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이 최근 사과 없이 문단에 복귀한 고은 시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최영미는 1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이라는 내용의 짧은 글을 올렸다. 고은의 복귀 소식에 대한 심경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책을 낸 출판사가 ‘실천문학사’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마디로 심경은 허망하다. 내 의견이 궁금하다면, 나중에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영미는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당사자다. 그는 2017년 말 한 계간지에 ‘괴물’이라는 시를 발표했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중략)/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등의 내용이 담긴 시다. 이후 한 일간지를 통해 고은이 1992~1994년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다른 여성에게 신체 특정 부위를 만져 달라고 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은은 허위 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최영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뒤 상고를 포기했다.
고은 시인은 최근 시집 ‘무의 노래’(실천문학사)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내며 문단에 복귀했다. 그러나 책에는 성추행 의혹에 대한 의견이 언급돼 있지 않아 논란이다. 그는 시집의 서두에 “시집 ‘초혼’과 ‘어느날’이 나온 뒤로 5년이다. ... 거의 연중무휴로 시의 시간을 살았다”고 적었다. 캐나다 정치철학자 라민 자한베글루와의 대화를 엮은 대담집은 2020년 인도에서 먼저 출간된 것을 국내에 내놓은 것이다.
책을 낸 실천문학사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천문학 겨울호에는 고은 등의 시를 포함한 ‘김성동 작가 추모 특집’이 실렸으나, 편집주간인 구효서 소설가에게 알리지 않은 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구효서는 “상의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실천문학 겨울호를 받아본 다음에야 (특집이) 실린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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