나 공화국 됐다…당장 끌어내라” 트럼프 탄핵론
입력 2021-01-07 13:41수정 2021-01-07 15:26
6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미 의회 난입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극렬 지지자들을 사실상 조장, 선동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직 대통령 등 원로를 비롯해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지는가 하면,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임기를 2주 밖에 남겨놓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움직임마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해 온 백악관 보좌진들도 이번 사건의 충격에 줄사퇴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백악관 남쪽 공원에서 진행된 유세에서 “우리는 절대 포기하거나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이겼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어 “마이크 펜스(부통령)가 옳은 일을 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는 이긴다”며 상원의장을 겸하는 펜스 부통령이 앞장서서 선거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는 압박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펜실베이니아대로(大路)를 따라 걸을 것. 나는 이 길을 사랑한다”며 “우리는 의회로 간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대로는 백악관과 의사당 사이를 잇는 길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의회로 가서 시위를 계속하자고 선동한 것이다.
그는 실제 시위대의 행동이 격화되던 오후 3시쯤에는 트윗을 통해 “나는 의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지키기를 요청한다. 폭력은 안 된다. 우리는 ‘법 집행’의 정당”이라며 시위대를 자제시키는 모습을 보였지만 끝내 해산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상자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진 오후 4시반쯤에야 영상 메시지를 통해 “평화롭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나마 이 때도 “우리는 선거를 도둑 맞았다”며 불복 의사를 계속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잇단 발언이 극렬 지지자들의 불복 심리에 불을 지펴서 폭력 행위로 이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들도 잇달아 우려를 표했다. 공화당 소속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는 바나나 공화국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라며 “매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바나나 공화국은 중남미 등 부패가 심각하고 정국이 불안한 나라들을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선거 결과에 대해 근거 없는 거짓말을 일삼는 현직 대통령에 의해 오늘의 폭력이 있었다고 역사는 기억할 것”이라며 “이 나라의 엄청난 수치”라고 비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오늘의 폭력은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열성 지지자들이 불을 붙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 전현직 트럼프 행정부 관료와 보좌관들도 일제히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비난했다. 그 중 일부는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정면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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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서는 탄핵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이참에 아예 정상적인 임기 수행을 하지 못하게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원의원인 데이비드 시실린과 테드 리우는 이날 저녁 펜스 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는 당신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직위에서 몰아내는 절차에 착수하기를 촉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수호할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썼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됐을 때 부통령이 직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게 규정한 조항이다. 이밖에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도 트위터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했다. CNN과 악시오스 등은 민주당 뿐 아니라 일부 전현직 행정부 각료와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논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참모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그에게 등을 돌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CNN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매슈 포틴저 부보좌관, 크리스 리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의회 난입 사건을 계기로 사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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