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성토장 된 노벨평화상 시상식…"우크라전, 미친 범죄"
러 메모리알 의장 "크렘린, 우크라 역사 폄훼해 침공 정당화"
벨라루스 비알리아츠키 "푸틴, 우크라서 의존적 독재체제 추구"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올해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했다.
AFP, AP 통신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치러진 시상식에는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의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대표,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의 얀 라친스키 이사회 의장, 벨라루스 인권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의 아내 나탈리아 핀추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올해 수상자인 시민자유센터, 메모리알, 비알리아츠키를 대리해서 상을 받았다.
시상대에 오른 마트비추크 대표는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평화를 위한 투쟁은 침략자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잔인함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평화는 공격받는 국가가 무기를 내려놓음으로써 달성될 수 없다. 그것은 평화가 아니라 점령"이라고 지적했다.
마트비추크 대표는 또 "늦게라도 법치가 작동하고 정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번 전쟁에 협력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국제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친스키 의장은 이번 전쟁을 '미친 범죄', '광기'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 및 구소련권 국가들의 역사와 국가로서의 지위, 독립을 폄훼하면서 미친 범죄적 침공 전쟁을 이념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이런 광기의 첫 번째 희생자 중 하나는 러시아 자체의 역사적 기억"이라며 "현재 러시아 대중 매체는 이웃 국가에 대한 부당한 무력 침공, 영토 합병, 점령지 민간인에 대한 테러, 전쟁범죄가 파시즘에 맞서는 싸움으로 정당화된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핀추크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독재를 추구하고 있다는 남편의 말을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서 활동하다 탈세 혐의로 작년 7월부터 투옥 중인 비알리아츠키는 노벨상 121년 역사상 4번째 옥중 수상자다.
핀추크는 "러시아와 푸틴이 어떤 우크라이나를 원하는지 안다. 그것은 의존적인 독재 체제"라며 "이는 억압받는 국민의 목소리가 외면받고 무시당하는 오늘날의 벨라루스와 정확히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 조국 벨라루스 전체가 감옥에 갇혀 있다"며 "이번 상은 인권을 옹호하는 모든 친구들, 모든 시민 활동가, 고문받고 구타당하고 체포당한 수만 명의 벨라루스인들의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전쟁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책임을 두고 우크라이나 CCL과 러시아 메모리알의 입장은 다소 달랐다.
CCL 마트비추크 대표는 "러시아 국민은 역사의 이 수치스러운 페이지와, 무력으로 제국을 복원하려는 욕망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메모리알 라친스키 의장은 러시아의 침공을 "엄청난 짐"이라고 표현했으나 "국가적 또는 다른 집단적 죄책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가치가 없다. 집단적 죄책감이라는 개념은 기본적 인권 원칙에 반한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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