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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화벌이' 北 9명 집단탈북…"돈바스 끌려갈까봐"

Jimie 2023. 1. 25. 08:02

[단독] '러 외화벌이' 北 9명 집단탈북…"돈바스 끌려갈까봐"

중앙일보

입력 2023.01.25 09:00

업데이트 2023.01.25 11:31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의 대표 관광지인 아르바트거리에 위치한 '해적커피'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에 파견한 노동자 9명이 지난해 11~12월 집단으로 탈북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24일 전했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망을 좁힌 뒤 외화벌이 북한 노동자들이 일감 부족으로 생활고에 시달린 데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친러 돈바스 지역 재건사업에 파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

관련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9명은 무사히 입국해 국가정보원 조사를 받은 뒤 현재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한 소식통은 “9명 중 2명은 2021년 9월 국내 민간단체에 탈북 의사를 알렸고, 이들의 조력을 받아 지난해 11월 초 국내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들 북한 노동자 2명은 러시아 모처의 안전가옥에서 신변 보호를 받다가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유엔난민기구(UNHCR) 사무소에서 임시 보호제도의 적용을 받은 뒤 이동을 시작했다”며 “지난해 9월께 모스크바에 도착해 국내 입국을 위한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러시아로 보낸 노동자들은 대부분 벌목 현장과 건설 현장에서 일해 왔다. 이번에 입국한 북한 노동자 중 일부는 현직 군인 신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해당 노동자들은 외화벌이를 위해 의무복무 기간에 파견된 현직 군인이었다. 하전사(병사)급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UNHCR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과정이 신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혁명광장 한켠에 자리한 '스파소 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 공사를 하는 북한 노동자의 모습. 안전장구 없이 가설 파이프에 오른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최근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북·중 국경이 닫히고 북한에서 제3국으로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한국에 온 탈북민 수가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가 주요 탈북 루트로 떠오르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최근에 입국한 탈북민 남성 가운데 상당수는 해외파견 노동자 출신”이라며 “현재 하나원 입소자 가운데 러시아 건설공 출신이 20여명에 달한다”라고 귀띔했다.

노동자 해외 송출은 김정은 정권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이전까지 북한은 약 10만 명의 노동자를 해외로 파견했다. 이들이 매년 벌어들인 수입이 약 5억 달러(약 618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에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 제2397호에서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금지했다. 이 결의안에 따라 모든 유엔 회원국은 2019년 12월 22일까지 자국 내 모든 북한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되돌려 보내야 했다. 하지만 러시아 벌목공의 경우 이듬해 1월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면서 귀국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서 주택 리모델링 작업을 하는 북한 근로자의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러시아 내 대규모 건설현장에서 일감을 받아 단체 생활을 하던 이들 노동자들은 도심 외곽지역으로 흩어져 소규모 공사 현장이나 농장 등에서 일하며 가까스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특히 러시아에서 발이 묶인 북한 노동자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폐허가 된 친러 돈바스 지역으로 보내져 재건사업에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는 게 현지에서 이들을 돕고 있는 민간단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해 7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간의 협력 가능성은 상당히 폭넓다”며 “기술력이 높고 근면하며, 어려운 조건에서도 솔선해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DPR·LPR의) 파괴된 인프라나 시설을 복구하는 데 중요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돈바스 지역으로의 자국 노동자를 보낼 경우 유엔 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DPR과 LPR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 입국 금지라는 유엔 제재의 해석상 허점을 노렸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원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최근에 입국한 해외 노동자 출신 탈북자들의 경우에는 문재인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각국의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지원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이들의 안전한 탈북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북한 출신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을 취재한 르포 『러시아에서 분단을 만났습니다』의 저자인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에서 중국·러시아 등 각지로 파견된 노동자들이 다양한 수단을 통해 탈북 의사를 밝혀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번 집단 탈북 사례가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르는 북한 동포들에게 귀중한 정보가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 hanb****39분 전

    살인독재왕조의 노예에서 탈출을 축하합니다. 자유대한민국에 정착해 살면서 김일성족속 북독재정권 무너뜨리는 일에 일조를 하시기 바랍니다.

    좋아요24화나요1
     
  • seol****40분 전

    북조선의 인민들도 뭉가일당이 북조선의 하수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아마도 남조선에 와 있는 탈북인들을 통해 뭉가일당이 어떤 자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어렵게 남조선에 입국한 탈북인들 조차 북송하는 악랄한 짓을 저질렀고, 남조선인의 공무원 조차도 탈북하려 했다고 조작을 해 대는 정도이니 그 죄의 엄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화형식을 해야 할 정도이다.

    좋아요23화나요0
     
  • pine****53분 전

    한국에 오면 건설노동자 풍족하게 살 수 있겠네. 가족을 버리고 와서 어려움이 많겠지만. 잘 왔습니다.

    좋아요25화나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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