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좋았지" 그렇게 빠진다…'자면 예뻐져요'의 무서운 유혹
입력 2023.03.06 09:00
프로포폴 사용 이미지. 사진 JTBC 뉴스룸 캡처
“자고 일어나면 피부 미인” “한숨 자고 예뻐지는…”
5일 한 성형정보 플랫폼에 통증이 크다고 알려진 피부 미용 시술을 검색하니 이런 문구가 포함된 병원 이벤트가 수두룩하게 떴다. 환자가 통증을 느낄 수 없도록 수면 마취로 시술을 진행한다는 뜻이다. 시술 이름 앞에 ‘수면’을 앞세운 병원은 서울 강남 일대에서만 10여곳에 달했다. 병원들은 “통증 걱정은 인제 그만” “자는 동안 통증 걱정 없이” 등과 같은 말로 고객을 유인했다.
자는 동안 예뻐진다? 프로포폴 시술 호황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중앙포토
향정신성의약품인 수면 마취제 프로포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일 수면 피부 시술을 홍보하는 강남권 성형외과·피부과 5곳에 전화했더니 모두 마취제로 프로포폴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프로포폴은 다른 마취제와 달리 회복이 빠르고 부작용이 적다는 게 특징이다. 한 병원 측은 “시술은 30분 내외로 짧게 끝난다”라면서도 “마취 영향이 있으니 1시간 30분 정도는 쉬다 가도 된다”고 안내했다. 피부 시술은 3주 단위로 총 3번 맞는데 그때마다 수면 마취를 하게 된다. 직접 찾아간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선 “다른 시술도 포폴(프로포폴) 마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통증 시술로 프로포폴 마취를 내세우는 일부 병원의 행태가 일반인이 프로포폴로 빠져들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술하다 보면 프로포폴에 중독돼 그 후론 병원을 찾아다니며 맞게 된다”(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용 마약류 프로포폴 안전사용 기준’을 통해 “프로포폴은 오남용 가능성이 큰 약물”이라며 “간단한 시술 및 진단을 위한 프로포폴 투약 횟수는 월 1회를 초과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홍성진 부천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일부 피부과 시술은 통증이 있지만, 국소마취나 마취 크림으로 할만하다”라며 “프로포폴 마취로 인한 여러 위험이 있는데, 필요하지 않은 시술에 시행한다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의사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프로포폴 특성상 환자는 도파민이 분비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며 “무의식적 수준에서 ‘그때 좋았지’라며 보상 기억이 작용해 (마취 때문에) 시술을 계속 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증에 어쩔 수 없다”는데…대안 없나
의사들은 프로포폴 마취와 일부 피부과 시술이 결합한 시장이 만들어진 데 대해 “환자 요구에 따른 일”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의 한 피부과 원장 A씨는 “피부과 시술은 통증이 있으면 아파서 안 하는 사람이 많아 프로포폴 마취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진료실에서 의사가 환자 요구를 거절하는 게 어렵고, 통증에 취약한 개인이 무통을 선호하는 등 공급자 요인보단 수요자 요인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홈페이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사의 불필요한 마약류 처방을 막거나 중독자를 걸러내기 위한 대안으로 식약처의 ‘마약류 의료쇼핑방지 정보망’ 조회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2020년 6월부터 의사가 마약류를 처방할 때 해당 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1년 치 투약 이력을 조회하도록 하고 있다. 환자 요구에 따라 프로포폴을 쓰더라도 검색을 통해 이상 환자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마취과 전문의 이모씨는 “의사들이 매번 조회해 비정상적으로 수면 마취를 자주 하러 다니는 사람을 걸러내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의사 수는 486명(2021년 기준)으로, 이용률은 0.45%(전체 처방 의사 수 10만3971명)에 불과하다. 식약처는 서비스 조회 여부가 의무가 아니라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이용률이 낮다고 보고 있다. 프로포폴 등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씨 사례에서도 그와 연관된 일부 의사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마약수사관)는 “프로포폴 중독 사건을 수사하다보면 시술 핑계를 대는 피의자가 적지 않다”라며 “투약 알림이 뜨도록 하고 처방 이력을 점검하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모든 마약류 투약 이력을 조회하도록 의무화한 법안이 지난 2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며 “이용 불편·복잡 등을 사유로 정보망 서비스 이용률이 낮지만 오남용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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