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이른바 ‘50억 클럽 특검법’을 발의했습니다. 소위 50억 클럽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들의 불법 자금 수수 및 부당거래 의혹에 관한 진상규명을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자는 게 법안의 주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사 대상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수사할 검사를 고르겠다는 것”이라며 “이게 왜 말이 안 되는 건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대체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인지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뇌물’ 1심 무죄 판결은 국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항소심에는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는데요, 그럼에도 민주당의 이번 특검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소위 ‘50억 클럽’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저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민주당의 주장, 일견 타당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민주당 특검법 내용을 보면 특검 후보자 지명을 민주당 힘의 논리로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국회 정신인 ‘합의’가 전혀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합의’가 빠졌다는 게 어떤 뜻인가요?
특검법이 제정되어 특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할 때 기존 특검법에선 ‘합의’ 절차가 있었습니다. ‘이예람 중사’ 특검법에선 교섭단체가 법원행정처장 및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부터 각각 2명의 추천을 받아 ‘합의’를 거쳐 2명이 특검 후보자를 결정했습니다. 또 ‘드루킹’ 특검법도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4명을 추천받아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 ‘합의’해 2명의 특검 후보자를 결정했습니다. ‘최순실’ 특검법은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상황이었기에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당이 ‘합의’한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했습니다.
◇이번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엔 ‘합의’가 빠져있나요?
이번 민주당 특검법은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에서 특검 후보자를 정하게 했습니다. 교섭단체가 되려면 ▲20인 이상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 또는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20인 이상의 모임이 되어야 합니다.
대통령이 소속된 국민의힘을 제외하면 민주당이 169석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나머지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7명으로 총 15명입니다. 다 합쳐도 교섭단체 기준인 20명에 미달합니다. 특검 후보자 지명을 이재명 대표가 원하는 사람으로 할 수 있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번 민주당 특검법, 어떻게 보시나요?
아무리 일리 있는 특검법일지라도 특검 지명을 한 당의 정치적 논리와 힘에 의해서만 결정한다면 특검의 결과에 국민은 신뢰를 보낼 수 없습니다.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무한 반복되는 수렁의 늪에 빠지게 될 겁니다. 또한 특검법 제정을 통한 특검 수사 기간은 최소 2개월 이상 걸립니다. 그동안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는 중단될 수 있습니다. 어차피 특검이 할 수사를 굳이 검찰이 수사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온 곽상도 전 의원 사건 때 검찰 수사는 이전 정권에서 이뤄진 것이었는데요. 이대로 특검법을 밀어붙인다면 민주당이 현 검찰 수사팀의 수사 의지를 꺾고 대장동 사건을 뺏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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