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개표 과정에서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투표용지 두 장이 나왔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들은 수기로 ‘가(可)’ 또는 ‘부(否)’만 적게 돼있다. 불분명하게 적힌 표는 무효표 처리된다. 그런데 이번 개표에서 ‘우’나 ‘무’ 또는 ‘부’로 읽히는 글자 1장과 무엇을 썼는지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 1장이 나온 것이다.
두 장의 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두고 개표는 두 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장내에선 “이런 역사적 심판에 글씨를 보고 쓰는 것도 못하는 의원들이 있느냐” “제대로 보고 쓰셔야지” 등의 고성이 나왔다. 온라인에서도 “국회의원이 글씨도 못 쓰나” “투표 하나 제대로 못하는 데 무슨 국회의원이냐” 등의 조롱이 쏟아졌다.
그러나 투표용지에 이처럼 글씨를 흘려쓰는 건 보통 정치적인 의도가 담긴 행위라는 게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28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저렇게 쓴 데는 특별히 의도가 있다고 본다. 글씨를 쓸 줄 몰라서 저렇게 쓰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 두 표가 모두 ‘부’가 되면, 찬성 139표 대 반대 139표가 된다. 반대로 모두 무효로 처리되면 찬성 139, 반대는 138 또는 137표”라며 “매우 의미가 있는데 일부러 저렇게 쓴 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그러면서 “무기명 수기 투표에 있어 투표하는 사람이 (자신의) 의도를 표시하거나 다른 정치적 생각을 갖고 쓴 것에 대해서 무효표로 처리한다”며 “‘가’ 또는 ‘부’를 똑바로 쓰더라도 점을 하나 찍거나 위에 살짝 표시를 하는 것도 무효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도 “실수하려야 실수할 수 없는 거다. 투표장에 들어가면 실수할 의원이 있을까 봐 ‘가’ ‘부’를 써놓고 투표 전에도 ‘이런 것은 안 된다’고 말한다”며 “저렇게 쓴 건 정치적으로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무효표를 만들기 위해서 뭔가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못해서 무효표가 안 나온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저 표 자체로 가부를 논의하는 건 의 미없는 행동이라고 본다”고 했다.
여당 감표위원으로 참여한 한 의원은 조선닷컴에 “무효로 처리된 표 중에는 ‘아닐 부(不)’만 쓰거나 글자에 점을 찍은 것들이 있다”며 “이런 사례들은 보통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백지로 낸 경우에는 기권으로 처리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두 표 중 한 표는 ‘부’, 다른 한 표는 무효표로 인정했다. 그 결과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집계되면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149표)이 필요한데, 10표가 모자라 최종 부결된 것이다.
한편 그간 민주당 지도부가 169석 다수석을 내세워 압도적 부결을 공언해온 것과는 달리, 뜻밖의 이탈표가 대거 나오며 민주당 내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은 이른바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수박’ 색출에 나섰다. 수박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민주당 안에 있는 보수 인사’를 뜻하는 은어다. 이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표결 결과를 공개하는 등 반박·해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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