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수개 한방에 날려" 우크라, 美에 요청한 '악마의 무기'

국제 국제일반 우크라이나 침공

"축구장 수개 한방에 날려" 우크라, 美에 요청한 '악마의 무기'

중앙일보

업데이트 2023.03.07 18:57

박소영 기자

격전지 바흐무트 사수에 사활을 건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드론 투하용 집속탄 제공을 요청했다. 최대 수백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있는 집속탄은 광범위한 지역에 인명 피해를 입혀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 민간인 지역에 떨어진 러시아군이 쏜 로켓. 집속탄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 국방위원회 소속 제이슨 크로우와 애덤 스미스 하원의원은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공중에서 투하할 수 있는 MK-20 집속탄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에서 미 의원단에 백악관 승인을 촉구해달라고 했다. 미국은 MK-20 집속탄 생산을 지난 2016년에 중단했지만, 현재 100만개 이상이 비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 개 소형탄, 무차별적 효과 

집속탄은 한 개의 탄 안에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간 무기로, 광범위한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다수를 살상한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사용할 경우 민간인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하고, 불발탄도 많아 수년 동안 인명 피해가 속출한다.

 

특히 곡사포 호환 집속탄보다 드론 투하용 집속탄이 훨씬 위력적이다. 보통 집속탄은 한 차례 발사에서 80여개 폭탄이 흩뿌려지는데, 드론에서 투하하는 MK-20 집속탄에선 240개 이상의 폭탄이 방출된다.

대경대 부설 한국군사연구소 김기원 교수는 “드론 투하용 집속탄을 한 발 사용하면 축구장 수개의 넓이를 한 번에 제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이용해 동부 전선 방어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지난 9개월간의 접전 끝에 동부 도네츠크주(州) 요충지 바흐무트를 포위하는 등 전세가 우크라이나군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일 “군 수뇌부에서 만장일치로 바흐무트를 방어하기로 했다”면서 결사항전 의지를 보였다. 이에 따라 미국에 집속탄 요청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러시아는 이미 개전 이후 집속탄을 많이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바이든 승인 미지수

지난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 대한 미국 해군 정비병들이 집속탄을 실은 미사일을 핵추진 항공모함에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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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집속탄 제공을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집속탄을 제공하면 미국의 도덕적 권위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속탄은 비인도적인 무기로 분류된다.

지난 2008년엔 ‘집속탄금지협약(CCM)’이 체결돼 생산·사용·이전·비축을 금지하기로 했다. 현재 110개국이 이 협약을 비준했으나 집속탄 주요 보유국인 미국·러시아·중국 등은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도 CCM 회원국이 아니다. 

다만 미국은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전투에서 집속탄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이후론 수출도 하지 않고 있다.

 

미 공화당에선 집속탄 지원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미 의회 보좌관은 로이터에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개인적으로 미국 의원들 로비에 나섰다”며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은 우크라이나 요청에 꽤 관대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가 수적으로 열세”라면서“집속탄은 대규모 군대에 매우 치명적이고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할 지역에는 민간인이 없다”면서 집속탄 지원에 긍정적인 뜻을 보였다.

 

이미 서방의 일부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하고 있다. 튀르키예(터키)가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이 설계한 포 발사형 집속탄인 ‘이중목적 향상 재래식탄(DPICM)’을 지원했다. 에스토니아도 지난해 1월 독일제 집속탄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