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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이후 더 쏟아진 신고…경찰, 그땐 아예 출동도 안했다

Jimie 2022. 11. 1. 23:03

밤 9시 이후 더 쏟아진 신고…경찰, 그땐 아예 출동도 안했다

중앙일보

업데이트 2022.11.01 22:35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직전 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총 11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6건에는 '압사'라는 말이 직접 언급됐고, 나머지 신고에서도 "죽을 것 같다"는 등 급박한 상황을 전하며 통제를 요청했다. 경찰은 자체 규정에 따라 꼭 출동해야 하는 '코드0'과 '코드1'로 분류했지만 4건의 신고에만 현장 출동을 했고, 나머지 7건은 전화로 안내만 한 뒤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이태원 사고 관련 경찰청장 브리핑’에서 사고 발생 직전 다수의 112 신고가 있었다는 점을 밝히면서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부근 도로에 시민들이 몰려 있다. 이날 핼러윈 행사 중 인파가 넘어지면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사고 3시간 40분 전 최초 신고

경찰청이 이날 오후 공개한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최초 신고는 오후 6시 34분경 해밀톤호텔 부근 이마트24 편의점 쪽에서 접수됐다. 사고 발생(29일 오후 10시 15분) 3시간 41분 전이다. “좁은 골목인데, 클럽에 줄 서 있는 인파와 이태원역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골목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엉켜서 잘못하다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신고자는 “진입로에서 인원통제 등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최초 신고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강력 해산조치를 했다”면서도 “그분은 공포심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신고도 입구 쪽이었고 시간대나 장소가 사고 날 정도로 위험하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람들이 떠밀리고 있다”“압사당할 것 같이 사람이 많다”며 다수의 인파가 몰려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신고가 추가로 10건 더 접수됐다. 오후 8시 9분과 33분, 53분에 추가로 신고가 접수됐고 나머지 7건은 오후 9시 이후에 신고가 집중됐다. 오후 9시와 오후 9시 2분, 7분, 10분, 51분 그리고 오후 10시, 오후 10시 11분이다. 11건 모두 사고 발생 인근에서 접수됐다. 오후 9시 51분과 마지막 신고는 사고 발생 장소(이태원동 119-7)와 동일한 곳에서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매뉴얼 상으로는 같은 전화번호의 반복신고, 동일장소 반복신고는 살펴보라는 내용이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신고는 “여기 압사될 것 같아요. 다들 난리 났어요. 아~(비명소리) 이태원 뒷길요. 뒷길”을 외치다가 종료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한 입장표명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1건 중 4건만 현장 조치

경찰청은 11건 가운데 4건이 현장조치(오후 6시34분, 8시9분, 9시, 9시 2분)됐고, 6건은 전화상담 후 종결, 1건은 처리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12 신고는 시·도 경찰청 상황실이 접수해 신고자 위치를 확인한 후 가장 가까운 관할 경찰서 112 상황실로 하달된다. 해당 112상황실이 지역 경찰 등에 출동지령을 내리고 출동명령을 받은 인력이 출동 후 내용을 기입하게 된다.

경찰 자체 규정에 따르면 112신고 내용은 5단계(코드0~4)로 분류하고, 이중 ‘코드0’(최단 시간 내 출동)과 ‘코드1’(우선 출동) 상황은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29일 신고된 11건 중 1건(오후 9시)은 ‘코드0’로 분류됐고 ‘코드1’로 분류된 신고도 7건이었다. 하지만 ‘코드0’에만 출동했을 뿐 ‘코드1’에는 하나도 출동하지 않았다. 나머지 출동 사건은 ‘코드2’로 분류된 것이었다. 특히 신고 대부분이 오후 9시 이후에 몰려있었지만, 오후 9시 7분 신고부터 현장 출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관련 신고로 분류한 11건을 포함해 사건 당일 이태원파출소에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 15분까지 112 신고가 총 122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부실 대응과 관련해 “사전에 위험성을 알리는 112 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며 “112 신고처리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현장 대응의 적정성과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빠짐없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특별감찰팀을 꾸려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관계자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특별감찰팀은 경찰청 감사담당관(총경)이 팀장을 맡아 총 2개 계 총 15명 규모로 운영된다. 당장 이날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감찰에 착수했다. 핼러윈 축제를 관리할 경찰력 투입 계획 등 전반적 준비 상황을 확인해 사고 당일 용산서의 안전관리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서울청 수사본부→국수본 특별수사본부로 전환

윤 청장은 이날 “경찰청에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사안의 진상을 밝히겠다”고도 밝혔다. 경찰은 이미 서울청 산하에 수사본부를 구성해 전담수사팀, 피해자보호팀, 과학수사팀을 두고 수사를 하고 있었으나, 이날 윤 청장 발표 이후 국가수사본부 산하의 특별수사본부로 전환했다.

본부장도 서울청과 관련이 없는 손제한 창원중부경찰서장(경무관)을 임명했고, 인원도 475명에서 501명으로 늘렸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태원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수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여 수사결과만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윤 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관계기관들의 유기적 대응에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원점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구조적 문제점을 찾아내겠다”며 “이번 사고가 사회 전반의 안전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윤 청장의 사과와 경찰의 대응은 지난달 31일까지의 정부 기류와 반대되는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경찰과 소방을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31일에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1일 오전 윤 청장에 이어 오후에는 이 장관이 "유가족과 슬픔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이 때문에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될 것으로 보이자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청장은 이미 지난달 31일 이 녹취록 내용을 직접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야당 의원실의 녹취록 제출 요구가 계속돼 공개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서울 용산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CCTV 52대·SNS 영상 60개 분석, 부상자 63명 조사

한편, 윤 청장은 이날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 참석해선 “폐쇄회로(CC)TV 52대와 현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 60개를 확보해 분석하고, 부상자 등 63명을 조사 중이다”고도 밝혔다. 특히 특정 무리가 인파를 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해 사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등에 대해선 입건 전 조사 11건을 진행 중이고, 115건에 대해 삭제·차단 요청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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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문희ㆍ김남영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