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소환 조사하며 200장 분량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만들었다. 신문조서 대부분이 검사가 질문한 내용으로 채워져 사실상 ‘백지’나 다름없었다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A4 용지 33장짜리 ‘검찰 진술서’를 냈고 이후 검사 질문에 “진술서 내용으로 갈음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반복하면서 사실상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① 33장 진술서 제출, 여론전도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두했다. 당시 이 대표는 A4 용지 6장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고 이번처럼 “진술서 내용으로 갈음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번 중앙지검 조사에서는 그때보다 많은 33장을 제출했다. 법조계에서는 “‘제1 야당 대표가 검찰 수사에 비협조한다’는 비난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진술서를 여론전에 활용하려는 정황도 나타났다. 28일 이 대표 측은 검사에게 ‘33장 진술서’를 제시했고 검사가 진술서를 복사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 대표 조사가 진행되던 그날 오후 1시쯤 언론에 그 진술서를 공개했고 그제야 복사가 가능했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대표 측이 ‘여론전’을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말이 나왔다.
② 조사 시작하면 사실상 ‘묵비권’
이 대표는 28일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진술서 내용으로 갈음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다만, 이 대표가 답변을 고민하는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 28일 오전 조사 과정에서 검사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결재한 것으로 알려진 위례신도시 사업 관련 자료를 제시하자 이 대표가 “변호인과 면담하게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검사가 없는 장소에서 변호인과 5분가량 면담하고 온 이 대표는 다른 질문처럼 그 질문에도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성남FC 조사 때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당시 조사에서 성남지청이 네이버 관계자가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접촉한 뒤 양측 요구 사안을 정리한 자료 등을 제시하자 이 대표는 “정진상이 그랬다는 거냐. 믿어지지 않는다” 같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차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③ 조사 시간 놓고 신경전
28일 이 대표 측은 검찰 측에 “같은 자료를 반복해서 제시하거나 자료를 읽는 등 조사를 고의로 지연한다”고 항의했고 민주당도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러자 검찰은 “조사를 지연한 사실이 전혀 없고 최종 결재권자에게 보고되고 결재된 자료를 토대로 상세히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 입장을 내놨다.
성남지청이 수사를 할 때도 이 대표 측은 “저녁을 먹지 않고 가겠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검찰이 네이버와 관련한 자료를 내놓자 이 대표가 진술을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이 대표 뜻대로 안 됐다는 것이다.
④‘검찰 수사 평가절하’ 전략
형사소송법상 진술 거부권은 피의자의 권리로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형사사건에서 검찰이 장기간 수사한 뒤 소환 조사를 할 경우, 반대 자료를 내고 적극 해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검찰에 출두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이나 대기업 총수, 고위 공직자들도 진술 거부 대신 혐의를 반박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수사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구치소에서 검찰 소환에 불응했지만, 그에 앞서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진 않았다.
민주당 법률위 핵심 관계자는 “검사 스스로 이번 사건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이 대표가 대응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진술 거부가 아니라 정당한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라고도 했다. 법조인들은 “검찰이 어차피 기소할 것이라고 예상해 재판에서 승부 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도 이를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사는 이 대표의 ‘33장 진술서’에 대응하는 ‘100장 질문지’를 들고 하나하나 질문했고 이를 이 대표 조서에 담았다. 이 대표가 오는 31일 또는 내달 1일 출두하지 않을 경우, 이번 주 후반쯤 대장동 사건과 성남지청의 ‘성남FC 사건’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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