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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에서 대선까지... 대장동 ‘돈 저수지’에 숨은 월척들

Jimie 2022. 11. 7. 17:32

룸살롱에서 대선까지... 대장동 ‘돈 저수지’에 숨은 월척들 [에그스토리]

수사에서 드러난 비자금 저수지 5곳 분석
수억~수백억까지, 목적도 종류도 각양각색
선거 땐 금액 커지고 조성 속도도 빠르게
檢, 위장 대출·돌려막기·허위 용역 등 수사

입력 2022.11.07 13:30
✔타깃 선정 - 상대로부터 요구를 받거나, 돈 줄 타깃 선정.
✔규모·종류 결정 - 현금, 코인, 집, 차 등 상대에 따라 맞춤.
✔전달 방법 찾기 - 타깃과 인연이 닿는 로비스트 물색.
✔돈 만들기 - 돈세탁을 통해 추적이 어려운 현금을 확보.
✔실행 및 확인 - 로비스트에게 전달 후, 타깃까지 잘 갔는지 점검.

업자들이 말하는 ‘로비의 과정’은 이렇다. 때문에 경찰과 검찰 수사는 범죄 단서를 찾기 위해 ‘돈’을 추적한다. 공무원 뇌물도, 불법 정치자금도 마찬가지다.

‘대장동 수사’ 역시 이렇게 진행 중이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조성한 비자금, 이른바 ‘돈 저수지’를 찾아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간 것으로 의심되는 불법 정치자금 8억4700만원도 남욱이 자신의 회사 ‘NSJ홀딩스(옛 천화동인4호)’에서 빼낸 뭉칫돈에서 출발했다.

대장동 일당이 10 여년 동안 로비에 썼을 것으로 의심받는 ‘돈 저수지’는 크게 5개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짜리도 있다. 수사나 재판을 통해 현재까지 알려진 게 그렇다. 특히 ‘선거’와 맞물린 시기엔 더 급하게, 더 큰 돈이 만들어졌다. 수사와 재판에서 드러난 그들의 돈을 따라가 봤다.

1️⃣“힘센 의원님께 부탁 좀...” 市 개발 방침 바꾸기

2012년 4월 11일 국회의원 선거 때다. 목적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장동 ‘공공개발’ 방침을 ‘민간개발’로 바꾸는 것. 일당은 민주당 국회의원을 동원해 이 시장을 움직여 보자고 마음먹었다.

돈은 당시 사업을 주도한 변호사 남욱과 기자 배성준(천화동인7호 소유주)이 만들었다. 현금을 쇼핑백에 담아, 발이 넓은 기자 김만배에게 줬다. 김만배는 대학 선배인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쌍방울 뇌물받아 구속)를 통해 성남에서 영향력이 큰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A 의원에게 부탁해 이재명 시장의 마음을 돌려보겠다고 했다.

 

 
2012년 총선 때 비자금을 만들어 민주당 전·현직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대장동 일당. 왼쪽부터 김만배, 배성준, 남욱. /조선DB

세 사람 주장은 엇갈린다. 남욱은 “2억원과 1억원, 두차례 총 3억원을 줬다. (김만배로부터) 2억원은 A 의원 측에, 1억원은 이화영에게 전달했다고 들었다”고 했고, 배성준은 “남욱에게 2억원을 빌려줬을 뿐, 어디에 썼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김만배는 검찰에서 이렇게 진술한다.

“남욱과 배성준이 찾아와 하도 부탁해서... 2억원밖에 안받았다.”
“A 의원 보좌관을 만났지만 “이재명 시장과 사이가 안좋다”고 해서 돈을 안줬다. 이후 이화영에게 선거자금 8000만원을 주며 ‘A 의원에게 부탁 좀 해달라’고 했는데, 어렵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2억이든, 3억이든 이때 일은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 이화영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도, 정치자금법 위반도 시효는 7년.

2️⃣“총알 좀 만들어 봐” 본부장과 공범 되기

2013년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이 성남시의회에서 통과됐다. 그즈음 이재명 시장의 측근인 유동규 성남시설관리공단(이후 공사와 통합) 기획본부장과 남욱 일당은 이미 우호적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 시의회 로비를 통해 성남시가 원하던 ‘공사 설립 조례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유동규는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한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그는 지난달 22일 구속기한 만료로 출소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이재명 측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대장동 사업은 너희들 원하는대로 해줄게. 구역계도 너희 맘대로 그려. 토지 매입도 어려우면 내가 해결해 줄게.” “대장동 사업만 하고 말 것은 아니잖아. 공사 설립되면 리스크 없는 사업에 참여시켜 줄게.” “위례 사업은 너희가 짜온 구조로 진행할게.”
“총알이 필요하니 돈 좀 만들어봐.” “2주 안에 3억만 해줘.”

당시는 남욱과 정영학, 정재창(53·법무사 사무실 사무장)이 동업자. 돈은 세명이 갹출했다. 그리고는 대장동 사업이 성공하면 수익을 1/3씩 나누자는 각서도 썼다.

지난 7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23초짜리 영상 하나가 공개됐다. 한 남자가 책상 위에 5만원권 다발 수십개를 쌓아두고 맞은편 남자와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다. 대화는 정재창과 남욱이, 촬영은 정영학이 했다. 돈은 9000만원. 2013년 4월 16일 성남시 분당의 한 일식집에서 이들이 유동규에게 준 뇌물이었다.

 
유동규에게 3억5200만원을 뇌물로 줬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돼 기소되지 않은 위례신도시 3인방. 이들은 위례 사업을 진행하면서 유동규 등으로부터 공무상 비밀을 빼내 2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얻은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로 지난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를 포함해 그해 8월까지 이들 일당은 수차례에 걸쳐 유동규에게 총 3억5200만원을 줬다. 룸싸롱에서도, 음식점에서도 줬다. 남욱은 “선릉역 부근에 OOO룸살롱이 있는데, 가셔서 아가씨들과 함께 편하게 술 드시면 술값은 앞으로 제가 결제하겠다”고도 했다. 유동규는 실제 성남시 공무원, 성남시의원 등과 이 룸싸롱에서 공짜로 향응을 즐겼다고 한다.

대장동 일당이 만든 ‘돈 저수지’ 중 유일하게 출처와 사용처가 모두 밝혀진 돈이다. 유동규는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돈을 준 이들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피했다. 공소시효가 10년인 뇌물수수와 달리 뇌물공여는 7년.

3️⃣”선거에 포커스 맞춰야” 시장님 재선 돕기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당선 소식에 기뻐하고 있는 모습. /조선DB

2013년 말, 서로 돈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워진 유동규와 남욱의 대화다.

유동규 : 사업 계속하려면 이재명 시장 재선이 중요해. 너희들 이익 극대화 하면서도, 선거에 도움이 돼야 해. 니들 원하는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할테니 돈 좀 만들어 봐.
남욱 : 위례에선 100억 정도 수익이 예상돼요. 중간에 편하게 쓰실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법인 만들어 본부장님 몫 챙겨드릴게요. 빠르면 내년 4월, 늦어도 6월엔 돈 쓰실 수 있도록...

남욱과 정영학, 정재창은 2014년 5월 급하게 돈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이후 이듬해 5월까지 모두 42억5000만원을 확보했다. 분양대행업자 이모씨에게 22억5000만원, 토목업자 나모씨에게 20억원을 빌렸다. 이씨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이다. 명목은 대여금이지만, 사실은 대장동 사업 때 분양과 광고, 설계, 토목 등 1290억원 규모의 공사를 주기로 약속한 대가다.

남욱은 이 중 32억원을 김만배에게 로비자금으로 줬다고 한다. 김만배는 그해 7월 정재창의 대장동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진짜 동업자가 됐다. 그가 검찰에서 밝힌 ‘돈의 경로’다.

받은 곳 : 남욱으로부터 현금 12억원, 이모씨(분양업자)로부터 수표 5억~6억원, 송금 5억원(박영수 특검 계좌를 거쳐), 현금 10억원 등 총 32억원
쓴 곳 : 성남지역 건설업자 최 회장에게 7억~8억원, 정자동 SK뷰 아파트 매입 4억~4억5000만원 (현직 대법관 로비에 썼다는 아파트, 해당 대법관은 강력하게 부인)

다른 의혹들은 대부분 부인했다. 검사가 “유동규에게 선거에 쓰라고 8억3000만원을 줬느냐”고 묻자 “정자동 노래방에서 정영학 들으라고 ‘돈을 줬다’고 말하긴 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유동규가 3억6000만원을 받았다고 인정했는데...”라고 하자 “준 적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유동규는 최근 “3억6000만원 중 김용에게 1억원, 정진상에게 5000만원을 줬다”고 검찰에 털어놨다.

 
2012년 11월 경기 성남시 농수산물유통센터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김치나누기행사에서 최윤길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왼쪽)이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김치를 먹여주고 있다. /조선DB

김만배는 또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6000만원을 줬느냐”는 질문에 “최 의장은 정영학과 친하다. 줬다면 정영학이 줬을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최윤길은 작년 2월 김만배가 100% 지분을 가진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성과급 40억원과 연봉 8400만원을 약속받고 급여 등으로 8000여만원을 받았다. 이런 혐의로 올해 2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시의회 의장 시절, 이재명 시장이 추진하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준 대가로 보고 있다.

김만배에게 오지 않은 돈은 10억5000만원.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금액을 다 보태도 20억원 이상의 행방이 묘연하다.

4️⃣“도왔으니 대가 있어야” 대장동 수익 나누기

대장동 수익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개발 주체인 ‘성남의뜰’의 지분 1%밖에 없는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지분 6%) 등 8개 회사의 배당수익은 무려 4040억원. 분양수익 2350억원을 합치면 6390억원에 이른다. 이중 김만배가 실소유주인 천화동인1호는 가장 많은 1208억원을 배당받았다.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그 회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대선 자금' 의혹의 시작점으로 지목된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아파트단지. 의혹이 시작된 지난해 9월 모습. /장련성 기자

김만배는 천화동인1호에서 473억원을 대여했다. 2019년 5월~2020년 11월까지 7차례로 나눠 빼냈다. 대장동 일당이 만든 수상한 자금 중 가장 큰 규모다. 회계상 그는 작년 10월까지 총 325억원을 갚고, 148억원이 남은 것으로 돼 있다. 조사 때는 “추가 배당금이 나오면 나머지도 갚겠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돈을 의심한다. 대여와 변제, 투자와 용역계약 등의 여러가지 방식으로 ‘돈 세탁’을 한 흔적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주목하는 김만배의 수상한 돈 거래는 이렇다.

2019년 5월 17억2800만원 대여 → 최모 변호사에게 빌린 돈 15억~16억원 수표로 변제. 최 변호사는 명동 환전상 통해 전액 현금화.
▪ 2019년 10월 90억원 대여 → 머니투데이 회장에게 50억원 빌려주고, 이한성(천화동인1호 대표) 13억원, 고교 선배 3억원은 ‘빌린 돈 갚은 것’이라고 주장.
▪ 2020년 1월 머니투데이 회장이 갚은 50억원 → 최우향 전 쌍방울 부회장에게 20억원(받을 생각 없는 돈), 이한성에게 3억원, 김모 변호사에게 3억원, 신문사 현직 논설위원에게 1억원 다시 대여.
▪ 2020년 4월 140억원 대여 → 화천대유 대표 이성문이 회사에서 빌린 돈 137억원을 대신 변제.
▪ 2020년 6월 천화동인1호가 최우향의 회사에 30억원 대여, 2021년 10월 김만배 개인이 최우향에게 30억원(이 돈은 받을 돈) 이자나 담보없이 추가 대여.

지금까지 드러난 범죄 혐의는 작년 1월 유동규에게 준 5억원이 전부다. 검찰은 김만배와 유동규를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에 앞서 포토라인에서 선 김만배. /연합뉴스

공소장을 보면, 2020년 10월 성남시 분당구 한 노래방에서 유동규가 “도와준 대가는 지급해야지 않느냐”고 하자, 김만배는 “그동안 기여를 감안해 700억원 정도는 주겠다”고 약속했다. 돈 주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유동규가 설립한 회사 ‘유원홀딩스’의 주식을 고가에 매입해 주는 방법, 유동규가 천화동인1호로부터 직접 배당금을 받는 방법, 남욱이 실소유 주장을 하며 화천대유에 소송을 걸어 재판을 통해 돈을 받아낸 뒤 유동규에게 주는 방법 등이었다.

이후 지난해 1월 김만배는 수원시 장안구 자신의 집 부근에서 유동규를 만나 약속한 700억원 중 5억원을, 1000만원권 수표 40장과 현금 1억원으로 줬다. 이후 두 사람은 700억원에서 세금과 공통비용 등을 빼고 428억원을 주기로 다시 이야기했다고도 한다.

5️⃣“선거자금 필요한데... 20억만” 대선후보 만들기

지난달 22일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이 구속되면서 새로운 저수지가 나타났다. 남욱이 천화동인4호(NSJ홀딩스로 이름 변경)를 통해 만든 8억4700만원이다. 남욱은 검찰에서 “정민용, 유동규를 거쳐 김용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김용은 구속 후 줄곧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돈 역시 여러차례로 나눠져 조성, 전달됐다. 지난해 2월 김용은 유동규에게 “대선후보 경선자금이 필요하다”며 20억원을 요구했고, 유동규는 남욱에게 돈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자 남욱은 자신의 회사 임원인 이모씨에게 지시해 비자금을 만들었고, 작년 4~8월 4차례에 정민용, 유동규를 통해 8억4700만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일부는 김용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은 돈도 있다고 한다.

검찰은 돈 전달 과정에서 남욱이 김용 측에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양시 군(軍) 탄약고를 이전해 달라”는 청탁을 전달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욱은 돈이 다 넘어갈 즈음, 군 탄약고 부지 개발 사업에 대한 참여의향서를 안양시에 제출했다. 전체 사업비가 1조1000억원이 넘는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남욱이 지난해 초 2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돈 역시 남욱이 안양시 탄약고 개발 사업을 할 때 토목 등 부분 공사를 주기로 약속하고 돈을 빌렸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김만배나 정영학이 모르는 남욱의 단독 플레이로 보인다”며 “대장동 사업 이후 회사 이름을 바꿔 다음 사업을 준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앱에 오시면 흥미진진한 ‘대장동 스토리’가 있습니다. 최재훈 기자가 차근차근 쉽게 풀어드립니다.

💦 https://chosun.app.link/acrobat 안전한 조선일보 앱 링크를 많이 많이 공유해주세요.

 
 
'현장을 떠나지 말자'는 각오로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100자평
31
 
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2022.11.07 14:15:37
그 모든 것이 이 재명이에게로 귀착 되는 느낌인데 ,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가 ~?
답글1
363
3

2022.11.07 14:23:19
한편의 범죄 카르텔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돈이 좋긴 좋은것이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는 이치를 알게하는게 사법기관의 몫이다. 상대적으로 상실감의 성실한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검찰은 이 들을 철저히 수사하여 법정 최고형으로 법의 준엄함을 보여주길바란다.
333
0

2022.11.07 14:27:16
이정도면 재명이 주머니에 얼마나 들어갔는지 곧밝혀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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