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만의 뉴스뻥]괴물 잡겠다며 괴물 됐다, 심상찮은 '꼼수처'
[중앙일보] 입력 2020.12.26 06:00
이거 뻥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고위공직자, 특히 대통령과 가족, 측근들의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고자 출범한 권력 기관입니다.
지난 5월 교섭단체 원내대표 청와대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는 원래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정반대의 발언을 합니다. 지난 15일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단으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권력형 비리를 성역없이 수사하겠다며 공수처를 밀어 붙였지만 결국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길들이고자 하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꼼수
지난해 입법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중립성 보장을 위해 비토권을 약속했지만, 이번에 뒤집어버렸습니다. 공수처 개정안에서 검사의 자격 요건도 10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완화했습니다. 임기는 3년에서 7년으로 늘렸죠.
지난 8일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공수처 개정안을 법사위에 기습 상정하고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기립 표결했습니다. 그 결과 8분 만에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10일 이를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주의 없이 검찰개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검찰개혁은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입니다.
야당 때문에 공수처 출범이 늦어져 어쩔 수 없었다고요? 전혀, 절대, 네버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의힘은 현 정권 인사도 좋으니 검사 출신을 추천하자고 했지만 민주당에서 받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기 입맛에 맞는 권력 기관을 갖겠다는 거로 해석할 수 있는 겁니다.
국민들은 공수처 검사들의 개인 비리를 우려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막강한 권력과 장기 집권, 그리고 이에 대한 견제가 없음을 걱정하는 겁니다.
'진짜' 국민의 뜻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1월 30일~지난 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진 것 같다’는 의견이 55%,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의견이 28%로 나타났습니다.
또,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7~1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0.7%포인트 내린 36.7%(매우 잘함 21.5%, 잘하는 편 15.1%)로 집계됐습니다.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으로 여겨지던 진보층(59.6%)에서도 4.2%포인트 하락했고요.
국민의 뜻이 이런데도 공수처를 강하게 밀어붙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검찰 개혁'이라는 허울은 좋지만 사실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법'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복수가 검찰개혁에 투영된 건 아닌지, 그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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