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에 "성남, 호텔 필요" 제안한 부부, 호텔 주인 됐다
업데이트 2023.02.15 00:32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정자동 호텔 개발’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숙박시설이 필요하다며 성남시에 연구용역서를 냈던 민간사업자가 현재 호텔 소유주로 확인돼 논란이다. 스스로 사업 필요성을 제안하고 개발해 호텔 운영에 나선 것을 두고, 당시 성남시가 인허가권을 활용해 특정 민간업자를 밀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2019년 10월 8일 성남시 정자동 ‘더블트리 바이 힐튼 판교 호텔' 기공식이 열렸다. 오른쪽 네 번째부터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은수미 성남시장, 김모·황모 베지츠종합개발 대표이사, 김용 경기도 대변인. 사진 경기도청
1년새 3건의 보고서…“호텔 필요하다”
1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3년 4월 공공기관 컨설팅업체 ‘피엠지플랜’은 성남시에 ‘가용 시유지 활용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업체는 그해 10월과 이듬해 2월에도 각각 ‘성남시 유휴부지 개발방안 연구’ ‘(구)백현유원지 부지 개발방안 연구’를 성남시에 냈다. 수의계약으로 발주된 해당 문건들은 공통적으로 ‘성남시 내 숙박시설이 부족해 호텔 유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2011년 기준 성남시의 사업체 중 숙박업 비중은 1.393%로 미미한 수준”, “해마다 100만명이 방문하는데 숙박시설 미비로 충분한 체험을 하지 못함” 등을 제시하며 호텔 개발을 주장했다. 피엠지플랜은 또 “성남시를 비롯한 수도권 남부권을 연결하는 경부고속도로,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 지하철 신분당선, 분당선 등 광역교통망을 두루 갖추고 있다”면서 ‘특급 호텔’이 포함된 개발계획도 제안했다.
한 사업자가 제안·개발에 운영까지
특혜 의혹은 2015년 1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호텔 개발을 위해 ‘베지츠종합개발’과 협약을 체결하면서 불거졌다. 베지츠 대표 황모씨, 김모씨 부부가 피엠지플랜도 소유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대표가 직접 서명한 비공개 협약서엔 “호텔 부지를 30년 무상 임대(이후 유상으로 변경)하고, 베지츠가 계약 종료 이후 땅을 매입한다”는 조항이 적혔다.
이에 대해 성남시의회 관계자는 “자기가 제안하고 자기가 개발하는 방식이 세상에 어디 있나”라며 “누구나 군침 흘리던 2만5000평을 듣도 보도 못한 업체가 공짜로 쓰게 하려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남시가 베지츠를 사업자로 선정한 뒤 각종 인허가가 전례없이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9월엔 ‘자연녹지지역’이던 해당 부지가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됐고, 그해 12월 가족호텔업 사업계획이 승인됐다. 1년 뒤엔 가족호텔 객실이 줄고 관광호텔 객실이 신규 추가됐다. 비즈니스·레지던스 호텔로 최초 승인을 내주고, 이후 특급호텔을 유치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2014년 12월 호텔 개발 관련 이재명 성남시장 결재 서류. 당시 이 시장은 "임대료 보장방안(최저임대료) 강조 바람"이란 메모를 남겼다. 정용한 국민의힘 성남시의원 제공
베지츠는 가족호텔 객실을 406개에서 170개로 줄이면서, 특1급 관광호텔 객실 432실을 추가했다. 동시에 테니스장과 실내 수영장, 스파, 파티룸, 와인바, 아트갤러리 등 수익사업도 새로 들어왔다. 용적률도 228.62%에서 353.72%로 125.1% 증가했다. 호텔 기공식은 2019년 10월 열렸는데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는 황씨 부부와 함께 시삽식에 참석해 사진도 찍었다.
성남시가 베지츠에 ‘외국인 투자촉진법’을 적용해 토지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등 편의를 제공한 정황도 있다. 2014년 12월 ‘한국잡월드 잔여부지 사업제안 검토’ 문건에서 성남시는 “지원방법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관광숙박시설 확충 특별법’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베지츠엔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적용됐다. 베지츠가 외국 국적자에게서 4억4000만원 어치 투자를 받은 점이 작용했다.
베지츠는 현재 외국인투자촉진법에 근거한 성남시 조례에 따라 호텔 부지의 공시가격 1000분의 15 비율의 임대료만 내고 있다. 연간 14~15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통상 국유재산 대부료는 1000분의 50 이상을 내야 한다.
“황모씨, 정진상과 동갑내기 절친한 사이”
황씨 부부는 베지츠와 피엠지 외에 ‘유엠피’라는 업체도 소유 중이다. 이 3개 업체는 피엠플러스(현 베지츠), 피엠지플랜, 피엠지시스템(현 유엠피)으로 상호가 모두 유사했지만, 2014~2015년 호텔 개발이 본격화한 시점에 맞춰 간판을 바꿔 달았다. 황씨 부부는 유엠피에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안태준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임명한 적이 있다.
법조계에선 황씨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친분이 특혜로 이어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둘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황씨와 정 전 실장, 안 전 부사장 모두 친구다. 셋이 절친한 사이였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조만간 강제수사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김철웅·이창훈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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