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찰이 길 잃은 치매 할머니를 보호자에게 무사히 인계했다는 글과 함께 할머니를 업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가 뒤늦은 역풍을 맞고 있다. 최근 부산 한 지구대에서 추위를 피해 찾아온 70대 할머니를 내쫓은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이 이어진 탓이다.
부산 경찰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설날 당일 아흔이 다 된 연세의 할머니가 두꺼운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나오셨다가 길을 잃었다. 넘어지셨는지 타박상도 있었다”며 “출동 경찰관은 119구급대원에 요청해 응급조치한 후 이전 신고내역으로 거주지를 확인, 보호자에게 안전히 인계해 드렸다”는 글을 썼다.
경찰관으로 보이는 인물이 사연 속 백발의 할머니를 업은 채 걷는 사진 두 장도 함께 게시했다. 이어 “추운 날씨에 피를 흘리고 계셔서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지만, 단순 타박상을 응급조치한 후 따뜻한 집으로 신속히 모셨기에 건강 상태에 큰 이상은 없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에는 지문등사전등록 제도를 홍보하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평소라면 추운 겨울을 녹이는 훈훈한 장면이었겠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달랐다. 게시물 아래에는 “정말 어이없는 연출쇼 잘 봤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데 사서 욕먹으려 하나” “지금 분위기에 이런 걸 올리고 싶냐” “이미지 세탁 너무 티 난다” “SNS에서만 한없이 다정한 경찰” 등 부정적인 댓글이 쏟아졌다.
이같은 상황이 빚어진 건 지난달 14일 부산 내 A지구대에서 벌어진 사건이 시민들의 분노를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당시 A지구대 경찰관들은 추위를 피하게 해달라며 찾아온 70대 할머니 B씨를 강제로 내쫓았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막차를 놓친 B씨가 첫차를 기다리던 중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지구대를 방문한 상황이었다.
A지구대 내부 CCTV에는 B씨가 밖으로 내보내지는 장면이 그대로 찍혔다. 한 경찰관이 B씨의 팔을 강제로 잡아끌었고 또 다른 경찰관은 문을 잠갔다.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영상 보도 후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걸려 오자 일부 직원이 부적절한 대응을 한 것이 잇따라 공개된 것이다. 당시 시민이 “뉴스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전화했다”고 말하자, 응대한 경찰은 “아, 그럼 계속 화를 내세요”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치매 할머니 관련 글에 “계속 화내려고 왔다 간다. 종종 들러서 계속 화내도록 하겠다” “우리도 계속 화낼 테니 경찰들도 계속 열심히 일해달라” “춥다고 찾아온 할머니는 끌어내 놓고 다른 할머니는 업고 간다” “부산 노인들은 경찰 도움 받으려면 치매 걸린 척 하면 되나”는 댓글이 달린 것도 이 이유에서다.
결국 관할 경찰서인 부산 동부경찰서는 지난 28일 경찰서장 명의 사과문을 내고 “지구대를방문한 민원인을 퇴거시킨 일에 대해 민원인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국민 여러분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민원인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사안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해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B씨는 자신을 내쫓은 경찰관들을 고소한 상태이며 진상 조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A지구대 측은 당시 112신고 출동이 많아 B씨를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는 데다, B씨가 근무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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