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채널A 사건 오보(誤報)’ 관련 불구속 기소된 신성식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2020년 6~7월 KBS 기자들에게 한동훈 법무장관 관련 거짓 정보를 수 차례 지속적으로 제공한 정황이 그의 공소장에 담긴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공소장에는 KBS 기자들이 신 검사장이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믿지 않고 계속 취재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신 검사장이 전화를 해 재차 거짓 정보를 제공한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한동훈이 이동재 독려·보도시점 조율… 선거 영향 미치려”
서울남부지검이 지난 5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신 검사장과 KBS 기자 A씨 공소장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6월 30일 오후 당시 중앙지검 3차장검사였던 신 검사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KBS 기자 B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신 검사장은 “이동재와 한동훈 녹취록을 보면 한동훈이 ‘한번 취재해봐 적극 돕겠다’ 이게 뒷부분에 나온다”며 “조선(일보)이 한동훈이 ‘(유시민에) 관심 없다’ ‘유시민 연관성도 모른다’고 앞부분만 보도했잖아. 이건 진짜 극 초반부”라고 했다.
이어 “나중에 가면 (한동훈이) 취재를 독려하고 도와주겠다고 한다고. 강요미수 공범 가능성이 높은거지”라며 “또 3말4초로 보도 시점을 조율한 대목도 있다”고 했다. 신 검사장은 “왜 조율하겠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너무 명백하잖아”라며 “이게 단순 강요미수 사건이 아니라 선거에 개입하려 한 사건”이라고 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왼쪽)와 한동훈 법무장관. /연합뉴스
신 검사장이 언급한 것은 당시 중앙지검 채널A 사건 수사팀이 확보한 2020년 2월 부산고검에서 녹음된 ‘이동재·한동훈 녹취록’이다. 이 녹취록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으로, 신 검사장은 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수사팀으로부터 채널A 사건 관련 일부 보고를 받고 있었다.
B기자는 신 검사장과의 대화 내용을 팀원들과 공유했고, KBS기자 C씨는 이동재 전 기자 변호인에 전화를 걸어 팩트체크에 나섰다고 한다. 이 전 기자 변호인은 “적극 돕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아닐 것 같다, 3말4초는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고 보도 시점을 조율하는 것도 금시초문”이라며 “장담하는데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중에 전체 내용이 드러나면 민망해질 수 있다”며 녹취록에 신 검사장이 말하는 내용이 없다고 부인했다.
◇신성식, 보도 미루던 KBS에 전화해 “내가 얘기해 줬잖아”
이 전 기자 측이 사실관계를 부인하자, 녹취록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던 KBS 기자들은 계속해서 취재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20년 7월17일 밤 검찰이 이동재 전 기자를 구속했고, 신 검사장이 KBS기자 D씨에게 전화를 걸어 재차 ‘거짓 정보’를 제공하며 보도에 속도가 붙은 정황이 공소장에 담겼다고 한다.
이날 밤 신 검사장은 D기자에게 전화해 “(이동재 영장) 발부됐잖아. 내가 얘기해 줬잖아. 다른 것들이 좀 있어. 많이”라고 말했다. D기자가 “선거법 위반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냐”고 묻자 신 검사장은 “거기까지는 가기가 쉽지 않아. (이동재와 한동훈이) 공모해서 짠 거는 맞다고 볼 수 있는 거고”라고 말했다.
이어 신 검사장은 “나도 레드팀으로 들어가서 좀 봐준 것 밖에 없어 한번 봐서는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기억이 정확히는 안나”라고 말하자, D기자는 “MBC의 (채널A 사건) 보도 보다는 공모 이런 게 더 구체적이라고 보면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신 검사장은 “그렇지. 내가 그때 ○기자 앉혀놓고 팁을 주려고 얘기했는데 안 믿으려고 그러더라고. 아니 계속 ‘에이 설마’(그러고). 다른 기자도 그랬어”라고 말했다.
그 다음 날인 2020년 7월 18일 신 검사장은 D기자와 다시 통화했다. D기자는 “한동훈 검사장이 이동재 기자한테 ‘열심히 해봐’한 정도가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신 검사장은 “그래 아니지. 그랬으면 여기까지 안 가지. 그렇게 했음 이동재 구속 안 됐어”라며 “이동재는 그렇게 ‘정확히’ 말하고. 한동훈도 동의했다. 이번 총선에서 어찌 됐든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한테 힘이 실리고. 현 정부는 레임덕이 오고. 요 구도를 짜고 간 거야”라고 말했다.
이어 신 검사장은 “일반 강요미수가 아니야 전체 맥락을 보면”이라며 “국정원 댓글 사건도 사찰이나 이런 게 명백히 나쁜 게 아니라, 선거 등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했다는 게 핵심이다. 그거랑 같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KBS, 결국 ‘채널A 사건’ 오보
KBS는 신 검장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2020년 7월18일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KBS는 이 보도에서 “전 채널A 기자 이동재씨가 지난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검사장을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등 내용도 보도했다.
신 검사장이 2020년 2월 부산고검에서 녹음된 ‘이동재·한동훈 녹취록’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한 얘기를 근거로 보도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녹취록에는 신 검사장이 KBS 기자들에게 얘기했던 ‘총선’ ‘보도시점’ 관련 내용은 등장하지 않았다.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였던 한동훈 장관은 이 전 기자가 취재하던 대형 경제 범죄인 ‘신라젠 사건’에 대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다중으로 준 것”이라며 “빨리 정확하게 수사를 해서 피해 확산을 막을 필요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기자가 이 사건 관련 유시민 전 이사장 등 정치인이 연루된 의혹이 있다고 언급하자 한 장관은 “금융 범죄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게 중요해. 그게 우선이야”라며 “(유시민은) 관심 없어.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라고 말했다.
KBS는 보도 다음날인 2020년 7월19일 “기사 일부에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며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한편 신 검사장은 지난 5일 검찰이 자신을 재판에 넘기자 “검찰의 기소는 사실관계나 법리적으로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은 고소인이 한동훈 전 검사장으로 검찰권이 사적으로 남용된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된다. 재판을 통해 저의 무고함이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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